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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복이 제대로 터진 날, 30km를 걸었다

서울둘레길 서울둘레길 3코스인 고덕-일자산 코스는 서울둘레길 8개 코스 가운데 두 번째로 길다. 8코스인 북한산 코스가 34.5km로 가장 길고, 고덕-일자산 코스는 26.1km다. 소요예상시간은 9시간. 결코 만만한 길이 아니다. 소요예상시간이 17시간인 8코스는 하루에 다 걷기 버거워 두 번으로 나눠서 걸었다. 첫 날은 15.5km, 둘째 날은 19km를 걸었더니 딱 좋았다. 고덕-일자산 코스는 두 번으로 나누기에는 길이가 애매하다. 그렇다면? 하루에 다 걷는 게 좋다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5월의 마지막 날, 고덕-일자산 코스를 걸었다. 소요예상시간이 9시간이라지만, 난이도가 초급이니 걷는 속도에 따라 1~2시간 정도는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대신 길이 단조로워 걷는 게 지루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길이 단조롭기는커녕 너무 좋았다. 걸으면 걸을수록 무릎에 무리가 가는 아스팔트길이나 콘크리트길이 대부분일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숲길과 산길, 도심길이 조화롭게 구성된, 걷는 재미가 있는 길이었던 것이다. 서울둘레길 3코스 고덕-일자산 코스 이 날은 걷는 복이 터진 날이었다. 가뜩이나 코스가 길어서 걷기 전부터 무리하지 말고 걸어야겠다고 다짐했는데, 길을 잃어 2km 이상을 더 걸어야 했으므로. 그 덕분에 3코스는 26.1km인데 이 날 걸은 거리는 30km 가까이 된다. 그 날 밤, 자면서 발바닥이 뜨거워지고 공처럼 부풀어 오르는 것 같은 느낌에 시달렸던 건 한꺼번에 많이 걸은 후유증이었다. 반갑지 않은 후유증이지만 어쩌냐. 사양할 방법을 모르니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그래도 기분은 하늘을 날아오를 것처럼 가벼웠다. 행복하기까지 했다. 이런 증세로 미뤄 보건대 걷기 중독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는 것 같다. 고덕-일자산 코스는 참으로 매력이 넘치는 길이었다. 이 길은 광나루역에서 출발해 암사동을 지나 길동을 거쳐 방이동으로 이어지면서 수서역에서 끝난다. 한강을 건너 고덕산, 일자산을 넘고 성내천, 장치천, 탄천을 끼고 걷는 길인데, 서울이 품고 있는 아기자기하면서 다양한 풍경을 보고 느끼면서 즐길 수 있다. 그래서 고덕-일자산 코스는 걸은 여운이 오래 남는 길이기도 하다. 광진교에서 내려다 본 한강. 한강경찰대 보트가 빠른 속도로 물살을 가르며 달리고 있다. 암사동 선사유적공원 광나루역 2번 출구에서 몇 걸음 걷지 않았는데 광진교가 눈앞에 펼쳐진다. 이 다리, 보행자를 위해 다리 중간에 쉼터들을 만들어 놨다. 나무와 꽃을 심어서 아기자기한 모양새를 갖췄다. 다리를 걸어서 건너는 이들이 많은가? 다리 난간에 달라붙어 한강을 내려다보고 있노라니 작은 경찰 보트 하나가 물살을 가르면서 시원하게 달린다. 암사동 선사유적지를 끼고 길은 이어진다. 고덕-일자산 코스의 길이가 길지만 않다면 잠깐 들러서 유적지를 둘러봐도 좋으련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도 코스가 유적지 옆을 따라 이어지기 때문에 걸으면서 유적공원 안을 슬쩍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숲이 우거진 고덕산을 지나 강동구로 들어오니 공원이 줄줄이 이어진다. 샘터공원, 방죽공원, 명일공원이다. 길은 공원 사이로 신비롭게 뻗어 있다. 그 길을 '강동 그린웨이'라고 부른다나. '그린'이라는 말을 괜히 붙인 게 아니다 싶을 정도로 숲길에는 나무가 많다. 이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좋겠다, 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시간이 날 때마다 이 숲길을 산책할 수 있을 테니까 서울둘레길 3코스 고덕-일자산 코스 샘터공원은 '아름 숲'이라는 이름도 갖고 있었다. 