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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 이산 가족의 상봉                  청초  이용분(7회)

  •  
  •   유례없이 폭설이 내려 쌓이면서 벌어진 동해안의 눈사태, 울산의 어느 산중턱의 어떤
  • 리조트 강당에서 열린 부산외대 신입생들의 M.T. 현장을 높게 쌓인 눈의 무게에 지붕이
    무너져 내렸다. 새순 같은 젊은 학생 십여명이 미쳐 피어 보지도 못한채 유명을 달리한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그런 어수선한 와중에도 불구하고 그토록 눈이 빠지게 염원
    하던 이 민족적인 행사는 강행되었다.  

      남북 이산가족의 만남은 금강산 휴계소에서 3년 4개월 만에 다시 열렸다.
    여전히 끝도 없이 큰 눈발이 흩날리는 속초항. 오랜 염원으로 한이 맺힌 이산가족의 바램에
    이런 눈 따위는 아무런 방해가 되지 못했다. 버스를 타고 굵은 함박눈이 펄펄 쏟아지는
    눈길을 혜치고 달려온 혼자서는 몸을 가누기조차 힘이 드는듯 휠체어를 탄 너무나 쇠하고
    늙어버린 부모 형제들. 어느 날엔가 갑자기 이 세상을 떠나게 될지 알 수 없는 병상의
    아버지 어머니도 생전에 보고 싶은 마음에 주저없이 이 길을 나설 수밖에 없는 이 절박한 
    바램을 그 누가 막으리오.    

      마치 큰 명절날이나 결혼식에 참석 할 때 입음직한 화려한 한복으로 치장을 한 이북의 여자 상봉자들, 깔끔한 양복으로 차려 입은 남자 형제들...  
    그러나 자세히 드려다 보니 한눈에 속살이 훤히 드려다보이는 갑사 여름 옷감에 매끈한 양복도 마치 다함께 맞춰 입은 제복처럼 어색하다. 그에 비하면 우리 측 친척들은 겨울다운 따뜻한 옷차림으로 보기에도 자연스럽다.  

      우선 반가운 인사와 만나고자 하던 친척인지 여부 신상 확인을 한 후 서로 얼싸 안았다.
    잠시간 서로가 어색하고 말문이 맊힌채 정적이 흐른다. 사람이 함께 살아 가며 자주 만나
    평소 생활에 대한 화제가 연결되어야 자연스레 이야기가 스스럼없이 나오게 마련이다.
    오직 핏줄이란 이름으로 몇십년만에 만나니 갑자기 무슨 말부터 시작할지 주춤되게 되는거지 어찌 자연스런 대화가 샘 솟겠는가.

      그들은 그토록 만나기 바라던 아버지와 어머니인 사람은 몇몇 일뿐 낯이 선 그 들은 이미
    중년의 나이가 든 손자뻘이거나 조카들 한대가 벌어졌기 때문에 함께 한 공통화제가 뜨기도
    하다. 납북 선원인 젊은 형제는 두 손을 마주 잡고 만지고 또 어루 만지고 형제의 몸을
    이리저리 쓰다듬듯 하며 손길을 놓을 줄을 모른다. 어떤 이는 오매불망 만나고자 했던
    어머니는 오직 영정으로만 뵐 수 밖에 없다. 오랜 기간 기다리다 지쳐서 이미 이 세상을
    하직 하셨기 때문이다. 직계가족이 만난 사람은 단 7%뿐이었다고 한다. 

      침대에 누워서 앰불런스를 타고 왔던 병상의 아버지는 너무 흥분을 하여 혹시 그 자리에서
    유명을 달리할까 저어되어 머리맡에 오매불망 보고지고 찾아 온 딸자식들을 그냥 놔둔채
    슬픈 작별을 고한다.  
    "아버지, 돌아가시면 안돼요, 통일이 될 때까지 살아계셔야 돼요."
    울부짖는 딸자식들의 한 맺힌 절규를 뒤로한 채 침대위에 누워 이끌리어 떠나야 되는 늙으신 아버지. 그들 중 몇몇은 다시 병원으로 되돌아 가야만 되었다.  

