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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12 00:00

군산의 낭만 -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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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린 박대의 고향 신영시장


금요일 오후, 문을 연 곳보다 셔터를 내린 곳이 많은 신영시장은 


원래 비슷한 재래시장이었다가 새로 지은 커다란 마트형 건물로 자리를 옮긴 


근처의 공설 시장과 비교하니 어쩐지 더 쓸쓸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건어물에 있어서는 여전히 이곳을 제일로 쳐준다. 


드문드문 가판대에 자리한 반건조 갈치, 곰치, 붕장어, 


조기를 지나 드디어 말로만 듣던 박대가 나타났다. 




꼭 세 살 난 조카가 종이에 삐뚤빼뚤 그린 2D 그림처럼 빳빳하고 납작한 몸통에 


머리 한쪽 끝에 몰려 붙은 눈과 조그만 입이 어쩐지 얄밉고도 귀엽다. 


가자미 친척뻘인 박대는 서해에서 주로 잡히는데, 가자미보다 담백하고 


남해에서 주로 잡히는 서대와도 또 다른 오밀조밀한 맛이 있다. 


뼈와 비늘을 발라 하루 건조한 박대는 


프라이팬에 기름 둘러 살짝 튀겨내면 금세 야들야들한 살이 올라온다. 




시장 끄트머리에서는 꼬들꼬들하게 말라 반투명해진 


박대를 늘어놓고 한산한 시장을 지키고 있는 어르신을 만났다. 


40년도 넘게 매일 새벽 4시 반에 새벽장에 들렀다가 저녁까지 장사를 해온 


고단한 일상에도, 사진 한 장 부탁드리자 소녀 같은 웃음으로 연신 쑥스러워하신다. 


다음엔 좀 더 이른 시간에 와서 북적대는 시장 통을 구경하고 싶다. 


주소 군산시 동신영길 36
영업시간 첫째, 셋째 주 일요일 휴무
문의 070-7788-3412



일본식 가옥을 재현한 게스트하우스 고우당


여행객으로서 먹고 놀고 구경하기 큰 부족함 없는 군산에서 가장 고민되는 건 잠잘 곳이다. 


어쩐지 좀 다른 용도에 특화된 것 같은 수상한 모텔과 


여인숙에 가까운 몇몇 숙소 외에는 유난히 깔끔 떠는 성격도 아닌데 


마땅하게 묵을 곳을 정하기가 고민스럽다. 


그런 와중에 눈에 띄는 곳이 최근 생겨나고 있는 게스트하우스다.


 


‘고우당’은 이런 게스트하우스 중에서도 일본식 건축물 등 


볼거리가 모여 있는 구 시가지 한복판에 있어 


여행 온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다다미를 깐 바닥이나 일본식 목조 외관 등 


당시 일본식 가옥의 모습을 복원해 체험의 의미도 더했다. 


봄, 여름이면 꽃이며 풀이 연못과 함께 멋들어진 풍경을 연출하는 일본식 중정은 


숙소에 묵지 않는 이들도 지나는 길에 한번쯤 구경하곤 한다. 


주말 숙박은 일찌감치 마감되므로 예약하길 권한다.
주소 군산시 구영6길 13
문의 063-443-1042




군산의 밤이 더 매력적인 이유 메카닉


전주 여자와 군산 남자는 함께 바텐더로 일하던 바에서 처음 알게 되어 


십수 년간 호형호제(둘은 연인 사이가 아님을 강조했다)하며 지냈다. 


경력이 쌓이면서 간절해진 건 나만의 공간. 


이런저런 소품이며 가구를 더하고 빼고 허물고 채우면서 


지난가을을 꼬박 보낸 이들의 고생이 촘촘하게 가게 내부를 채우고 있다. 


주워 올 줄은 알고 버릴 줄은 모른다는 남자 주인 덕에 


공사 후 남은 자재며 공구마저 벽 한쪽에 빼곡히 전시되어 있지만, 


타고난 센스 덕에 규칙 없이 늘어선 폐자재마저도 


그럴싸한 인테리어 소품으로 느껴진다. 


칵테일 중 과육이 양껏 들어간 자몽 모히토와 


블루베리 마티니는 여자 둘이 떠나온 군산의 밤을 근사하게 마무리해준다. 


그중에서도 보드카에 로스팅한 원두를 넣어 2주 이상 숙성시킨 ‘커피빈 보드카’는 


한 모금 들이켜고 나서도 한동안 진하게 여운을 남기는 고소한 커피 향이 일품이다. 


병째 서울로 들고 올라와 어느 늦은 저녁 군산을 추억하며 홀짝였다. 
주소 군산시 구영7길 56
영업시간 12:00~02:00
문의 063-910-9945 




젊은 연인을 위한 호숫가의 낭만 티티카카


구 시가지에서 조금 아래쪽으로 내려오면 나타나는 은파 호수공원. 


