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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 탈북 노인이야기           청초  이용분

    •  

  • 오늘은 선농문학회에서 수업과 신년 모임이 예정된 날이다. 한 겨울 날씨라 춥다.
    도곡역에서 3호선을 갈아타야 되는데 3호선으로 올라가는 에스카레이타가 고장이
    나 있다. 걸어 올라가기에는 좀 엄두가 나지 않는 높이의 계단이다. 나는 비교적
    오래 다닌 터라 익숙하여 한옆에 있는 또 다른 에레베이타를 찾아가 요행히 편하게
    올라갈수 있었다.

    3호선을 타기위해 줄을 섰는 데 맨 앞에 몸집이 자그마한 여인이 쪼그리고 앉아 있다.
    아마도 몸이 안 좋은 모양인가... 아. 에스카레이타가 고장 나 올라오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전철이 도착하여 일어나는 데 보니 80을 훨씬 넘긴 풍모의 몸집이 자그마한
    할머니다.

    마침 경로석 자리가 비어 우린 나란히 함께 앉게 되었다.
    언듯 보니 85세는 넘게 보이는 그녀가 이렇게 추운 날 혼자 외출을 한다는 건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관심을 계속 갖게 되었다. 그녀가 한숨을 푹 쉰다. 무슨 언짢
    은 일이 있는 모양인가 보다.

    “날씨가 몹시 춥지요?”
    “무어, 그닥 춥디는 않아요”
    말씨가 어째 이북 사투리다.
    “이북이 고향이세요?”
    “아, 예, 함경돕네다.”
    이북 날씨에 비하면 별로 춥지는 않다는 뜻일 것이다.
    “네 그러세요.거기 사투리가'그랫음둥.''그랫지비'그러던데 그렇게 말씀을 안하세
    요?”
    나는 전에 읽은 김동인의 소설'감자'에 나오는 대화나 함경도 출신 우리 친구 어머
    니의 말씨가 생각나서 그렇게 물었다.
    “아니요.”
    “언제 한국에 오셨어요?”
    “한 삼년됐시요.”
    “그럼 탈북을 하신 셈이네요. 출생년도는 어떻게 되세요?”
    “나요? 42년생 입네다.
    “그럼 72세이네요. 나보다 동생이네..."
    그러면 너무 늙었구나... 나는 할 말을 잊었다.

    나도 황해도에 태어나 살다가 해방 이듬해 열살 때 38선을 넘어 이남 부모님 고향
  • 대전으로 넘어 왔기 때문에 남다른 관심이 드는 건 사실이다.
    나도 그냥 살았으면 어찌 되었을까.
    잠시 암담한 생각이 든다. 우리 부모님은 그곳 인심이 하도 좋아 통일이 되면 다시
    가서 살고파 하셨다. 그 소원은 끝내 이루지 못하고 오래전에 작고 하셨다.

    “먹을 것도 제대로 못먹고 굶기를 밥먹듯 하니 안 늙을 수 있나요? 내 나이면 이북
    에서는 모두 못 먹어서 죽어요.”
    그제서야 정면으로 자세히 보니 언제인가 내가 글에 썼던 반고호의 자화상을 닮은
    87세의 노인 정도로 늙었다. 신문이나 T.V에서 이미 보아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
    이렇게 늙은 나이에 홀로 탈북을 한 이를 가깝게 만나 보기는 처음이다.
    옷은 조금 낡은 흰색 파카를 입었는데 그냥 보기에는 그닥 초라하지는 않다.
    최근에는 버리는 걸 주워서 입어도 조금도 궁색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 동대문 시장에 갔다 오는 길이란다.

    그녀는 2남1녀 자식을 두었는데 홀로 탈북을 했단다.남한에 자식들은 하나도 없단다.
    무슨 이유로 단신 월남을 했을까...
    "왜 젊은 자제들은 못 나오고 혼자 나왔냐" 물었다,
    젊은이들은 아이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나오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그녀가 그곳에서
    하던 일은 농사인일인데 최근에는 농사지을 힘도 없고 비료도 없어서 농사지을 꺼리가
    없단다.

    최근 북한에서 탈북을 한 젊은 여인들이 나와서 펼치는 '이제 만나러 갑시다' 라는
  • T.V.프로에서 농사 지을 비료는 인분뿐이라 일인당 일년동안에 생산해야 될 바료량을
    2톤으로 정해져 있어 그를 만들기 위해 난리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게 사실인
    모양이다. 먹을것도 시원찮은 지경에서 그도 어려운 일일것이다.

    예전에 우리 나라도 비료가 없던 시절 동네에 마실을 나갔다가도 용변이 보고 싶으면 슬그머니 일어나 자기 집으로 돌아 와서 해결을 했다는 이야기를 우리 할머니에게 들은 적이 있다. 길을 가다가도 개똥이 떨어져 있으면 주어서 주머니에 넣어 오기도 했다고 한다.그 옛날 개화기 시절에 하던 풍습이 이북에서는 그대로 답습하는 것 같다.

    그나마 주던 옥수수 배급도 요즘 들어 시원찮다고 한다. 그러니 굶기를 밥 먹듯 했다고 한다. 일순 황폐한 이북 농촌 모습이 스치고 지나갔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즉 말을 걸을 걸...여러가지 물어 보기엔 함께 할 시간이 너무나 짧다. 마침 지하철 안내판에 역 이름이 한문으로 떴다.
    "한문을 읽느냐" 물으니 읽는단다. 중학교까지는 다녔단다. 이북에서 지하철을 탄적이
    있느냐 물으니 없다고 한다. 평양에만 짧게 보석궁 처럼 꾸며 놓았다고 한다.

    남한에 와서는 정부에서 작은 아파트를 주었다. 생활비조로 30만원 정도 나오는데
    아파트 관리비등 15만원 내고나면 나머지 돈으로는 생활비로는 턱 없이 부족하단다.
    이제 이렇게 늙은 몸으로 취업을 할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그러자 내가
    내릴 약수역에 도착을 알린다. 나는 일순 그녀의 야윈 손을 마주 잡았다.
    "잘 지내세요. 살다 보면 좋은 날이 찾아 올거에요.^^"

    그녀도 비로서 웃는 얼굴로 이별을 아쉬워한다. 마음이 착잡하다. 멀쩡한 자식들을
    이북에 두고 떠나와서 만나 보지도 못하고 얼마나 마음이 안타까울까.

  • 홀홀단신 타향에서 노후를 맞은 그녀의 앞날이 가엽기만 하다. 어서 이념과 사상이란
    단어가 모두 사라지고 남북통일이 되어 더 이상 이런 참담한 비극은 없어져야만
    될터인데 하는 생각을 하며 나는 지하철을 내렸다.
    그녀의 생전에 그런 날을 맞이 할 수 있는 그날이 언제쯤이나 찾아올는지...
  •  
  •                                                        20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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