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도시 교외 주거단지와 교통문제
구 자 문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로스앤젤레스(LA)는 교통체증으로 악명이 높다. LA시에는 4백만 명, 이를 포함한 LA카운티에는 1,000만 명, 그리고 이 지역을 포함한 ‘The Greater Los Angeles’로 불리는 LA메트로폴리탄에는 1,850만 명의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다. 이러한 많은 인구가 도심부로 출퇴근을 하기에 거미줄 같이 얽힌 고속도로는 특히 출퇴근 시간은 러시아워로 교통체증이 심하다. 운전시간이 길고 길이 복잡하니 교통사고의 위험도 크다.
교통분석 회사인 INRIX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LA는 운전자들이 일 년에 평균 119시간을 교통체증에 시달리는 등 세계에서 가장 교통 체증이 심하다고 한다. 도시의 교통문제는 도로에 운행하는 자동차의 수, 제한된 대중교통, 그리고 도시의 구조 및 주변 도시들과의 연결관계 등 다양한 요인들에 기인할 수 있다. LA의 교통체증의 주요 원인은 인구가 많고, 소득과 인종 등이 다른 도시와 마을들이 메트로폴리탄 지역에 걸쳐 지나치게 차별되게 발전되었고, 버스나 기차 등 공공교통이 제대로 발달 되어 있지 않고, 도시들을 연결하는 후리웨이가 잘 발달되어 있고, 사람들이 자동차운전을 선호하는 문화를 지녔기 때문 등이라고 본다. 이는 대부분 사람들이 좋은 대안이 없어서 차를 포기하기를 주저하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고 본다.
러시아워는 일반적으로 오전 6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이고, 저녁 러시아워는 오후 4시부터 7시까지라고 한다. 이 시간 동안 후리웨이는 차들로 가득 차 있고,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 데도 몇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하지만, 러시아워가 아닌 시간에도 LA의 후리웨이는 정체가 자주 목격된다. 이러한 교통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많은 연구기관들이 수많은 계획을 수립 및 시행하려고 했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의 일부에 카풀을 장려하고, 요금을 내는 빠른 레인을 개설하기도 하고 있다. 또한 메트로 레일 시스템을 확장하고 버스 서비스를 개선하는 것을 포함하여 대중교통 인프라에 투자했고, 자전거 타기와 걷기와 같은 대체 교통수단 사용을 장려하고 있다.
하지만 결과는 그리 신통하지 못하다. 역사적으로 LA메트로폴리탄 자체가 중심상업 및 서비스지역이 중심부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주거지들이 단독주택지역으로 교외로 크게 확장되어 있기 때문에, 그리고 자꾸 더 좋은 주거단지들이 더 외곽으로 건설되고 있기 때문에 후리웨이의 혼잡을 막을 수 없는 것이다. 물론 후리웨이의 건설은 물론이고 유지와 보수에도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고 있다. Network-Compact City (거점 중심 압축도시), Transit-Oriented Development (역세권 중심개발), Job-Housing Balance (각 지역마다 직장과 주택을 조화롭게 공급), Park and Ride (차나 자전거를 역에 세우고 기차이용) 등의 정책개념들이 여기서 나온 것들이지만 적용이 쉽지 않다.
또한 문제가 되는 것은 각 도심이나 마을 단위에서도 교통혼잡이 심하고 교통사고가 많다는 것이다. 미 고속도로안전협회의 연례보고서는 지난 10년간 보행 중 차량에 치여 사망하는 미국인의 수가 매우 증가했다. 조사결과 2022년 7,508명의 보행자가 사망했는데 이는 6,721명의 보행자가 사망한 전년 대비 13% 증가한 수치다. 2010년과 2021년 사이에 연간 보행자 사망자수보다 무려 77% 증가했다. 미국에서 인도를 걷는 것이 점점 더 위험해지는 몇가지 주요 요인들이 있다. 그중 하나는 보행자를 배려하지 않은 도로설계이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 정부와 도시공학자들은 운전자들의 빠르고 편한 이동을 위해 넓은 다차선 간선도로를 설계하고 건설했다. 자동차 중심의 효율적인 이동이 우선되다 보니 곳곳에 안전하지 않은 도로들이 만들어졌다. 간선도로는 물론이고 큰 문제가 되지 않을 듯 싶던 도심이나 교외 네이버후드에도 차량 증가와 함께 도보 이용자들의 위험이 크게 증가하게 되었다.
보행자 사망자수 증가의 또 다른 주요 요인은 미국인들의 대형차 사랑이라고 한다. 지난 20여년 동안 미국 소비자들은 점점 더 큰 SUV와 경트럭을 선호하고 있다. 크고 무거운 차량은 사각지대가 넓어 보행자,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 더 치명적이다. 2000년부터 2019년까지 세단과 같은 소형차량은 전체 차량의 60%에서 40%로 감소했지만, SUV는 10%에서 30% 이상으로 급증했다. 2021년에는 트럭과 SUV가 신차 판매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점점 더 수익성이 높은 차량 생산에 집중하면서 이러한 추세가 완화될 조짐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또한 제조업체와 정책 입안자들은 친환경적인 전기자동차를 장려하지만, 전기자동차는 가스 자동차보다 훨씬 더 무거워 사고 발생 시 치사율이 높다고 한다.
필자가 현재 머무는 곳은 로스앤젤레스 근교의 라크리센터 단독주택지역이며, 후리웨이는 좀 멀리 떨어져 있다. 조용하다고 알려져 있는 지역이지만, 두어 블락거리에 준간선도로가 지나고 있어 낮이건 밤이건 자동차소음 (타이어 파열음과 엔진소음)이 끊이지 않는다. 여름이라 창문을 열어 놓으니 더욱 소음이 심하다. 아마 65~70 데시벨 정도 일 것 같은데, 창문을 닫아야 60~65 데시벨 정도 되는 것 같다. 주변을 평화롭게 산책하다가도 간선도로는 물론이고 주택가 동네도로들도 빠르게 운전하는 차량들로 위험을 크게 느낀다. 인근에 아들 소유의 콘도가 있고 수선 중인데, 동네는 안전하고 한가한 편이나 인근에 고가 후리웨이가 달리고 있어 소음이 심하다. 문을 열면 70~75 데시벨은 되는 것 같고 창문을 닫아야 60~65 데시벨 정도이니, 이 대도시에서는 아무리 좋은 동네라도 55~60 데시벨의 조용함은 누구도 향유하지 못할 것 같다.
2024년 6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