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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산세·넉넉한 품 두륜산의 등산 코스


 두륜산 고계봉에서 본 노승봉, 가련봉. 가련봉이 두륜산의 주봉이다.

두륜산은 해남의 진산이다. 음식, 문화 등 남도의 특징이 집약돼 있다. 
이를 높이로 환산하면 해발 700m가 아니라 3000m급이라 할 수 있다. 
올 여름 피서, 두륜산 하나로 충분하다.


 대흥사 전경. 오른쪽 부처님의 얼굴을 닮은 봉우리가 두륜봉이고 
왼쪽의 손과 같은 모양의 봉우리는 노승봉, 가련봉이다.

'두륜.' 발음할 때 입술과 혀가 동그랗게 말리면서 동시에 '우운'하는 여운이 입안에서 부드럽게 울린다. 
그 말소리 때문인가? 본인은 늘 두륜산하면 유려한 능선이 떠오른다. 
발음도 그렇거니와 이름의 한자어도 각각 동그란 형태의 ‘머리’와 ‘바퀴’를 지칭하니 
‘두륜산은 둥그렇다’고 그 생김새가 가장 먼저 유추되는 것이다.

실제 두륜산은 이런 이미지와 대충 들어맞는다. 산 능선이 대체적으로 둥글둥글하기 때문이다. 
능선 뿐인가? 그 안의 대흥사 또한 ‘동그란’ 둥지 안에 포근하게 자리 잡은 모양새다. 
뭐든 생김새가 모나지 않으면 대하기가 편하기 마련이다. 두륜산 또한 그렇다. 
뾰족한 봉우리들의 위세가 없어 웅장하고 장쾌한 멋은 덜하지만 두륜산은 확실히 친근한 요소를 두루 갖췄다. 
사람으로 치면 서글서글한 인상이라 자꾸 생각나는 산이라 하겠다.


 고계봉 정상. 여기서 노승봉으로 가는 공식적인 등산로는 없다. 
고계봉까지는 케이블카가 연결돼 있다.

'두륜산, 만세를 누리리!'

두륜산(頭輪山, 703m)은 전라남도 해남군 삼산면·현산면·북평면·옥천면에 걸쳐있다. 
면적과 규모가 그리 작은 편도 아닌데 두륜산은 여느 산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다. 
여기까지의 교통편이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이 산의 이름이 백두산과 중국 곤륜산에서 비롯됐다는 거창한 말이 있는데 
국토의 끄트머리에 있다는 소외감을 덜어주기 위한 배려 같은 느낌이 든다. 
두륜산 연봉들이 바퀴처럼 둥글게 휘돌았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거나, 
둥글넓적하게 생겨 ‘둥근머리산’이라고 불렸다는 설명이 오히려 그럴듯하다. 
또 대흥사에서 두륜산을 바라보면 고계봉, 노승봉, 가련봉, 두륜봉 등의 봉우리들이 
마치 부처의 머리와 손, 발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이를 가리켜 
두륜산의 ‘륜’이 불교에서 말하는 수레바퀴를 뜻한다는 말이 일견 더 타당해 보인다.


 대흥사에서 일지암으로 가는 길. 시멘트 포장길이 다소 아쉽다.

이처럼 두륜산은 불교의 색채가 짙은 산이다. 
임진왜란 때 승병을 이끌었던 서산대사와 다도를 중흥시킨 초의선사의 발자취 덕분이다. 
특히 서산대사는 묘향산에서 입적할 당시 자신의 의발을 대흥사에 두도록 유언했는데,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고 한다.

'여기의 진귀한 풀과 꽃은 항상 아름답고 옷감과 먹을 것 또한 항시 끊이지 않는다. 
내가 보건대, 두륜산은 모든 것이 다 잘 될 만한 곳이다. 
북쪽의 월출산과 남쪽의 달마산이 하늘과 땅을 튼튼히 받치고 있고 
동쪽의 천관산과 서쪽의 선은산, 그리고 바다가 둘러싸 지키고 있으니 
이곳은 만세토록 불훼의 땅이 될 것이다!'

지금 대흥사 입구의 울울창창한 숲을 보면 서산대사가 내다본 미래가 바로 오늘날이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대흥사는 서산대사의 제자들이 그의 의발을 옮겨옴과 동시에 사세가 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예사롭지 않은 절을 품고서도 두륜산은 
오랫동안 교통 오지 지역에 있던 탓에 일반인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가 1979년 12월 도립공원으로 지정돼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보호를 받기 시작하면서 점차 그 이름을 알져지기 시작했다. 
당시 신문기사를 보면 이때까지 두륜산은 관광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일지암에서 북미륵암으로 가는 길. 두륜산은 찾는 사람이 비교적 적다. 
바위에 낀 이끼는 사람 발길이 적다는 걸 의미한다.

