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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3 13:09

(수필)애물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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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물단지                 청초  이용분(7회)

     지하철을 내리자 출구 바로 옆에 있는 베이커리에서 잡곡 섞인 식빵을 한 개 샀다.
    지상으로 올라가는 에레베이터를 탔다. 옆에 함께 탄 아주머니가 갑자기 나에게
    “그 빵가게 빵이 맛이 있어요?” 하고 묻는다.
    “예, 맛이 있어요. 뚜레쥬 빵가게에서 사먹다가 지금은 이집에서 사먹어요.^^
    “어쩐지 그 가게에 손님이 많더군요.^^
    그러면서 길 친구가 되었다.

    어디 사는지 물었더니 마침 우리가 사는 아파트 옆 동에 산다. 걸어서 15분쯤 되는
    거리를 걷는 동안 말동무가 되겠구나 내심 반갑다.
    매서운 추위에 얼어 잔뜩 미끄러운 눈길을 피해 골라 가면서
    "이리 오니 덜 미끄럽네요. 이리로 오세요."
    엉금엉금 기다시피 걷다가 건널목 신호등이 마침 파란불인데 건너기가 아슬아슬하다.
    “우리 뛰어 가 봅시다.”
    “그래요. 조심하세요.”
    금세 십년지기처럼 친해져서 함께 뛰어서 길을 건넜다. 마침 집에 우유가 떨어졌다.
    가는 길목 슈퍼에서 우유를 한통 사는 동안 조금 기다리시겠냐고 물었다.
    "아이구, 미안합니다. 집에 불도 안 키고 껌껌한데 개가 혼자 기다리고 있어서요.”
    “아, 그래요? 그럼 어서 가 보세요.” 

    잠시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친밀했던 관계가 개 때문에 허사가 되었다.
    ‘저 사람은 홀로 개 하고만 사는 모양이지. 내가 개한테 밀렸네...’
    참한 사람이던데 길벗을 놓쳤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 서운하다.

    우유를 한통 사고 식빵과 함께 들고 미끄러운 길을 혼자 살금살금 기듯이 걸었다.
    마침내 무사히 우리 아파트에 가까이 왔다. 약간 경사진 계단길을 올라가는 데
    어떤 아가씨가 양손에 강아지를 껴안고 헐레벌떡 내려온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
    개들의 체온이 추위를 막아 주겠구나 하는 생각에 한숨을 돌리며 서서 물었다.
    
    “개를 안고 가니 안 춥지요.?”
    “아이구 무거워서 죽겠어요.”
    개가 귀찮다는 듯 냉큼 대답을 하고 부리낳게 뛰어간다. 보통 크기 개라면 땅에
    내려놓고 놓고 함께 신나게 달려가면 될 일을 두 마리의 개를 아기처럼 품에
    끌어안고 뒤우뚱 거리며 뛰어간다. 귀엽다고 안무거운 건 아닌 모양이지...

    이전과 달리 요즘은 개에게 추울 때나 평시에도 옷도 사서 입혀야 된다. 이상하게도
    데리고 다니는 개가 초라하게 생겼거나 입힌 옷들이 개주인의 형편이나 됨됨이를
    대변하는 듯 보이는 걸 어찌할까...

    예전 로마의 귀족들은 애완으로 아프리카 사자나 치타를 키우며 그 당시 사회적 위상
    을 과시하기도 했지 않았던가. 바로 그 짝이다. 한번은 아파트의 벤취에 앉아서 쉬는데
    어떤 젊은 커풀이 하얗게 깨끗한 두 마리의 제법 큰 개 두 마리를 끌고 나왔다.
    눈이 부시게 하얀 개다. 진도 개인가 하였더니 풍산개란다. 개들의 긴 털이 하도 빛이
    나는 듯 깨끗하여 만져 보아도 되겠냐고 물었다. 개가 낯선 내가 만지니 움칫 놀래고
    나도 덩달아 놀랬다.

    "어떻게 목욕을 시키느냐" 물으니 생 쇼를 한단다. 개를 키우기가 아이 키우는 만큼 힘이
    든단다. 마치 자기의 아이가 더럽거나 누추하게 입힌 것처럼 느껴져서 개도 그런 체면에
    대한 일인 것 같다. 병원비용과 미용비용도 여간한 돈이 드는 게 아니란다.
    이에 견디다 못한 견주들이 버리기도 한다. 과연 저 개가 언제까지 사랑을 받을까 하는
    의문도 생긴다.

    지금 사람들은 그도 아주 가까운 인간관계에 신경을 쓰기도 피곤하고 가족 간에도
    누군가의 무한한 양보가 없는 한 그리 원만 하게 유지하기는 어려우니 홀로 독립해서
    사는 독거 세대가 늘어간다. 가족이 함께 살더라도 언제 들어오는지 나가는지 더 이상
    신경을 꺼버린 상태에서 오직 개만이 꼬리를 흔들며 주인을 반긴다.
    개는 주인을 배반을 하는 법이 없단다. 이제 결혼을 하여 육아와 교육을 시키느라 그
    골치가 아픈 아이들을 키우느니 개를 키우면서 그 나름 즐거움을 맛보며 한 세월을
    보내려는 풍조가 만연이다.

    현대인들은 사람에게서 위안을 받기 보다는 자기에게 절대 복종을 하는 개에게서 위로
    를 받고자 한다.이 현상은 젊은이로 부터 나이를 든 이들에게 까지 넓게 확산되는 느낌
    이다. 사회 흐름이 어째 좀 점점 서구화 되어 가는 느낌이 든다.
    T.V에서보니 실제 개들의 의료시설로 부터 강아지용품 시장이 사람 것 못지않게 거대
    해지고 이를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 가는 추세라고 한다. 개병원에는 안과 치과 내과
    정형외과 등 사람의 경우 못지않게 본격적으로 시설을 갖추어 놓은 대형 종합병원도
    생겼다. 개유치원 미용원등 골고루 편의 시설이 어느 새 거창하게 준비 되어있다. 

    어떤 개 쇼에 나온 젊은 여인들이 자기는 사후에 개에게 모든 재산을 유산으로 남기고
    싶다고 말한다. 어떻게 보면 인간들에게서 배신을 맛 본 이들이 궁극적인 피난처가
    개라는 데 조금은 실망과 연민이 느껴진다. 아까 그 아주머니만 해도 개가 집을 지키며
    주인이 돌아오기를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게 당연하지 불이 켜있지 않다고 허겁지겁 달려
    가다니...
    
    아늑한 집안에서 주인이 주는 영양가 높은 먹이를 잔뜩 받아먹고 비만이 되어 뒤우뚱
    거리는 개의 뒤를 주인이 쫓아가며 개똥을 줍는 광경을 보는 건 이제 예사로운 일이
    되었다. 개가 주인을 부리는 셈 이다. 세상에 이런 애물단지가 또 어디에 있을까...

    2013.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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