이곳에서 2010년 8월에 우리나라를 강타했던 태풍 곤파스를 오랜만에 떠올렸다. 엄청난 강풍을 동반했던 곤파스가 이 일대에도 피해를 입혀 아름드리나무 1600여 그루가 쓰러졌다고 한다. 엉망이 된 숲을 강동구 주민들이 지금처럼 울창하게 만들었다. 2011년에 500여 명이 나서서 4400여 그루의 나무를 심어 '아름 숲'을 조성했다. 길은 잠시 숲을 벗어나 도심을 거쳐 일자산으로 이어졌다. 경사가 그리 심하지 않지만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이어지는 숲길은 아무리 생각해도 '초급'이 아니다. 그렇다고 중급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약하다. 초급과 중급이 사이라고 하면 될 것 같다. 숲에서 간간이 뻐꾸기가 울었다. 그 울음소리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산비둘기가 소리를 길게 남기면서 울었다. 꿩은 가끔 화음을 넣듯이 짧은 울음소리를 냈다. 이따금 딱따구리 소리도 들렸다. 성내천에서는 중백로를 만났다. 사람이 지나가거나 말거나, 카메라를 들이대거나 말거나 녀석은 물속을 끈질기게 들여다보고 있었다. 서울둘레길에서 만난 중백로. ▲ 성내천에서 만난 물고기들. ▲ 햇볕이 뜨거운 날에는 다리 밑이 최고의 피서지. 성내천이나 장지천에서는 몸집이 큰 잉어들이 수심이 얕은데도 불구하고 무리를 지어 기운차게 헤엄쳐 다녔다. 물고기들은 몸을 곧추세우면 몸 일부가 물 밖으로 드러나건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날 오후에 비가 내린다고 해서 비옷과 우산을 챙겼는데, 비가 내리기는커녕 한여름마냥 햇볕이 뜨겁기만 하다. 숲길을 걸을 때는 괜찮은데, 천변을 걸으니 뜨거운 햇볕을 고스란히 받게 된다. 사람들은 시원한 그늘이 드리워진 다리 아래에 옹기종기 모여 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물고기들도, 새들도 마찬가지다. 양지와 음지의 온도 차이가 엄청나다. 그래서 이따금 다리 아래 그늘에서 쉬면서 준비해간 얼음물로 목을 축였다. 도착지인 수서역을 5km 남짓 남겨두고 길을 잘못 들었다.길 표지판을 못 보고 지나친 것이다. 평소 같으면 금세 길을 지나쳤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텐데 그러지 못하고 내처 걸었다. 뭔가 다른 생각을 했던 것이 분명하다. 그게 무엇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1km 이상을 걸었을 때야 정신을 차렸다. 리본이 보이지 않는다. 길 표지판이 보이지 않는다. 이 길이 아니다. 코스에서 벗어났다. 서울둘레길 3코스 고덕-일자산 코스 ▲ 서울둘레길에서 만난 산딸나무. 핸드폰으로 서울둘레길 앱을 확인하니 내가 지금 서 있는 곳은 제 코스에서 한참 벗어난 지점이었다. 이런이런. 한 시간 남짓만 더 걸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행복했는데, 걸어야할 길이 갑작스레 2km 이상 늘어난 것이다. 에구에구, 복이 터졌구나, 걷는 복이. 내가 아무리 걷는 걸 좋아한대도 이런 복은 사양하고 싶구나. 투덜거리면서 걸어온 길을 되짚어 걸었다. 당연히 걸음이 무거워질 수밖에. 수서역에 도착한 것은 오후 6시. 8시간을 걸었다. 이 정도라면 아주 양호하게 걷기를 마친 셈이다. 안 걸어도 되는 길을 걸은 것까지 포함하면 말이다. 물론 후유증은 남았다. 다리가 묵지근했다. 발바닥이 화끈거렸다. 그래도 물집은 잡히지 않았다. 예전에는 오래 걸으면 물집이 잡혔고, 툭하면 발톱이 빠졌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다행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병든 닭처럼 꾸벅꾸벅 졸았다. - 오마이뉴스 : 유혜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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