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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7 20:45

왕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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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필작품)왕따                           청초 이용분(7회)
  •  
    • 뜻밖에도 좀처럼 기회를 얻기 어려운 한국문인협회계간지인 계절문학 '2014년도 봄호'
      에 본 작품이 실렸기에 여러 우리 동문들과 함께 감상 하고 싶어 올려 보았습니다.


                   왕따                              청초 이용분

      전철 안은 비교적 한가한 시간이었다. 나는 전철칸의 출입문 바로 옆인 쇠난간 옆에
      자리에 앉아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문앞 조금 넓은 공간에 소년 넷이 서서 주거니
      받거니 서로 말장난을 하고 있었다.

      "야, 니 코는 수술이 잘 못 된거냐 ? 어째 그리 생겼냐?"
      상대방 친구의 코를 두 손가락으로 함부로 건드리며
      "야, 너의 조상 중에 누가 그렇게 생겼냐? 유전이냐 ? "

      무심히 듣다 보니 처음에는 대화 내용이 웃음이 나왔다. 웃음을 머금고 눈을 쳐들어
      바라보다가 바로 옆에 선 어떤 베이지색 누비코트를 입은 좀 멋쟁이에 미인인 젊은
      아주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너는 얼굴만 좀 희고 머리카락만 노랗게 물들이면 영락없는 소련 사람이다. 야! 너는
      소련에 가서 살면 맞겠다."

      그제서야 나는 놀림을 받고 있는 그 아이를 눈 여겨 보았다. 콧등도 좀 불툭하게 튀어
      나온 데다 코까지 유난히 삐죽하게 큰 한 남학생 아이를 두고 친구 셋이서 함께 놀리고
      있다. 유심히 보니 놀리는 세 아이는 따뜻하고 산뜻 해 보이는 하늘색 파카를 입었고
      (이 아이는 말끔하게 생겼는데 제일 심하게 놀리고 있었다) 두 아이는 검정색과 곤색
      파카를 각각 입고 있다. 놀림을 당하는 그 아이는 밖이 몹씨 추운 겨울날씨인데도
      불구하고 빛도 좀 바래고 낡은 맨 교복 차림이다.

      “너희들이 참 친한 사이인 모양이지? 그래도 친하다고 너희들 셋이 이 친구를
      그렇게 함부로 하면 안돼. 친할수록 감싸주고 더 잘 해 줘야지 ^^“
      하고 나는 말을 걸었다.
      •  
      • 그러자 아까 그 누비코트를 입은 아줌마가 함께 거들고 나선다.
        “보고 있으려니 너희들이 저 친구를 너무 심하게 놀리고 있잖아?^^”
        나는 말이 나쁜 방향으로 흐르지 않도록 말끝을 얼른 가로 막았다.
        “아마 얘들이 아주 친한 친구 사이인가 봐요. 너무 친하다 보니 무관하여 말장난이
        심해 진거지”

        나는 한쪽 눈을 찡긋 해 보이며
        “얘 코가 꼭 왜 미국 영화 'Cliff Hanger' 에 나오는 실베스타 스텔론이란 배우의
        코를 닮았잖아요. 미국의 유명한 배우 빅터마추어란 배우도 그런 코를 가졌지요.
        참 프랑스인가 영국 배우인지 '미스터 빈' 이라는 사람은 되게 큰 코를 가졌어도 아주
        유명한 희극 배우잖아...^^"
        모두를 쳐다보며 동의를 구했다.

        "어디, 네 얼굴 좀 보자"
        앉은 채로 나는 그 코가 큰 아이를 올려 다 보았다. 그 아이는 착한 얼굴에 균형이
        안 맞게 좀 큰 코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도 남자는 얘 같이 이렇게 코가 큰게 좋은거야. 너희들 중에 얘가 제일 잘 생겼네”
        “정말 얘가 제일 미남이에요,”
        그 아주머니도 덩달아 거들어 준다. 나는 열심히 그 놀림감이 된 아이의 편이 되어서 말을 했다.

        그리 심하지는 않지만 그런 코를 가지고 있는 나의 바로 밑의 남동생 생각을 하였다.
        나는 대전이 고향이지만 아버지 직장인 이북에서 태어나 살다가 일제로부터 광복 후
        초등학교 3학년 때쯤 이북에서 월남을 하였다. 어느 여름 방학 때 서대전에 있는 큰집에
        놀러 갔었다.
      • 마침 점심을 먹으라고 부르는 소리에 동생이 급히 뛰어오다 시골 집 조금 높은 디딤돌을
      • 올라서다가 걸려서 순간 삐끗하고 넘어졌다. 그때 돌에 부딪혀 콧등을 다쳤다.
      • 지금도 자세히 보면 콧등도 좀 튀어 나오고 코뼈도 조금 삐뚤어져 있다.

