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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6 17:48

아름다운 양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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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양보.                      청초 이용분(7회)

 

 

일전에 T.V.에 보니 회전문에 끼어서 일어나는 사고가 적잖은 모양이다. 회전문이 아니더라도 이제 두꺼운 유리로 힘껏 밀어 부쳐야 만 열리는 이 투명 문의 위력은 공포에 가깝다. 나무 틀 문은 멍이 좀 들겠구나 하고 생각 되지만 유리문은 문과 문 사이에 끼거나 부서지는 날이면 당장 베어서 상처가 깊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우리가 젊을 때에는 자기가 먼저 나간 다음 바로 뒤에 오는 사람의 안전을 위해서 좀 붙들고 있다가 문을 넘겨주는 아량쯤은 당연하게 여겨 왔지만 최근에 그런 젊은이들을 만난다는 건 좀 놀라운 일이 되었다. 뒷사람이 바짝 따라 오던 말던 자기만 나가면 바로 그냥 문을 놔 버리니 뒤에 따라오던 사람은 정신을 바짝 차려야지 무의식적으로 앞사람을 믿거나 잘못 생각 하다가는 반동으로 닥아 오는 문에 앞이마 부딪치기는 여반장이다.

 

그리 멀지않은 지방에 갈 일이 있어서 고속버스를 타고 갔다가 돌아오는 길. 늦은 점심을 먹고 어영부영 하다가 4시 고속버스를 타게 되었는데 요즈음에는 드물게 좌석에 번호가 먹여져 거의 맨 뒤 앞좌석이 우리 차지가 되었다. 하루 밤만 자고 바로 돌아오는 길 몸의 상태가 별로 안 좋아 뒷 자석에 앉아서는 멀미 때문에 갈 자신이 없어서 마침 중간의 빈자리가 있기에 그 좌석이 그냥 비어서 갈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우선 그 자리에 앉았다.

 

차가 떠날 시간이 되자 베레모를 쓴 늠늠한 얼룩무늬 공수특전단 샛 파란 군인 두 사람이 찾아 와서는 자기들 자리라고 비어 달란다. 순간 나는 뒷자리에 앉아서는 성하게 갈 자신이 없기에 염치를 불고하고
"내가 나이가 많아서 멀미가 심해서요. 미안합니다."

하고 자리를 바꾸기로 양해받긴 했다. 마음 한편으로는 미안하기도 하고 또한편 그들이 우리가 나이가 많은 이들이라는 걸 알고는 그냥 선듯 양보했으면 얼마나 더 아름다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몇 분사이로 표를 먼저 사고 나중에 사는 차이 말고 같은 차를 타고 갈 터인데 별로 큰 의미가 없는 권리 때문에 서서 가도 끄떡없을 젊은이들이 기엏고 조금 편히 갈 자리를 찾기 위해 일찍 낳았으면 아버지의 아버지뻘 되는 우리에게 자리를 내어 달라는 게 요즈음 그 펄펄한 젊은 군인들의 용기일까? 나도 나이를 먹고 보니 염치가 없어졌음인가....뭐 그게 시비할 일이 되는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오늘 교수친구 조각전시회 참석차 인사동까지 다녀오는 길 분당에 사는 나는 환승역인 도곡역에서 분당선을 바꿔 탔는데 이미 타고 오는 사람들이 많은지라 여간 잽싸지 않으면 빈자리 잡기가 어려워 그만 서서가게 생겼었다. 분당까지는 꽤 먼 길...

고생이 되겠구나 생각 하는데 어떤 젊은이가 벌떡 일어서며 자리를 양보한다. 쭈뼛쭈뼛 하며
"고마워요" 말하고는 앉아 오면서 마음속으로 미안코 고맙다. 내릴 역이 가까워져서

"젊은이, 나는 편하게 잘 왔지만 얼마나 다리가 아프겠어요^^ 어서 여기 앉아서 가세요". 했더니

"아닙니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안녕히 가세요" ^^ 말씨까지 양반이다. 어제의 생각을 완전히 뒤엎는 일이 생긴 것이다.

 

어느 비가 오는 봄날 허름한 옷을 걸친 중간 나이의 아저씨가 부슬비를 맞으면서 시답지 않게 생긴 꽃모종을 손에 들고 여기저기 길 닿는데 까지 옮겨 심더니 봄꽃이 모두 져버린 요즈음 황량한 뒷곁 길 냇가에 해바라기를 닮은 노란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났다. 누군가가 보지 않는 곳에서 누가 보든 안 보던 심어 놓은 그 꽃모종이 이렇게 허전한 언덕을 화려하게 바꿔 놓는 걸 보니 사람 하나하나의 자그만 양보와 희생정신이 험난한 이 세상을 얼마나 아름답게도 만들 수 있는가를 알게 한다.

 

                                                                      06년 7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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