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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해의 역사와 전통문화 (상)

                                                                                                                                                                                     구 자 문

흥해는 지금 포항시의 교외부도심 역할을 하고 있지만 통일신라시대까지 거슬러가는 긴 역사를 지닌 고을이다. 흥해를 자주 방문하지만 유명하다는 흥해5일장을 구경한지는 오래된지라 일부러 시간을 내어 가보았다. 2017년 11월 15일 진도5.4 지진의 진앙지라서 많은 건물들이 금가고 파괴되었었다. 지금 겉모습은 많이 복구되었지만 사람들 마음속의 트라우마는 아직 깊을 것이다.

 

지금 흥해에는 지진복구를 위해 ‘도시재생뉴딜사업’이 진행되고 있어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데, 최대 관심사는 아직 보수 내지 재건축되지 못한 좀 더 심히 파괴된 주택들과 피해주민들의 문제들을 언제나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지진으로 인해 인구유출, 경제쇠퇴 등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데, 이 도시재생뉴딜사업을 통해 지진복구를 넘어서서 얼마만큼이나 도시부흥을 이룰 수 있을 것인지 등이다. 나는 포항에 살면서도 흥해의 구체적인 역사와 전통에는 무지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즈음 도시재생뉴딜사업 추진상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접하게 되면서 남겨진 유무형의 자산들을 알게 되고 이들을 어떻게 보전하고 키워나가야 할까라는 질문도 함께 가지게 되었다.

 

흥해에서 대표적인 역사성을 지닌 장소가 흥해시장과 그 인근이라고 생각된다. 지금은 흥해도심이 넓어지고 커피숍, 햄버거숍 등이 들어서 있고 자동차정비소나 주유소도 자리 잡고 있지만 도심 안쪽 길을 따라가다 보면 흥해사거리라고 불리는 곳이 나오는데 그곳이 흥해시장의 입구이다. 이곳 시장 안은 길도 좁고 건물들도 누추하지만 매주 2일과 7일인 장날은 많은 가게와 노점상들에는 고객들이 붐빈다. 콩 드문드문 들어가고 구멍 송송 나있는 옛날 빵, 각종 떡, 두부, 오뎅, 즉석구이 김 파는 곳 등이 있다. 또한 건어물집, 각종 모종과 화초 파는 곳, 싸전, 콩, 마늘 등 농산물 파는 곳, 내복, 등산복 등 옷 파는 곳도 있다. 물론 국밥집과 국수집도 있다. 장날에는 키우던 닭, 토끼, 염소 등을 파는 분들도 나타나고, 때로는 조그만 무대에 소규모 밴드가 공연하기도 한다. 지금 이곳 상인연합회 차원에서 전통시장 정비계획을 세우고 정부의 보조를 얻고 민자를 유치하고자 한다는데 이를 통해 전반적인 장터의 기능이 향상되고 5일장과 오래된 가게들의 모습이 잘 보전되었으면 좋겠다.

 

흥해시장 옆에는 영일민속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다. 이 건물들은 조선시대 사또가 집무하던 동헌건물이었다는데, 이곳에 예전 일상생활에 사용되었던 각종 민속 생활용구가 전시되고 있다. 여기 전시된 자료들은 이 고장에서 옛 부터 조상들이 사용하였던 고유의 유품들로서 이 지역 특유의 향토문화형성과정을 엿볼 수 있다. 한쪽 편에는 과거 평민들이 거주하던 농가주택을 건립해 놓았는데, 조그만 방과 부엌, 헛간, 우물, 뒷간 등이 있어서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30년전만 해도 우리나라 곳곳에 이러한 집들이 남아 있었다. 얼마 전 가 보았던 기계면 문성리의 새마을기념과 뒤편에 건립된 넒은 안마당과 대문 그리고 여러 개의 방이 있는 기와집이 양반댁이라면 이곳 영일민속박물관의 초가집은 평민의 것이다.

 

흥해들판은 매우 넓어서 과거부터 이 지역에 부유한 이들이 많았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 들판위로 많은 고가도로와 철도들이 건설되고 있다. 포항의 주요 부도심으로 발전됨은 좋지만 이러한 공사들로 인해 과거의 유물들이 파괴되거나 흥해의 농촌적·전통적 분위기가 흔적 없이 사라지는게 아닌가 걱정된다. 한국의 수많은 도시들처럼 과거의 건물과 가로가 근대화의 명분하에 크게 파괴되어 포항의 도심도 서울이나 대전 등과 차이가 없는 모습이 되어 버렸다. 미국식 도시가 태어나고 한국식 전통도시며 촌락은 사라진 것이다. 이곳 흥해읍에도 많은 근대식 건물들이 들어서 있고 약간 외곽에는 수많은 고층아파트들이 들어서 있으니 흥해시장 이외지역에서 역사와 전통을 찾기는 힘들다.

 

흥해시장의 건물들도 수백년전 건물들이 아니고 지난 40-50년전 지어진 건물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수백년 혹은 그 이상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온 우리 국민들의 생활상이 이 흥해시장에 남아 있다고 본다. 이곳 건물과 장소들의 보전이 중요하다고 보나, 더욱 중요한 것은 흥해5일장에서 볼 수 있는 전통적인 상행위며, 행사들이며, 주민들의 나누는 언어와 생활들이다. 얼마 전 신문을 보니 일제의 민족문화 말살로 폐허가 된 포항 흥해읍성을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흥해 도심 한가운데서 신축건물공사를 진행하던 중 성곽 주춧돌로 추정되는 돌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고 한다. 지금까지도 흥해 도심에서 성벽을 쌓았던 돌들은 흔히 볼 수 있었다. 이들을 한데 모아 보관하면 문화유산으로서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많은 이들이 ‘포항은 공장과 술집만 있는 역사와 문화가 없는 도시’라고 이야기 하지만, 잘 찾아보면 이곳에도 많은 유무형의 유적들이 남아 있다. 빈번한 외적의 침입으로 다 불타고 없어졌지만 이를 복원해나가는 작업도 중요하다고 본다. 경주에는 복원된 황룡사9층탑과 월정교가 있어서 지역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 포항시의 가장 오래된 장소들을 지닌 흥해도 흥해읍성과 같은 옛 자취와 숨겨진 스토리들이 접목된 공간이나 시설들을 발굴해내고 현대적인 시뮬레이션 기법을 동원해서라도 복원해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2018년 10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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