      • 돌아가신 나의 친정어머니께서는 생전에 늘
        “아이가 너무 배가 고파서 허겁지겁 뛰어가다 넘어져서 그리 됐다" 고 항상 탄식을
        하셨다. 그 후 그 당시의 가난에 대하여 두고두고 마음 아파 하시며 잘 살기 위하여
        열심히 근검절약 노력을 하며 사셨다. 아이들이란 수중에 돈이 없으면 나쁜 마음이
        생기게 마련이라며 가세에 비해 우리에게 항상 용돈을 후하게 주곤 하셨다.

        그런데 나는 오늘 그런 코를 가졌다고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있는 현장을 본 것이다.
        나는 그 애들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주고 싶었다.

        “얘들아, 너희들이 친한 걸 보니 이 다음에 나이를 먹으면 아주 좋은 친구가 되겠구나,
        친하게 잘 지나거라. 친구란 평생 살아 가는데 아주 소중한 보물 같은 거란다. 얘들아
        너희들 몇 학년이니?“
        “이제 삼학년 올라가요”
        그 하늘색 잠바의 소년이 얼른 대답을 했다. 그러자 내릴 데가 되었는지
        “안녕히 가세요.”
        하고 깍듯이 인사를 하고 다 같이 내려서 정답게 어깨동무를 하고 걸어가는 것이었다.

        이 광경은 다행히 우리가 보는 앞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러나 안 보이는 곳에서
        오직 착하고 순하다는 이유만으로 심약한 아이에게 알게 모르게 행해지는 집단 왕따.
        아이들 혹은 어른들 간에 은연중에 행해 지는 심각한 왕따는 어떠한가? 당하는
        본인들은 물론 그의 부모형제들의 마음에 까지 치유하지 못할 큰 상처를 남긴다.

        이제는 가해한 학생 부모까지도 불려 다니며 책임을 져야 되고 머리를 들지 못하고
        괴로워 하게 되었다.
        게다가 아이들을 키우는 모든 학부모들이 전전긍긍 은연중 앞으로 자기의 자녀가
        그런 일을 당할까 내심 불안에 떨고 있게 생겼다. 뿐만 아니라 우리사회의 잔잔하고
        평화로운 전체적인 분위기 마저 해(害)하는 커다란 큰 폐해다. 반드시 없어져야 할
        암적 병폐다.

        그 원인은 왕따를 행하는 아이들이 성장 해 온 가정환경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부모의 잦은 불화와 가족 간의 대화단절 내지는 자녀들에게 전혀 무관심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의 불만이 원인이 되어서 이런 형태로 표출되지는 않았나
        하는 의구심도 든다.

        나는 아이들을 키울 때 무언가 어쩐지 매끄럽지 않다고 느껴질 때가 종종 있었다.
        그런 경우에는 맛있는 간식거리를 사다 가운데 놓고 수시로 가족회의를 하였다.
      • 가족간 서로의 의견을 제시하고 개선을 하면 모든 게 즐겁고 더 원활하게 잘 돌아
      • 가곤 하였다. 그래선지 이남일녀인 나의 아이들은 잘 자라서 두 아들은 직장에서 
      • 사회의 중견으로 성실하게 이바지 하고 있다. 딸도 결혼을 하여 행복한 가정을
      • 이루고 두 아이를 모범생으로 차질없이 잘 키우고 있다.
                                                              2003.2

        이 글은 약 십년 전에 쓴 글이다.
        오늘 날의 왕따는 그 시절 보다는 상상을 초월하는 커다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어
        우리들의 마음을 더욱 걱정되고 아프게 하고 있다. 심지어 어떤 학교 당국이나
        선생님은 이런 사실을 알고도 모르는 척 은폐하고 내 자식 일이 아니라는 듯 수수방관
        하는 사이 그 상처는 점점 깊은 늪으로 빠져 들어 갔다고 본다.

        평소 가족간 항상 화목하게 대화를 나누고 사랑과 관심이 넘치는 가정으로 만들어
        정상적인 정서를 지닌 아이들로 크도록 정성을 다하여야 된다.
      • 그래야만 이런 사회적인 큰 불상사가 근절 되지않을까...
        이와 같은 커다란 명제가 우선 어른인 우리들에게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2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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