‘두륜산은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지가 5년이 넘도록 개발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으며 
관광시설도 빈약해 관광객이 들렀다만 돌아간다. 대흥사에서 3km 떨어진 곳에 
민박촌을 만들어 놓았으나 수학여행 철을 제외하고 찾아오는 사람이 거의 없다.’

2002년 대흥사 입구부터 고계봉까지 연결된 국내 최장 케이블카가 생기면서 두륜산은 관광명소로 재탄생했다. 
부근의 민박촌은 깔끔하게 정비됐고 곳곳에 ‘한옥 게스트하우스’들이 생겼다. 
땅끝마을과 두륜산, 고산 윤선도의 고택으로 이어지는 해남 관광코스는 이제 일반적이 됐다.


두륜봉 아래는 널찍한 평지다. 여기서 바로 대흥사로 갈 수 있다.

그래도 여느 국립공원, 도립공원에 비해 두륜산을 찾는 관광객들의 수는 여전히 그리 많지 않다. 
제철이 아니면 다소 썰렁한 민박촌과 적자에 허덕이는 케이블카가 그 예다. 
아무래도 도심지와 멀리 떨어진 탓에 변화가 더딘 게 큰 이유일 것이다. 
이 산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에게 이런 점은 불만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의 청정한 두륜산은 사람들의 뜸한 발길 덕에 유지될 수 있는 건지도 모른다. 
두륜산이 만세를 누리리라는 서산대사의 예언은 지금의 상황까지 내다본 결과임이 분명하다.

산행에 재미를 더하는 암자 순례

생김새가 둥글납작한 것과 더불어 불가의 향이 짙게 밴 두륜산, 
그 등산로마저 등산객에게 한없이 자비로울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그렇지는 않다. 
두륜산은 사실 수많은 된비알로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흥사에서 두륜봉으로 향하는 계곡이 그렇고 또 일지암,


 노승봉 정상. 구름만 없으면 해남 평야와 강진만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북미륵암으로 가려면 다리에 알배길 각오를 해야 한다. 
게다가 노승봉, 가련봉과 이어진 암릉은 때때로 아찔하기도 하다. 
이런 불편한 요소들을 거뜬히 제압할만한 매력적인 코스가 있다. 
두륜산이 곳곳에 숨겨놓은 암자들을 거치는 길이다. 
이 코스가 매력적인 이유는 이 길이 이따금 스님들의 산책로로 쓰인다는 것이다. 
절에 머무는 스님과 마주앉아 차 한 잔 하는 것도 가능하다. 
공식적으로 정해진 길이 없어 내키는 대로 이어가는 맛까지 있다.

산행 중 거치게 되는 절집들

두륜산에는 일지암, 북미륵암, 상원암, 진불암, 관음암, 청신암, 백화암 등 여러 암자가 있다. 
등산로를 통해 여기의 모든 암자를 하루 만에 둘러보려면 시간과 힘이 꽤 든다. 
암자도 들르고 노승봉, 가련봉, 두륜봉에도 올라보고 싶다면 
백화암, 일지암, 북미륵암, 진불암 정도를 택해 코스를 도는 게 좋다. 
이 세 암자는 모두 등산로와 가까운 곳에 자리 잡아 들르기에 편할 뿐만 아니라 
주변 경치도 좋아 쉬었다가 가기에 제격이다.


 
비구스님들의 정갈함 느낄 수 있는 곳-백화암-

백화암은 장춘동 숲길에서 대흥사로 가는 길에 있다. 암자 순례 중 가장 먼저 들를 수 있는 곳이다. 
비구스님들이 반질반질 닦아 놓은 쪽마루는 행여나 더럽혀질까 섣불리 앉지 못할 정도로 정갈하다. 
대로가 바로 옆인데도 심심산골에 들어앉은 것 마냥 차 소리, 사람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그 고요함에 파묻힐라치면 스님들이 먼저 다가와 차 한 잔 권한다.


