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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 비오는 봄날 벌린 잔치...                   청초  이용분 (7회)

 

 

지난 겨울에는 거의 눈이 내리지 않았다. 봄날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세 아이들이 모두 차를 끌고 다니니 눈이 내리지 않아 길이 안전하여 좋았다.? 이렇게 가물다가는 농사짓기를 망치겠구나 하는 생각이 농사를 짓지 않는 내가 ?슬슬 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전주 사는 작은 아들이 얼마 전 부터 봄이 되면 엄마하고 낚시를 함께 가자며 전주에 내려오라 하였다.

그 아들과는 그 애가 초등학교 시절 부터 우리 부부가 늘 낚시를 함께 데리고 다녔다. 그 취미에 남다른 이야기 거리에 많은 추억과 재미가 통하는 사이다. 서로 약속한 날이 가까워 졌는데 느닷없이 손자아이들이 모두 감기가 잔뜩 들어서 혹여 내가 가서 감기라도 옮으면 어떻게 하냐고 걱정스런 전화가 왔다.

물론 내 대답은

“그러면 못가지...^^” 손자들과 지낼 즐거운 생각을 하다가 조금은 실망이다.

 

날씨가 흐릿하더니 며칠사이를 두고 연일 기다리던 비가 내린다. 남녘에서는 제법 많은 양의 비가 내린단다. 갔더라도 비에 갇혀서 낚시를 못 할번 했네...

 

탄천으로 걷기운동을 나가기로 한다. 이제 천변에 피었던 벚꽃은 어지간히 지고 간간히 늦게 피는 몇 그루의 벚나무만이 뒤늦게 아름다움을 뽐낸다.

 

걸어가는 내내 보도에는 색색의 벚나무 꽃잎이 눈처럼 떨어져 흩어져서 꽃길을 만들었다. 어느 옛 시인이‘낙화인들 꽃이 아니랴 쓸어 무삼하리오' 라고 읊었는데 그 여린 꽃잎들을 밟고 지나가기가 애처럽다.

 

탄천 본류로 가는길 작은 지천이 모처럼 내린 비에 물길이 트여 흥건히 흘러 내리고 있다.? 그 때 마침 탄천 변 인도에 얼룩덜룩한 캐나다산 기러긴지 오리가 혼자 뒤뚱거리며 걸어 나와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혹여 먹이라도 주려나 사람 주변에서 맴돌며 도망을 가지 않는다. 구경을 하던 어떤 이는 스마트 폰으로 이 녀석을 카메라에 담느라 여념이 없다.

 

그 광경이 보기 좋다. 좀 있자 그들이 모두 가버리기에 나는 내가 갖고 온 묵은 토스토와 빵 쪼가리들을 조금 꺼내서 그 오리에게 조심스럽게 던져 주었다. 그때 안가고 있던 한 여자가 “그 애들에게 그렇게 먹을 것을 주면 안 됩니다. 야생성을 잃고 이렇게 사람주변을 맴돌잖아요.” 아주 단호하게 말을 하는 것이다.

 

그렇잖아도 나도 그곳 큰 다리위에 쓰여 있는 글귀에서 '잉어떼들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고 쓰여 있는 그 비슷한 경고문을 읽은 적이 있기에 주빗거리며 멀리서 보다가 그리한 것인데...

 

그녀의 인상을 보니 오십은 넘긴 듯 나이에 좀 까다롭게 생겼다. 역시 사람은 생긴 대로 행하는구나. 전주에 있는 어떤 공원에서는 일부러 잉어먹이를 팔기도 하던데...

 

하는 수 없이 사람들이 뜸한 큰 교각 밑으로 가니 어떤 머슴아이가 물속 잉어들에게 열심히 새우깡 먹이를 던져주는데 보아하니 그 아버지가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 몇 마리의 보통 오리들과 비둘기까지 몰려들어 거산이를 하고 제가끔 날개를 퍼덕이며 제 먼저 먹이를 차지하려 난리 법석이다.

 

‘이곳에서 나까지 빵을 던지면 안 되겠지...’ ?

나는 슬슬 걸어서 아까 그 얼룩 오리가 있던 자리에 가보니 그 녀석은 오간데 없이 사라졌다. 어쩌지 갖고 온 빵들이 아직도 주머니 안에 그냥 있는데...

 

봄 비는 아직도 우산을 써야 될 만큼 내리고 있다. 좁은 인도다리를 확장하려는지 공사를 벌려 놓은 다리를 건너가니 마침 암수 두 마리 오리가 경사진 풀밭에서 풀 뜯어 먹느라 정신이 없다. 그 아래 개천에도 멀찌감치 몇 마리 오리가 물속에 머리를 쳐 박고 열심히 물질을 하는 게 보인다.

 

우선 풀숲에 있는 오리에게 빵 조각을 던져주니 미처 찾지를 못하고 우왕좌왕 제대로 먹지를 못한다. 어느새 멀리서 이를 본 오리떼들이 황급히 쫓아오니 모여든 오리가 금방 대여섯 마리로 늘었다. 어차피 정해놓고 주려든 게 아니니 둔덕져서 미처 올라오지 못하고 허둥대는 녀셕에게도 힘껏 던져 준다.

 

‘이런!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갔다고 좋을 것도 없네...’

오리는 등잔 밑이 어둡다는 사실을 알기나 할까? 내 나름 골고루 주느라 바로 밑에까지 닥아 온 녀석에게도 은전을 베풀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면서 행한 이 봄날 잔치가 법에 거슬려서 잘 못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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