으레 잠실 석촌호수나 일산 호수공원 정도겠거니 했더니 웬걸, 


그 광활함이 작은 도시의 저수지라고 얕보았나 싶어 미안한 정도다. 


호숫가를 따라서 느긋하게 걷다 보면 카페와 레스토랑이 종종 나타나는데, 


이곳도 그중 하나다. 쾌활하고 넉살 좋은 ‘티티카카’의 주인은 


군산의 젊은이들은 어디에 모여서 노는지 다 아는 척척박사다. 




지어진 지 30~40년 정도로는 명함도 못 내밀겠다 싶은 옛 정취 가득한 군산에서 


젊은 주인들이 뭉쳐 운영 중인 가게들을 탐방하고 싶다면 


주인의 믿음직한 정보력이 도움이 될 것이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서울에 살다가 8~9년 전 


고향인 군산에 내려와 2010년부터 이곳을 운영하고 있는 덕분에, 


카페는 주인의 예술적 감성이 묻어나 자유분방한 분위기다. 


주인이 추천하는 방문시간은 밤 9시. 


은은하게 조명이 드리운 호숫가 테라스에 


연인과 마주 보고 앉아 있으면 헛헛하던 분위기도 금세 로맨틱해진다.


주소 군산시 은파순환길 92
영업시간 11:00~24:00
문의 063-443-5541




아픈 역사도 역사인 것을 동국사


구 시가지 주택가 한복판에 자리한 동국사는 


우리나라 어느 곳에 있는 절과도 다르게 생겼다. 


국내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일본식 사찰이기 때문이다. 


1899년 개항 이후 군산에 일본인 인구가 급격히 늘면서 


일본 종단인 조동종의 한 승려가 1903년에 세운 곳인지라, 


곧게 뻗은 용마루며 높게 치솟은 지붕, 


일본식 석등 모두 에도시대 양식을 따르고 있다. 




한 차례 철거 위기를 겪었던 동국사는 


아픈 역사도 보존해야 할 대상이라며 반대한 


스님들 덕분에 지금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2012년에는 앞마당에 일본 조동종에서 세운 


일제 침략에 관한 참회와 사죄의 글을 담은 참사문도 세워졌다. 


뒷동산에 치솟은 대나무 숲에서 또 한번 일본색을 느낄 수 있는 가운데, 


이곳에서 출가한 시인 고은의 시에 종종 등장하는 만리향 한 그루가 


뒤뜰에서 홀로 무성한 이파리를 자랑하고 있다. 


묘하게 마음이 미어지는 풍경이었다. 


주소 군산시 동국사길 16
문의 063-462-5366



군산 빵집의 라이벌 매치 이성당 & 영국빵집


여행하는 도시 어디에나 지역 주민들은 심드렁한데 


타지인들에게만 입소문이 난 맛집이 꼭 한두 곳씩 있다. 


하지만 대전의 성심당에 필적하는 유명세를 가진 ‘이성당’은, 


군산 주민들도 줄을 잇는 여행객의 행렬에 


빵 한번 사기가 수월치 않다며 아쉬움을 토로하는 동네 인기 빵집이다. 


1945년에 문을 열었다 하니 크게든 작게든 


군산 사람들 대부분의 추억 한편에 자리하고 있는 


이곳의 빵은 변함이 없어서 여전히 매력적이다. 




한편 ‘영국빵집’은 그런 동네 주민들이 입을 모아 추천하는 또 다른 베이커리다. 


1984년에 열었다니 이곳 또한 긴 세월 쌓아온 내공이 만만치 않다. 


군산의 특산품 중 하나인 흰찰쌀보리로 만드는 빵은 고소하면서도 차지다. 


마치 맛집 평가단이라도 되는 듯 두 빵집에 모두 있는 


단팥빵과 야채빵을 한데 모아두고 차례로 맛보았다. 


단팥빵은 조금 덜 달아 담백한 맛이 나는 팥을 쓰는 영국빵집 것에, 


야채빵은 꽉 찬 속의 알싸한 후추 향이 입맛을 돋우는 이성당 것에 마음이 동한다. 


뉘 집 빵이 더 좋은지는 취향 따라 의견이 분분하지만, 


어느 쪽을 가든 서울에서는 퍽퍽한 구릿빛의 유러피언 건강빵의 기세에 밀려 


이제는 쉬 만나기 힘든 뽀얗고 폭신한 빵을 원 없이 맛볼 수 있다. 



이성당
주소 군산시 중앙로 177 
영업시간 08:00~22:00, 첫째·셋째 주 일요일 휴무
문의 063-445-2772

영국빵집
주소 군산시 대학로 144-1
영업시간 07:00~24:00
문의 063-466-3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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