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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에서 포항을 생각하다

                                                                                                                                                         구 자 문

  아직 어둠이 짙은 새벽 5시인데 갑자기 새소리가 들린다. 집들이 들어찬 오래된 동네이고 주변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소음이 없는 것이 아니나, 주변에 오크추리 같은 대형수목을 포함한 가로수와 정원수가 숲을 이루고 있으니 갖가지 새들이 모여드는 것이리라. 찌르르, 삐빅삐빅, 뿅뿅뿅... 다양한 새소리가 들린다. 이곳은 며칠 전 도착한 로스앤젤레스 근교의 한 마을이다.

 

  필자가 주로 거주하는 곳은 포항으로서, 서울로부터 멀리 떨어진 중간 크기의 도시이고, 근교에 수림 우거진 산들이 많다. 거주하는 대단지 고층아파트도 정원이 넓고, 크고 작은 나무들로 잘 심어져 있다. 하지만 새벽에 이 같은 새소리를 들어 본적이 없는 것 같다. 물론 근교 산에는 새들이 많겠지만, 지어진지 6-7년 된 아파트단지는 나무들이 이식되어 있더라도 아직은 새들이 깃들만한 환경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산야는 지난 40-50년간 녹화가 크게 이루어졌다. KTX를 타고 포항에서 서울을 가다 보면 크고 작은 멋진 마을들도 많지만 푸른 숲들도 많다. 하지만 막상 도시 안에서는 도심 숲이나 녹지축 형성이 부족하고, 도시열섬현상이 심하다. 또한 수십 년간 식목을 해오면서도 갖가지 사업들을 이유로 너무나 쉽게 잘 자란 나무들을 베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물론 한국과 미국은 경제력이나 국토면적에서 다르고, 주거형태에서도 선호도가 다르니 일률적인 비교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으로서도 수림대를 보전하면서 각종 개발사업들을 조화있게 진행 할 방안들을 찾아냄이 시급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1980년대 자료를 보면, 한국 대도시의 주택건설이 정부 주도로 대단했는데, 각종 개발사업 등으로 헐리는 숫자가 워낙 많아서 막상 늘어나는 주택의 숫자가 아주 미미 할 정도였던 적이 많았다. 물론 새로운 주거 건설을 통해 국민의 주거향상을 빠르게 이룬 면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전통적인 마을이며 주거가 그리고 숲 생태계가 큰 배려 없이 사라진 것도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지금 한국과 미국의 중산층의 주거수준이나 소비생활에 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 스마트폰의 보급률은 오히려 한국이 좀 더 높을 것 같다. 하지만 미국은 짧은 역사임에도 각 마을들이 다양한 역사와 장소성을 가꾸려 노력하고 있다. 그 예를 든다면, 역사적인 유적이나 건물들의 보전, 이는 꼭 몇 백년 된 것만이 아니라 몇 십년 되었다 해도 차별화된 형태이거나 특별한 사연을 간직했을 경우 보전의 대상이 된다. 근대화라는 미명하에 그 아름답던 서울이며 농촌의 마을들이 거의 사라진 우리와는 차별화된 점들이 많다.

 

  필자가 자주 가는 아이오아주나 미주리주의 소도시 어디를 가도 남북전쟁 이전에 건설된 다운타운 건물들이 잘 보전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에 가더라도 28층의 타워형 시청건물은 20세기 초반에 지어졌고, 그 당시 설치된 엘리베이터가 원형 그대로 이용되고 있고, 수 많은 영화와 드라마들이 찍히기도 하니 부럽기만 하다. 물론 500년 된 성당이 수없이 많아서 역사적인 관광지가 되기 힘들다는 프랑스의 경우도 너무나 부럽다.

 

  오늘은 마침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이라서 어두워지면서부터 각 동네에서 폭죽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교외도시도 마찬가지이다. 좀 높은 곳에 위치한 한 고교운동장에서 1시간 정도 진행하는데, 일부 초대장이 있는 사람들은 학교 안으로 들어가지만, 대부분의 주민들은 근처 길가에서 혹은 발코니에서 폭죽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과거의 역사를 생각 할 것이다. 매번 지출되는 비용이 적지 않을 것인데, 커뮤니티 그룹들이 주최하여 십시일반 기금을 내어 독립기념 폭죽행사를 정례화하고 있다고 했다.

 

  필자가 거주하는 포항도 지난 10여 년간 국제불빛축제를 거행하고 있다. 올해도 7월 30일 저녁에 화려한 폭죽행사가 펼쳐질 것이다. 이때 다른 문화행사들도 며칠간 열리고 동북아CEO포럼이 열려 각국 지자체 장들과 학자들이 모여 CEO공동선언 및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이 행사 기간 중 많은 관광객들이 포항을 찾을 것이고 지역의 경제파급효과며 브랜드효과를 크게 기대하고 있다.

