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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12 09:14

사진의 이원성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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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의 이원성 고찰

                                                                                                                                                                         구 자 문

과거에 사진을 찍으려면 지금은 드물어진 사진관에서 좋은 옷을 입고 좋은 표정을 지으며 사진을 찍었었다. 요즘은 누구나 언제나 사진을 찍는다. 얼마 전만 해도 카메라가 따로 필요했으나, 지금은 늘 가지고 다니는 스마트 폰의 성능이 카메라 못지않게 좋아졌다.

 

사진은 영화나 동영상과는 달리 순간의 포착을 나타내기에 후에 보게 된다면 특별한 날의 특별한 이벤트만을 기억나게 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진은 제3의 관람자에게 사진 속 인물의 표정, 의상, 혹은 배경 하나하나를 통해서 다양한 대화를 이끌어 내기도 한다. 찰나의 순간을 찍어 낸 것이지만 감상하는 이의 관점에 따라 다양한 해석과 스토리를 가능케 해준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비평가인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는 사진의 이원성을 라틴어인 ‘스투디움(Studium)’과 ‘푼크툼(Punctum)’으로 설명하였다. 스투디움은 기록사진이나 순수사진(Straight Photography)과 같은 기계적 기록성이 중심인 개념이다. 그러나 사진들은 예술작품들과 같이 작가의 전달의도를 떠나 다양한 형태로의 해석 가능함이 이해·인정되었으며, 여기서 푼크툼이라는 개념이 발생하게 되었다.

 

롤랑 바르트는 스투디움은 관람객들이 사진에서 사진작가의 의도를 숙명적으로 만나는 것이고, 그 사회의 일반적인 지식과 교양 안에서 보편적 해석만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 보편성을 흔들고 찌르는 것이 바로 푼크툼이다. 사진의 주제와 관련 없는 디테일에 사로잡힐 때, 그 사로잡힘이 내 개인의 독특한 경험 내지 취향에서 온 충동적인 것일지라도 나만의 해석과 감흥을 가져다줌이 푼크툼이 작동하는 시간이다. 스투디움이 의도성과 필연성을 내포하고 있다면 푼크툼은 비의도성과 우연성을 가지고 있다.

 

탈구조주의자인 롤랑 바르트와 같은 사조의 해체주의자 ‘자크 데리다 (Jacques Deridda)’는 ‘Psyche: inventions de l'autre’라는 책에서 "푼크툼은 스투디움에 속하지 않으면서 속하고, 그 안에 위치시킬 수 없으며, 스투디움의 틀 지워진 공간이 지닌 동질적 객관성 속에 결코 기입되지 않는다. 그러나 푼크툼은 스투디움에 거주하며, 그렇다기 보다는 거기에 출몰한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필자가 자주 방문하는 구룡포읍은 역사 깊은 어업전진기지이다. 이곳에 ‘근대문화역사거리’로 지정된 곳이 있는데, 일제강점기의 건물들이 많이 남아 있어 지금도 상업 및 주거용도로 이용되고 있다. 이곳을 걷다보면 과거의 도시에 와 있는 듯 한 기분을 느끼게 되며, 그 지역의 역사와 남겨진 건물들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공감도 하고 감탄도 하게 된다.

 

이런 모습들을 지닌 1930년대 – 1950년대의 사진들을 가끔 미술관이나 사진작가전에서 볼 수 있다. 1960년대, 포스코가 들어서기 이전의 포항의 거리나 시장통을 보여주는 사진들도 있다. 이 같은 사진들은 개인이나 기업의 기록일 수 있고, 한 도시나 국가의 압축성장 역사를 보여주고자 하는 관청화보일 수도 있다. 어쨌든 구룡포 일본인거리의 사진이나 홍보물들을 보면서 많은 이들이 ‘아 일제시대의 건물들이 아직도 남아있네.’ ‘기분은 묘하지만 이는 역사의 한 기록이지.’ ‘관광용으로 좋은데...’ 정도는 공통적으로 느낄 것이다. 이러한 감정과 해석들이 스투디움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이 사진의 인물과 건물들을 보며 과거 보았던 ‘장군의 아들’이나 ‘현해탄은 알고 있다’ 등 영화의 장면들을 떠올리며 감상에 젖을 수도 있다. 과거의 신사로 올라가는 계단가의 공적비들과 표면의 글씨를 지운 시멘트 칠을 보면서 그 당시 압제에 시달리던 주민들의 사무침을 느끼기도 할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이곳을 타임머신을 타야 갈 수 있는 ‘환상적인 장소’로서의 흥미를 느끼며, 요즈음 개발되는 가상이나 증강현실 기법 도입을 통한 테마파크 개발을 구상할 지도 모른다. 이는 분명 스투디움에 바탕을 두면서도 주관적인 해석이 더욱 강한 푼크툼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는 수없는 장면들을 통해 하나의 스토리를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나, 사진은 찰나의 모습을 남긴다. 이는 스토리의 한 장면, 혹은 한 사람의 긴 일상 중 한 모습일 뿐, 전체는 아니다. 하지만 그 사진의 디테일에 근거한 다양한 유추는 진짜의 모습 내지 촬영자의 의도와 전혀 다른 세계의 스토리를 만들어 낼 수 있고 이러한 가치에 주목하는 이들도 많다. 필자도 오래된 사진이나 근현대 사진작가들의 작품들을 자주 접하는 편인데 그 작가들의 의도가 내포된 스투디움적 가치에 주목도 하지만, 그 디테일에서 우연히 발생되는 내 개인적인 푼크툼적 상황에 몰입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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