      남쪽 친척들이 북한 거주 친척들에게 선물하려 가지고 온 선물꾸러미를 드려다 보니 개성공단을 비롯 북한에서 그토록 인기가 좋다는 쵸코파이와 쵸코렡에 설탕등 생필품과 비타민류 내복 오리털 파카등 옷 종류다. 그들이 준비한 선물은 모두 그들 정부당국자가 마련해 준 선물인듯 모두 술 공예품 종류다.

      즐거운 식사에 술잔이 오가고 두 시간 남짓 개별 만남에서 겨우 조금은 어색을 면하고 편안 하게 되었는데 총 열한시간 남짓 만나고 바로 이별을 고하게 되어 있다. 주름진 얼굴뒤에 숨겨진 모습에서 이제 한 핏줄임을 겨우 더듬어 알아 이무러워지려고 하는 데 언제 또 다시 만나질지 모르는 생이별이라니...
    이왕에 예정된 대로 이렇게 하는 줄은 알았지만 생살을 떼어 내는 것 같은 이 슬픔을 어찌
    감당하랴...  

      다행히 날씨가 푹하여 덜 추웠겠지만 외화내빈이라 그들의 화려한 여름 한복이 눈에 거슬리고 내내 안쓰럽다. 너무나 늙어 버려 표정조차 안 되던 어머니 일그러진 얼굴이 조금 환하게 펴졌나 싶은 데 이제 또 언제 만날지 모르는 기나긴 이별의 순간이 다가왔다.  

      버스를 타고 막 떠나야 되는 절박한 순간 안타까운 표정에 앞을 꽉 막아 버린 버스유리창
    넘어 서로 손바닥을 마주 대도 전해지지도 않는 체온으로 아무리 웨쳐도 들리지도 않는
    목소리 없는 입모양으로, 몇자 써 그적인 글자로 서로 긴 작별을 고하는 그들의 모습이
    처절하다 못해 피 맻힌 절규처럼 사람의 애간장을 도려낸다.  

      이제는 남쪽으로 떠나가는 버스를 쫓아가다 속도를 내고 달리는 버스에 못미치자 그 뒤에
    대고 무어라 소리치며 두손을 마구 흔들어 대는 여인의 모습이 시야에서 영 지워지지 않는다.그들의 진한 슬픔이 절절히 달구워져 나에게 전해져 가슴이 뭉클 해 진다.
    이런 비극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 지구상 어디에 또 있을까.

    단발성(短發性)으로 이처럼 헤어지지 않고 만나고 싶을 때 아무 때고 만날 수 있는 날이
    우리에게는 언쩨쯤이나 올까.내일 또다시 다른 이산가족의 상봉이 이루워 진다고 한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런 슬픔을 곱씹어야 되나 한숨이 절로 나온다.

                                                         2014년 2월 15일
  • (그후 4년반이 흐른뒤 다시 이산가족 만남이 다시 재개되었다. 한세대를 걸러뛰어 대부분 직계가 아닌 방계혈족으로 이루어지는 이 슬픈 만남은 그나마도 운이 좋은 사람만이 누릴수 있는 아주 어려운 기회만이 주어진다. 더 늦기전에 언제쯤 우리의 모든 백성들이 보고 싶을때 자유롭게 서로를 보듬어 안을수 있는 날들이 오기나 하려는지...)
  •  
  • 매번 이산 가족 상봉이 회를 거듭할수록 내 친부모자식 관계는 점점 드물어져 가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나마도 개인별 상봉으로 바뀌면서 아주 절실하고 命이 길어야만 만나는 몇몇 친자가족 외에는 이제는 몇년만 지나면 그 의미 마저 퇴색하지 않을까 하는생각이 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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