 

  우리도 이러한 행사에 좀 더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고 보는데, 이러한 국제불빛축제와 국제심포지엄이 열리는 날을 좀 더 과감히 ‘환동해 지자체의 날’ 내지 ‘환동해 시민의 날’로 지정하거나, 혹은 환동해권을 대표할 만한 공동의 자산 내지 널리 피는 꽃들을 기념하는 날로 정하여 좀 더 많은 환동해권 시민들이 초청으로 혹은 자비로 포항을 방문하여 매년 다양한 행사에 참여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 좋을 것 같다. 물론 매분기 환동해권 주요 도시들이 연속적으로 지역특색을 살린 초청행사를 시리즈로 진행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 입국간소화, 중대형 크루즈의 운항, 관광상품의 개발 등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 Tony(12) 2016.07.17 07:25
    그러게나 말입니다. 여기도 여름이나 겨울이나 (겨울에는 꼭 뒷마당에 모이를 bird feeder에 챙겨 주지요) 꼭두 새벽부터 새 짖는 소리에 짐이 깰 정도이지만 새 소리가 안난다면 퍽이나 적막 할겁니다. 며칠전에는 장미꽃 냄새를 맡는다고 꽃 봉우리에 코를 내밀다, 앗차! 하마트면 벌에 쏘일번도 하고. 이세상에 새나 벌들이 자꾸 없어지는데 점점 모든 식물에 피는 꽃들을 누가 POLLINATION을 해 줄지. 황당한 일이 염려도 되고.

    마누리는 마당에 있는 주키니, 토마토, 오이, 과일 나무 꽃들을 붓을 들고 다니며 꽃들 꽃 가루를 모두 섞어 놓는데. 제일 잘 안 열리는 과일이 한국 자두나무로 올해도 대롱~~ 매달려 익고 있는 자두가 열 손가락으로 셀 정도. 아침 출근 길에 한눈 팔다가는 활개치며 길 한가운데로 걸어가는 꿩, 이제 방금 둥지를 떠나 어미 토끼를 따라 다니는 토끼 새끼들 조심 해야지 잘못 하다가는 치어 죽일수도 있으니.

    강둑을 내려가 다리를 건너 자연 그대로 만든 공원(provincial wilderness park)에 우리개 '월터'와 같이 내려 가면 새소리가 귀에 따겁고 다람쥐도 여러가지, 노루, Beaver, moose, 어떤때는 곰도 만나고 cougar, tom cat, 고슴도치, 카요데, 스컹트... 따위를 만나기가 일수 입니다. 그런데
    짐승들이 사람을 전혀 무서워 하지를 않아요. 서로 공존 하는거지요.

    강물에는 rain bow trout이 많은데 그리 좋아하던 낙시질은 집 사람이 물고기에 알러지가 있어 냄새도 못 맡으니 접은지가 오래입니다. 시골 집이
    춘천이라서 물가에서 방학때면 자랐는데. 늘 여름마다 깜씨가 되곤 했지요. 그 곳엘 몇년전에 애들 데리고 한번 가 보았더니 아주 노인들이나
    내가 누구인가 알아보고 '박사 마을'이란 간판이 붙어 있어서 좀 신기하게 생각 했습니다. 난 종손의 법적 권리를 모두 작은 아버님께 이전해 놓은지가 오랩니다.

    이제 여긴 비와 우박이 범벅으로 매일 오르 내리던 장마가 이번 주로 끝나고 다음 주 부터는 30도에 가까운 더운 날씨가 오나본데 원래 건조한 기후라 그리 불편하게 느껴지지는 않아요. 지금 전지할 나무가 하나 남아 있는데 새가 둥지를 틀고 새끼들을 기르느라 그 새 식구들이 모두 떠날때
    까지 기다려야 될듯. 다음 주말에는 캐빈에나 나가 혹 장마철을 무사히 지났나 점검을 해 봐야겠고. 벌써 7월도 반이 넘었네요. 여름 재밋게 보내세요.
  • 캘빈쿠 2016.07.18 06:11
    아, 선배님 고향이 춘천의 그 유명한 박사마을이시군요. 저도 그곳 출신 분들을 몇 알고 있답니다. 저는 다시 한국으로 되돌아 왔는데, 제가 사는 곳도 대도시가 아닌 중간 크기의 도시, 그것도 그 도시 교외의 신개발지인데, 25-30층 아파트 단지랍니다. Floor Area Ratio가 200 -250% 정도이니 정원도 꽤 넓고 나무들이 잘 가꾸어져 있으나 아침에도 새소리는 잘 들리지 않습니다.

    캘리포니아는 4년째 가뭄이 매우 심각하며 콜로라도 강을 수원으로하는 후버댐의 수위가 사상 최악이라고 하는군요. 한국도 물을 물쓰듯 하고 있지만 지난 몇년간 충청도 일대의 가뭄이 심각했었음니다.

    선배님으 주변 풍경 묘사는 LA 보다는 제가 아이오아주에 몇년 거주할때의 추억을 떠올리는군요. 집 문앞 엉겅키 속에 토끼가 굴을 뚫고 새끼를 낳아 기르던 모습도 훔쳐 보았고, 길가 가로수가 사과나무인 경우가 있어서 갓 미국에 온 저는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 낙과들, 그 작은 사과들을 모아오던 생각이 납니다. 폭포가 있는 조그만 강에서 50cm넘는 잉어를 잠시 동안에 10마리씩이나 잡아 올리구요. 이제는 모두 추억이 되어 버렸네요..

    선배님 좋은 계절 보내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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