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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천(歸天)                   청초 이용분 (7회)


    선농 수필 문학회 모임에서 생각지도 않은 틈이 생겨 색다른 프로그램을 갖기로
    여자회원들간에 의견이 일치 되었다. 우선 점심을 함께 먹고 바로 옆에 헐리우드
    극장에 영화 한편을 함께 보기로 했다. 간 김에 인사동 문화의 거리도 걷기로 정했다.

    종로 3가 지하철역에서 어찌 찾아갈지 지나는 남자 어르신께 물었다. 그런데 여기
    저기서 귀 기우려 듣고 있었는지 한 사람에게서 듣고 걸어가려니 기다렸다는 듯 다른 사람이
    “이 골목 계단으로 올라 가세요” 하고 친절히 일러준다.
    여기가 노인들이 많이 모인다는 파고다 공원이 근처가 아니던가.
    그들은 바로 우리 세대의 사람들이다. 그들이 한창일 때 우리도 한 세월이었다.

    너무 오랫동안 안가 본 곳이라 찾아 가려니 그곳 지리도 영 낯설다. 낙원 상가는
    생각이 나는 데 파고다 공원이 헐리우드극장 가는 골목 바로 옆에 붙었다는 게
    어째 영 생소하다.
    바라다 보이는 파고다 공원은 그 많던 노인들은 오간데 없고 너무나 고즈넉하고
    한가롭다.어느 때 부터인가 노인무상 출입금구역이 되었다고 하던가.

    취향이 먼 로큰롤 뮤지칼 영화에 한참을 졸며 보며 끝이 났다.
    극장 화장실은 의외로 깨끗하고 칸칸이 큰 화장지 두루마리가 걸려 있다.
    따뜻하게 켜 있는 전기 온풍기가 추운 날씨에 언 마음과 몸을 녹게 한다.
    지하철역에서도 이런 것들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배고픈 시절을 살아 온 우리 세대에게는 쌀독에 쌀이 그득한 것처럼 이런 사소한게
    몸에 와 닿는 행복감이다.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우리가 잘 살게 되었구나...

    가까운 곳에 마침 귀천이라는 다방 이름이 눈에 들어온다. 차 값이 비쌀텐데...
    망서리는 우리 일행을 약속 시간에 늦었다며 스스로 차값을 내겠다는 인심 후한
    후배님 청에 이끌려 그곳엘 찾아 들었다. 우리는 이야기도 나누고 싶었지만 그
    찻집에 대한 호기심 반 으로 그만 그리 하였다.

    문학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우리에게 귀에 익은 천상병 시인의 부인이 운영한
    다는 찻집이다.생전에 기인이었던 그의 일화들이 너무나 잘 알려진 시인이다.
  • 높은 건물 일층 한옆에 자리 잡은 두평 남짓한 크기의 공간은 다방이라고 하기에는
  • 너무나 조붓하다.

    찻집 문을 열자 반갑게 우리를 마지 하는 천상병시인의 부인은 옛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아주 자그마한 키에 동굴 납작한 인상이다. 생전에는 성치 않은 남편을
    거두고 뒷바라지하며 생활을 짊어져야 했던 그 부인의 후덕함이 엿 보이는 듯
    무던해 보인다.

    우리는 따끈한 대추차와 모과차를 시켜 마셨다. 생전 만나지도 보지도 못했던 한
    시인의 향기가 어디엔가 배어 있을것만 같아 한참을 코를 쫑긋거리며 냄새를
    찾았다. 그러나 헐려서 새로 지은 상가 한 귀퉁이를 차지했다는 네 귀가 반듯한
    세맨트 구조물 어느 곳에서도 그의 향기를 찾을 길은 없다.

    어느 때 어디선가 천상병 시인의 이 좁은 찻집에 대해서 읽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벽에 걸린 몇 장의 사진과 그 부인만이 예가 게라는 증명을 하는 듯 하다.
    죽은 천상병 시인이 살아 있는 부인을 끌어안고 먹여 살리고 있는듯 했다.
    생전에 못 갚고 떠난 빚을 그녀가 살아 있는 한은 영원히 책임을 지겠다는 듯이...

    2009년 1월
  •  
  • 추신: 지금도 그 귀천(歸天)다방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여기에 천상병 시인의 시를 몇편 소개하고자 한다.

    귀천(歸天)                       천 상 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들국화

    산등성 외따른데
    애기 들국화

    바람도 없는데
    괜히 몸을 뒤뉘인다.

    가을은
    다시 올 테지

    다시 올까?
    나와 네 외로운 마음이
    지금처럼
    순하게 겹친 이 순간이

    1970년 6월


    70년 추일(秋日)에

    아버지 어머니는
    고향 산소에 있고

    외톨배기 나는
    서울에 있고

    형과 누이들은
    부산에 있는데

    차비가 없으니
    가지 못한다.

    저승 가는 데도
    여비가 든다면

    나는 영영
    가지를 못하나

    생각느니, 아.
    인생은 얼마나 깊은 것인가.


    (자료 시는 네이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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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방 귀천(歸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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