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해물을 맛나게 먹고 가볍게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여행지를 소개해 주세요"
요즘 흔히 받는 질문이다.
하긴 이제 찬바람도 불기 시작하고, 슬슬 신선한 해물을 즐길 때다.
소위 '먹방'을 찍진 않더라도 맛난 해물을 먹을 수 있는 여행지는
누구에게나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충남 서산은 수도권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으로, 그간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다.
우선 인터체인지에서 제일 가까운 곳을 한군데 찾았다.
서산은 교황이 찾았던 해미를 비롯해 천주교 성지가 즐비하다.
이 가운데, 천주교 상흥리 공소는 한옥과 양옥이 결합된 독특한 양식의 건물.
공소란 정식 성당은 아니지만,
성당이 없는 곳에서 신자들이 직접 건물을 짓고 모여 미사를 올리는 곳이다.
가끔 신부님을 모셔와 미사를 보기도 한다.
3·1 만세운동이 일어난 1919년 세워진 이 건물은 나무로 된 내부 장식이 잘 보존돼 있다.
유럽의 화려한 성당에서 느끼지 못하는, 소박하지만 정결한 느낌이 있다.
황금처럼 아름답다해서 이름 붙여진 황금산은, 가을이면 붉게 물든 단풍들로 더욱 아름답다.
힘든 고갯길을 찍고 내려오면 탁 트인 바닷가가 나타난다.
서해안에서는 드물게 주상절리가 펼쳐진 풍경과 함께, 멋진 코끼리바위가 자리잡고 있다.
또 다른 걷기길인 아라멧길 코스.
올망졸망한 바다와 산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는 코스로 최근 뜨고 있다.
특히 해질녘 걷는다면 발그스레 물든 하늘과 바다가 매력적이다.
걷기를 끝내고 출출한 배를 채우러 시내로 들어오면 맛집들이 곳곳에 있다.
우럭 포를 말렸다가 쌀뜨물로 우려낸 우럭젓국은 이름난 먹을거리다.
우럭젓국은 건더기를 씹으면 짭쪼름한 맛이 배어나온다.
특히 요즘 알이 꽉 차 있는 꽃게장은 잃어버린 입맛을 찾아주는 별식이다.
서산에서 맛본 꽃게장이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레몬을 첨가해 신선하고 톡 쏘는 맛을 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꽃게장도 이렇게 현대인의 입맛에 맞춰 진화한다.
해산물이 풍부한 서산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가 있다. 바로 게국지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배추나 김치에 게나 해산물을 대충 넣고 끓여먹던,
가난했던 시절의 음식이다.
게국지는 원래 김장철에 제대로 된 배추 말고, 크다만 것들을 잘라서
게와 해물을 집어넣고 오래 담아놓으면 그 맛이 두고두고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이번 주말, 신선한 해물과 함께 산행을 할 수 있는 서산에서 몸과 마음을 추슬러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