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농게시판

2017.11.10 22:35

모처럼 가본 모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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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처럼 가본 모란장                        청초 이용분(7회)



서서히 김장철이 다가온다. 나이를 먹으니 입맛도 변하는 모양인지 요즘은 배추김치가 싱겁다. 어쩌다 가본 한정식 집에서 젖국으로 자작하게 담근 무청김치가 쌉싸름한 게 입에 들어 맞는다. 지난번에는 그 김치를 담갔었다. 떨어져 가기에 다시 같은 김치를 담글 요량으로 가까운 농협에 가보아도, 2주일에 한번 열리는 마을 시장에 찾아 보아도 이를 살수가 없다. 우리 집 근처에는 마땅한 재래 시장이 없다. 하는 수 없이 나흩날 모란시장 터에 가 보기로 했다.

몇달 만에 가 보는 시장이다. 날씨는 봄날처럼 따뜻하고 쾌청하다. 모처럼만에 남편과 함께 하는 나들이다. 집에서 나올 때부터 멀리서도 잘 보여 빨리 찾을 수 있도록 남편은 빨간 야구 모자를 썼다. 휴대폰은 진동으로 한손에 꼭 쥐고 다니도록 당부를 해 놓았다. 우리는 짐 싣는 시장용 작은 수례를 끌고 집을 나섰다.

언제나처럼 모란 전철역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모두 무언가를 사거나 시장구경을 하려고 나온 모양이다. 김장용 고추를 사야 됐다면은 벌써 와 봤을 일이지만 올해는 작년의 묵은 고추가루가 많이 남아 있어 안사도 되기에 오지 않았다. 올해의 고추 값은 한창 고추가 영글어 갈 무렵 끝도 없이 쏟아진 가을 비로 인해 아주 흉년이라 비싸기도 하니 다행이다.무 배추가 풍년이면 양념꺼리 고추 마늘이 비싸고 양념거리가 싸면 배추가 흉년이어 비싸게 마련이다. 오묘한 자연의 순리다.

목적이 서로 다른 우린 그는 꽃가게가 많은 쪽으로 찾아 가고 나는 시골 사람들이 자기 밭에서 나온 농산물을 팔러 나오는 본 시장에서 갈라져 있는 뒷골목 시장으로 향해 각각 헤어졌다. 사람들로 복작복작한 본 시장 통을 피해 가려니 이곳에는 닭,오리,거위,흑염소,토끼,하다 못해 고양이까지 육용으로 팔고 있다.

한켠에 전국적으로 유명한 육견(肉犬)을 파는 골목도 지나가게 되었다. 철창 안에는 하나같이 황소처럼 누런색을 띈 커다란 황구들을 수도 없이 가두어 놓고있다. 이제 식용견과 애완견은 구별을 해서 키우는 모양이다. 모두 생을 포기한 듯한 표정의 그들을 보면서 너무나 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한참 전 프랑스의 여배우 브리짓트 바루도가 한국사람들은 개고기를 먹는 미개인이라는 비아냥을 해 우리의 비위를 건드린적이 있다. 이제는 정말 식용견을 구별해서 키우는 모양이다.철창망 속에 갇혀서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기세좋게 한낮에 우는 숫탉 소리가 처량하다.

그옆 길목에는 가을이라 온갖 약재가 팔리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야생화 구절초가 꽃송이도 덜 마른 채 단으로 엮겨져 약초로 팔려가고 있다. 오미자나 말린 황국화꽃송이들도 차 재료로 팔고 있다.

드디어 내가 찾던 골목에 들어 섰다. 보기에 어수룩한 시골아주머니들이 늘어앉아 무언가를 팔고 있는 골목이다. 상품 가치가 별로 없어 보이는 하잘 것 없는 야채들도 늘어놓고 팔고 있다. 자잘한 애호박. 늙은 호박, 호박잎, 연근, 우엉, 토란 대 말린 것, 표고버섯, 느타리버섯, 고구마, 고구마 순, 끝물 풋고추, 생강, 옥파, 없는 게 없이 파는 것도 가지가지다. 내가 사려는 무청 무는 마땅한 게 눈에 띄지 않는다.

요즘 들어 갑자기 무이파리의 영양에 대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무 이파리를 먹기 시작한 모양이다. 무를 사가는 사람마다 예전에는 뜯어 버리던 무 이파리를 모두 가져간단다.

드디어 내가 찾던 무청을 파는 좀 늙수그레하고 바짝 마른 중늙은 아주머니가 있다. 얼마인가 물었더니 한무데기에 4천원이란다. 오후라 이파리들이 모두 시들어 버려 상품가치가 떨어져 보이는 물건을 요즘 김치꺼리 값보다 너무 비싸게 부른다. 시골이라지만 도시화가 된 이곳 사람들은 세상 물가와는 상관없이 자기것이 제일인듯이 부르는 게 값이다.

그냥 지나쳐서 다른 곳을 물색을 해보니 추럭을 세워 놓고 파는 야채 장사의 물건이 눈에 띄었다. 아주 싱싱하고 연한 줄기가 기다란데다 총각무까지 달렸으니 차라리 이 물건이 쓸만하다. 요즘 치아가 시원찮은 나는 무 달린 걸 피하려다 보니 사기가 어렵다. 이 물건은 무를 버리더라도 무청도 아주 연하고 길다. 무도 맛을 보니 연하고 달다. 한 무더기에 2천원 두 무더기에 4천원어치를 샀다. 아까 그 시골여인이 팔던 것 보다 훨씬 양도 많고 싱싱하다. 역시 물건은 돌아 다녀 보고 사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무청을 샀으니 남편을 만나야 된다. 수많은 사람들의 소음 속에 전화벨 소리가 들리기는 할까. 염려와는 달리 전화를 얼른 받는다. 진동으로 전화를 손에 쥐고 다닌게 주효다. 그런데 그 넓은 시장바닥에서 어디로 가야 만날지 영 짐작이 가지 않는다. 결국은 서로가 잘 아는 장소까지 무거운 걸 끙끙대며 들고 가서야 빨간 모자 덕분으로 쉽게 만날수 있었다.

표고버섯이 싸다. 지난번 칠갑산 갔을 때 사왔던 값보다 싸다. 슈퍼에서 한개에 천오백원인 부루쿨리가 3개에 2천원. 무청김치를 담구는 데 필요한 쪽파가 아주 큰것 한단에 천오백원, 생각 밖으로 올해 야채 값이 싸다.

돌아오는 길에 팥 앙금이 짙고 동그런 찹쌀 새알심이가 먹음직한 팥죽과 수수부꾸미를 사가지고 돌아 왔다. 나 혼자서라면 해볼 엄두를 못낼 일이다. 그간 그의 건강이 좋아진 덕분에 운동 삼아 다녀 온 나들이다. 장터에 가 보면 삶의 활력소가 꿈틀대며 넘쳐서 살아 움직인다.

살아 가기에 지치거나 우울할 때면 장터에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러면 모든 힘든 일들이 하찮게 여겨질터이니까...

 

(무청=무이파리)
                                                                    201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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