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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필)  산새들이 살지 않게 된 산                  청초  이용분(7회)
 


  • 입춘에 우수 경칩이 지났건만 꽃샘 추위를 하는 모양인지 날씨는 삭풍이 부는
    초겨울 날씨 처럼 매몰차게 차다. 지난번 눈이 많이 내린 후라 밭두렁 흙은
    말랑말랑하게 물을 머금고 쫙 금이 갔다. 조금만 발로 밟으면 곧 무너져
    내릴것만 같다.

    지난 해에 산 아래 텃밭에 심어 놓고 지질구레한 것이라 거두어 가지 않은 못난
    배추 뿌리에 새순이 돋아나 배추도 그냥 월동이 되는 야채라는 생각이 든다.

    한동안 산을 오르지 않았더니 다리를 옮기기가 아주 무겁고 뻣뻣하다.
    경사가 완만한 길로 가느라 낙엽이 두껍게 쌓여 있는 곳으로 가니 발이 푹
    빠져서 밟고 오르는 데 힘이 주어지지 않아 앞으로 나가기가 힘이 든다.

    나무들은 크면서 그 속에 껍질을 새로 만들어 내면 묵은 껍질이 터지면서
    굵어지는 모양이다. 묵은 껍질이 더깨로 남아 겹겹이 아주 두꺼운 가죽조각
    처럼 더덕더덕 무겁게 붙어 있다.

    어떤 나무는 같은 자리에 서로 같이 포개어 서 있으면서도 껍질이 맨질맨질
    한게 소나무와는 종류가 아주 다름을 알수 있다.

    또 다른 나무는 마치 옛날 가마솥 누룽지가 먹을 수 없을만큼 몹씨 탔을때
    그냥 물에 푹 담궈서 불려 놓은 누룽지 모양이다. 두껍게 겹겹이로 나무에
    붙어서 그도 아직은 그 나무의 일부분인듯 떨어저 나갈세라 찰싹 붙어 있다.
    소나무들이 쓸어저 썩어 가고 있다. 여름에 자란 말랑한 부분 부터 썩어서
    비어 있다. 나이 태의 단단한 부분만은 미쳐 안 썩고 마치 뼈처럼 남아있다.

    어떤 아카시아 나무는 어느 해 여름 큰 폭풍우가 몹씨 불었던 때 골짜기로
    쓸어져 뿌리를 하늘로 쳐들고 큰 짐승처럼 몇년 동안을 쳐 박혀 있었다.
    이제 보니 껍질도 모두 썩어서 벗겨지고 뿌리는 이미 삭아 없어저서 점점
    썩어가고 있다. 이제 나무들을 아무도 땔감으로 쓰지 않는다. 누구도 다른
    용도로도 가져가지 않으니 이리라도 느릿느릿 썩어서 흙으로 돌아 가는 수
    밖에 없다.

    산불이 났을 때 이런 것들이 불이 붙으면 불씨로 남아서 큰 화재로 번지겠구
    나 하고 생각이 든다. 누구라도 제발 거두어 가서 땔감으로라도 써 주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도 든다.

    한참을 안 신던 목이 짧은 양말을 오랫만에 신고 올랐더니 자꾸만 신발속으로
    양말이 말려 들어간다. 신발 탓인가 해서 오른쪽 왼쪽을 바꾸어 신어도 마찬
    가지라 성가시다. 바닥은 말짱한데 양말 목의 고무줄이 낡아 늘어저서 그런가
    보다. 그냥 두어도 물건들은 낡아저서 못 쓰게된다.
    사람도 이와 마찬가지가 아닌가 ...?

    이상한 것은 오늘은 그 흔하던 산새도 청솔모도 어느 곳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처음에는 약육강식 청솔모가 다람쥐를 모두 잡아 먹었나 했다.
    이 산에는 밤나무나 도토리나무가 몇구루 되지 않는다.그 열매들을 이들이
    먹고 살수 있도록 가을에 사람들이 몽땅 털어 가지 말았어야 됐을 것이다.

    그것 말고도 먹을것이 많은 사람들이 그연히 그 보잘것 없는 그들의 먹이를
    몽땅 줏어다 먹고 배려하지 않은 결과가 이렇게 된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산에 다람쥐들이 뛰놀고 많은 새들이 우지진다면 얼마나 아름답고 신비한
    산이었을까 ? 생각하니 아쉽기만 하다.
    맑은 계곡 물에 고기가 한마리도 노니지 않는 것과 다름없다.

    내려 오는 길은 좀 쉬워서 한참을 정신없이 내려오다 보니 어디선가
    가냘픈 산새 소리가 "배배배" 들려 오지 않는가 ! 얼마나 반가운지 ...

    아무리 고개를 쳐들고 올려 보아도 새는 눈에 띄지 않고 여기 저기 까치집은
    더러 보인다. 까치가 잡식성이라는데 산새의 알들을 모두 꺼내 먹어 버려서
    산새들이 번식을 못하지는 않을까! 염려도 되었지만 어차피 모든 게 자연의
    섭리이니 어찌하는 수 없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처음에 오를 때는 발이 천근 같이 무겁더니 계속 오르다 보니 점점 발 놀림이
    가벼워짐을 느끼게 된다. 시간이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산에 오르 내리는
    것을 보고 평소에 무심했던 등산을 건강을 위해서라도 계속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양지바른 곳에는 봄을 맞아 기다란 잡풀과 물이끼가 제법 파랗게 돋아
    나고 있다. 하늘에서 내려 비치는 햇볕이 따사로우니 머지 않아 진달래
    개나리꽃들이 서로 시세움하며 피어 나는 화려한 봄날이 찾아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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