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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꺼지지 않는 아름다움           청초 이용분(7회)

“어이쿠...”
어떤 역에 전철이 멎자 경노석 중간 빈자리에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자그마한 체구의
노인이 털석 주저앉는다. 곁눈으로 보니 남자용인지 여자용인지 구분이 안가는 허름한
겨울 모자를 푹 눌러쓰고 깊은 주름이 진 얼굴.

“이 차가 종로 삼가를 지나가지요?”
불시 질문에 나도 한참을 가늠을 하다가 생각해 보니 3호선이라
“예, 그런데 어디를 가시려고 그러세요?”
“네, 의정부여.”
“맞네요, 종로 3가에서 의정부를 가는 1호선을 탈수 있어요.”^^
자세히 보니 치아도 다 빠져 얼굴이 합죽이다.
“연세는 어찌 되셨는지 건강하시네요.”
“나 말이유, 팔십 여섯 이유.”


좀 이무러워진 분위기에 용기를 내서 나는 푹 눌러써서 답답해 보이는 그녀의 모자 챙을
살짝 손가락으로 올리자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파마끼 없는 반백의 머리에
마치 반고호의 자화상처럼 찌그러진 눈은 형국만 남아서 와이셔쓰 단추 구멍만하다.
“아니 이 눈으로 잘 보이세요.?”^^
그러자 그녀는 두 손으로 양눈까풀을 들어 올리며
"이러면 잘 보이지, 그래도 이 눈으로 못하는 게 없어“
"옛날 우리 할머니도 여든 일곱을 사셨는데 아주 건강하게 사시다 가셨어요. 할머니를 보니 우리 할머니 생각이 나서 이렇게 말씀을 나누는 거에요."
자탄하듯
“왜 그렇게 세월이 빠른지 모르겠어. 어쩌다 이리 늙었는지... 나를 자꾸 오래.”
“누가요?“
”여동생, 창원에 살어, 병원에 입원을 했다는 데 얼마 못 살것 같애, 오늘도 또 전화가
왔어, 보고 싶다고”
“몇살이신데요?”
“나보다 한참 아래니까 칠십 몇인가 되지”
“병원에 입원을 했다면 문병을 하고 하루만에 바로 되 돌아오시려면 힘이 드셔서 안될텐데요.”
“아냐, 퇴원을 했대. 그래서 내가 가서 민물장어 몇 마리를 사서 고아 먹여야지”
“그게 보약이에요? 어떻게 만들어요?”
“내장을 빼고 들기름을 조금 두르고 몇 시간을 고아야지”
“조카며느리가 있을 텐데요? 어떻게 부엌에 들어 가시려구요?”
“함께 하지 뭐, 나 잘해. 그 동생은 우리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셔서 나를 엄마처럼 따르는 동생이야. 죽기 전에 한번 가 보아야지 그냥 죽으면 한이 될 것 같애. 딸이 제 차로 데려다 주겠다는데 내가 거절했어. 젊은이들이 바쁜데 무어 나를 태우고 그리 시간을 버리겠어?”

문득 자기의 누추한 옷 매무세을 내려다 보면서
“집에서 입던 대로 나왔더니 이 모양이야. 집에서 채소 농사를 짓거든 내가 먹는 건 내가 농사를 져."
저리 늙은 나이에 농사를 짓다니... 내심 깜짝 놀라면서
“거름은 무얼로 하세요? 옛날에 우리 할머니는 식구 오즘을 받아 두었다가 삭혀서 물을
타서 상추밭 고랑에 주곤 하시던데...”
“응, 동네 한약방에서 버리는 한약 찌꺼기를 가져다 썪혀서 골고루 주면 잘돼.”
갑자기 자기 옷에 붙은 검불을 털어 내며 신경을 쓴다.
”괜찮아요. 요새 젊은이들은 일부러 다 떨어진 옷을 입고 다니기도 하는데요. 뭐?“
그제서야 그녀의 차람새를 내려다보니 무릎이 쑥 나온 밤색 골덴 바지에 허름한 신발에
빛이 낡은 연초록색 륙샤크를 가졌다.
"내가 얼마나 더 오래 살수 있을까..."
"요즘은 백세를 산다고 하는 데 할머닌 아직 머셨어요.^^
전철 방송이 내가 내려야 되는 충무로역에 곧 도착함을 알린다.
"할머니, 제가 내린 뒤, 다음 다음 역에 내리세요."

옆에 앉은 남자 노인에게
"이분이 종로에 내리실 모양이니 좀 아르켜 드리세요.“ 부탁을 하고
"안녕히 가세요“ 총총히 나는 전철을 내렸다.
나이가 들면 자기 한몸 돌보기도 힘이 들 텐데...
저리 늙은 나이에도 어렸을 시절 자매간의 정이 여전히 애잔하구나...

사람과 사람 사이에 꺼지지 않는 사랑, 가족간의 영원하고 따뜻한 사랑. 다 늙어서 외양으로 보이는 미의 가치가 모두 소멸되었다 하더라도 이 사랑이 얼마나 인간을 아름답게 만드는지...

이제 모든 사람들이 아이들을 여럿을 낳지 않는다. 더 이상 이런 가족관계가 성립될 일도 드물것이다. 그래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실뿌리 처럼 얽힌 연연한 사랑에 대해서 다시금
깊이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 쯤 그 노인 할머니는 그의 여동생을 만나고 돌아 왔겠지...

2011년 4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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