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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농통합시 포항에서 매일을 살아가며

                                                                                                                                                                     구 자 문

요즈음은 저녁시간에 즐겨 아파트단지 내부도로를 걷는다. 빨간 벽돌 깔린 한명이나 지나갈듯한 좁은 담장 안쪽 길을 걷다가 한옆에 설치된 운동기구들을 잠시 이용하다보면 10여분 시간이 소요되는데, 아파트가 고층이고 대단위라서 산책길이 꽤 긴데다가 나무와 수풀이 우거지고 깨끗이 정리되어 있어서 나름대로 쾌적한 산책이 된다. 비오는 날에는 우산을 받치고 걷는다. 물론 담장 밖 거리로 나가 구역을 한 바퀴 돌게 되면 30분이 흐른다.

 

일주일에 한번은 아파트 뒤편의 우거진 송림사이 산길을 걷기도 하고, 때로는 산기슭 따라 포장된 좁은 길을 걸어 몇몇 농가와 전원주택을 지나고 완만한 산등성이를 지나 숲속호수 ‘천마지’까지 가기도 한다. 그곳을 지나 가파른 산기슭을 돌아가면 전원형 대학캠퍼스가 나오는데, 그곳을 거쳐 되돌아오는 2시간짜리 산책 겸 등산을 하기도 한다. 동네에 근린상업시설만이 아니라 산과 호수가 있고 트래킹코스가 개발되어 있으니 많은 이들이 찬사를 보내고 있다.

 

필자가 사는 포항은 인구규모로 볼 때 대도시라기보다는 중소도시에 가까운 편인데, 그 도시의 부도심이자 신도시격인 이 마을에는 대단위 고층아파트 단지들이 들어서있다. 그리 넓지 않은 이 신도시에 7~8만이 모여 사는 것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고층아파트군락들이 멋지고 대단해 보인다. 학자들은 이를 ‘한국 스타일 고층주거단지’ 라고 칭하기도 한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잘 찾을 수 없는 스타일의 집단고층주거지이다. 과거 세계적 건축가 ‘르 꼬르브지에(Le Corbusier)’가 주창하던 고층대단위 ‘빛나는 도시’의 전형이 여기에 있다. 하지만 미국의 저명 저널리스트이자 도시철학자이던 ‘제인 제이콥스(Jane Jacobs)’가 주창하던 휴먼스케일 소규모개발과는 좀 거리가 있음도 사실이다.

 

세계적으로 네이버후드(Neighborhood)의식, 즉 동네의식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단독주택·저층주거지역이 아닌 고층집단주거지에 동네의식이 어떻게 존재하는지가 새로운 연구주제일수 있다. 미국의 경우 인구주택총조사(CENSUS)의 기본단위가 센서스트랙(Census Tract)인데 네이버후드와 일치되도록 노력하고 있고 그 경계선을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가 되어 있다. 물론 자연지형, 도로망 등에 영향을 받아 비격자형인데, 이 센서스기본유닛에 따라 센서스의 조사·발표가 이루어진다. 이러한 대규모 고층아파트단지에서는 외부와 격리하는 담장이 네이버후드의 경계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 안에 사는 이들은 지리적근접이 동네형성기반인 과거와는 다른 생활패턴들을 지니고 있다. 앞·옆집 사람들과 마주치면 가벼운 인사나 할 뿐이고, 정작은 좀 더 광역적으로 직장이나 동호인 관련 분들을 중심으로 만나는 것 같다. 이는 분명 도시적 모습이나, 이들의 대화, 인간관계, 마을 밖 풍경 등에는 비도시적 과거전통들이 크게 남아 있다. 필자는 서울 등 대도시들과 차별화된 이곳 지방도시의 시골풍 커뮤니티 삶을 즐기며 살아가고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서울에 살았고 외국생활도 오래했던 필자로서도 수도권에서 먼 지방도시인 이곳에서의 생활에 대해서 ‘살만해요?’ 질문을 받기도 한다. 필자는 당연히 ‘살만해요’ 대답한다. 이곳이 도시화되어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인간적인 면이나 색다른 삶을 동경하기도 하는 필자의 삶이 대도시 아닌 이곳에 좀 더 잘 맞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서울에 사는 친지들 방문이나 외국나들이 위한 국제공항접근성은 좀 불편한 편이나, 이 도시에서 20년 넘게 살아가고 있다. 주변을 운동삼아 취미삼아 걷는 것은 나만의 즐거움이 아닐 것이다.

 

과거에는 여름철에 동네를 걷다보면 버려진 쓰레기와 하수구냄새 때문에 산책이 꺼려지는 경우가 많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경우가 크게 줄었다. 하수처리시설이 좋아졌고 무단투기가 줄었기 때문이리라. 태풍으로 인한 며칠간의 폭우가 그치고 날씨 맑아진 어느 날, 숲길은 일부 진흙밭일 수 있어 포장된 산기슭을 걷고 있는데, 오물냄새가 심히 나는 것이다. 드문드문 위치한 숲 언저리 농가주택에 가까울수록 냄새가 심해져서 그때야 깨달았다. 그 원인이 ‘축산분뇨비료’ 때문이 아니고 ‘정화조(Septic Tank)’ 때문이라는 것을...

 

이 도시만 해도 우수·오수관로가 구분되고 도시전체를 아우르는 하수처리시설이 존재한다. 그러나 교외지역에서는 각 건물에 각자의 정화조가 설치되어야 하는데, 일부 농가에는 재래식 축사나 화장실이 남아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들이 제대로 설치·관리되지 않으면 장마 시 흘러넘칠 것이다. 주변은 벼 익어가는 논이고 야채·과일 심어진 숲과 들판인데, 이 폐수·오수가 우수에 섞여 도랑을 타고 강으로 흘러들어 강과 바다를 오염시키는 것이다.

 

한두주 후 산책을 나서면서도 전에 악취 풍기던 그 길은 피하게 되었다. 비 갠지 오래니 말짱해졌을 것이지만... 과거에는 이러한 일들이 더욱 많았을 것이나 국가의 경제산업이 발전하고 도시인프라가 갖추어지면서 쓰레기며 폐수처리기능이 크게 향상되었다. 그러나 아직 완벽하지 못해 보완해야할 부분들이 없지 않음이 현실인 것 같다. 우리 서울이나 미국·일본의 도시들이 이러한 면에서 좀 나을 것이라 보아지지만, 이들도 문제가 없을 수 없을 것이며 각자 그때그때 보완할 부분을 찾아내고 고쳐가고 있을 것이다.

 

2018년 10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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