 
누구나 들러 차 한 잔 얻어 마실 수 있는 곳-일지암-

대흥사에서 일지암으로 가는 길은 다소 가파르다. 
시멘트로 포장된 점도 아쉽지만 암자는 이런 섭섭함을 달래고도 남는다. 
한국 다도문화를 정립한 초의선사가 오래 머물렀던 곳인 만큼 암자 한 구석에는 늘 다기가 마련돼 있다. 
굳이 차를 마시지 않더라도 주위를 둘러싼 두륜산 산세를 감상하면서 사색을 즐기기에 좋다. 
이따금 암자에서는 미술 전시가 열리기도 한다.


 

 
마애여래좌상의 온화한 미소를 볼 수 있는 곳-북미륵암-

일지암에서 나와 그대로 오르막길을 통하면 얼마 안 가 갈림길이 나온다. 
여기서 왼쪽으로 20분쯤 가면 북미륵암이다. 
절에 당도하면 ‘불공견’ 한 마리가 마중을 나오는데 
절집의 목탁소리와 불공소리에 길들여진 덕분인지 온순하기 그지없다. 
위쪽의 용화전에는 신라시대에 만들어졌다는 마애여래좌상이 있다. 
온화한 미소에 도취될 수 있으니 살짝 들여다보길 권한다.


 
두륜산의 품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곳-진불암-

두륜산 암자 순례의 마지막을 진불암으로 정해도 좋다. 
노승봉, 가련봉, 두륜봉의 거친 암릉을 지나왔다면 여기서 다리쉼을 하는 게 적절하다. 
낮은 담장아래 핀 수국은 물론이고 그 너머로 보이는 두륜산의 
넉넉한 품이 몸과 마음을 절로 치유해주기 때문이다. 
탁 트인 마당에서 맞는 산들바람 역시 그동안 흘렸던 땀을 말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대흥사로 이어진 고즈넉한 오솔길은 덤이다.

information
밭 전(田)자 형태의 코스, 입맛대로 산행 가능


 두륜산 케이블카.

1코스 매표소~장춘동 숲길~대흥사~표충사~북미륵암~오심재~노승봉~가련봉~만일재~두륜봉~진불암~표충사(5시간)

2코스 매표소~장춘동 숲길~표충사~북미륵암~천년수(만일암터)~두륜봉~진불암~표충사(3시간 30분)

3코스 매표소~장춘동 숲길~표충사~일지암~천년수(만일암터)~만일재~두륜봉~진불암~표충사(3시간)


 진불암에서 대흥사로 내려가는 길에 만난 스님.

두륜산을 오르는 방법은 실로 다양하다. 대표적인 등산로가 
밭 전(田)자 형태로 되어 있어 가고 싶은 곳을 정해 마음대로 산을 탈 수 있다. 
덕분에 산에서 길을 잃거나 조난을 당할 위험이 비교적 적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 두륜산은 둥근 산세와 달리 오르막이 꽤 급한 편이다. 
특히 노승봉, 두륜봉으로 가는 길이 꽤 힘들다. 무리다 싶으면 다른 코스로 빨리 갈아타는 게 좋다.

그래도 다행히 암릉 오름막 곳곳에는 데크가 설치돼 편하게 정상까지 갈 수 있다. 
그런데 이 데크 때문에 명소를 지나칠 가능성이 있다. 두륜봉 아래의 구름다리가 그 예다. 
데크를 통해 편하게 올라왔다가 주위를 둘러보지 못해 
코앞의 구름다리를 발견하지 못하고 도립공원 측에 문의하는 일이 잦다고 한다.

3개의 코스 외에 오소재에서 노승봉으로 바로 오르는 코스도 있다. 
이 길은 노승봉까지 가는 가장 짧은 길이지만 
너덜지대를 통과하므로 위험할 뿐만 아니라 경사도 급하다.

볼거리

두륜산 케이블카

2002년에 생긴 국내 최장의 케이블카다. 대흥사 입구에서 출발하며 고계봉 아래까지 이어져있다. 
케이블카 상부역사에서 고계봉 전망대까지 200m에 불과해 편하게 두륜산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대인 9000원, 소인 6000원이며 30인 이상 단체는 일인당 8000원이다.


 
오소재 약수터

오소재 약수터는 해남 명물이다. 2009년 군에서 이곳에 자외선 소독기를 
설치하고부터 연중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며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목포나 광주에서까지 와 물을 떠가는 사람이 있을 정도며 
오소재 약수터 때문에 해남에서는 정수기 장사가 안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 약수터가 이렇게 인기가 많은 이유는 오랫동안 해남 지역을 지배해 온 식수난 탓도 있다.





         월간마운틴 ; 윤성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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