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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4 지진을 진원지에서 겪으며

                                                                                                                                                                                             구 자 문

4층 건물 2층에 자리한 내 사무실에서 업무에 열중이었는데, 오후 2시 30분경 건물이 쿵쿵 소리를 내며 위아래로 양옆으로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진을 꽤 겪어본 필자이지만, 1~2초간 잠시 당황하다가 책상 아래로 몸을 숨겼다. 쌓아놓은 책이며 소품들이 이리저리 쓰러지고 있었다. 얼마 후 흔들림이 멎자 흩어진 물건들을 피해가며 건물 밖으로 뛰쳐나갔다.

 

밖에는 이미 많은 학생들이 건물에서 뛰쳐나와 있고 일부 건물은 먼지가 자욱하며 벽돌이며 외장재들이 떨어져있었다. 리히터규모 5.8은 넘겠구나 느끼고 있는데, 핸드폰으로 재난경보가 뜨면서 포항시 북구 7km 지점에 5.4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음을 알렸다. 진앙지가 필자 근무지에서 5km 떨어진 ‘흥해들’이라서 흔들림이 심했다고 생각된다. 이번 지진은 발생지가 지하 3~7km 정도로 비교적 깊지 않아 체감진동이 심하고 멀리까지 전파되었다고 한다.

 

이날따라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학생들이며 교직원들이 제대로 방한복을 차려입지 못했기에 발을 동동거리며 덜덜 떨기 시작했고 우는 학생들도 생겨났다. 학교에서 저장해둔 재난키트와 모포들을 나누어 주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 필자도 오후에 공식적인 행사가 있어 얇은 정장상태여서 춥기도 했지만 얼굴을 때리는 찬 공기에 약간은 그로기 상태에서 학생들을 위로하고 있었다. 일부 건물 벽이 금이 가고 일부 천정과 외장재가 무너져 내렸으므로 안전점검이 끝날 때까지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없으므로 학생들을 어떻게 달래고 또한 집으로 돌려보낼 수 있을지도 학교당국의 어려움이었다.

 

전화도 일시적으로 끊겼다가 다시 개통되었고 안부를 묻는 전화들이 수없이 걸려 왔으나 제대로 받지도 못했다. 학교는 일시휴교를 결정하고 외지학생들이 대다수라서 포항역과 고속 및 시외버스정류장으로 스쿨버스를 보냈는데, 포항역도 일시 폐쇄되고 있었다. 150여명 외국인 학생들은 근처 교회로 가고, 집에 가지 못하는 학생들은 비교적 안전한 최근 지은 건물 1-2층에 머물기로 했다.

 

날이 저물어 어둠이 깔리고 현장이 좀 정리되는 듯해서 필자는 귀가를 서둘렀다. 학교로 가는 길목인 한적하던 길가에는 많은 차들이 줄지어 서 있는데, 아파트에 다시 들어가지 못하고 피난 온 사람들이다. 필자도 집에 들어가려다 9층에 위치한 우리 집 유리가 온전한 것만 확인하고 인근 1층짜리 건물 커피숍에 들렀다. 그곳에도 피난 온 사람들로 붐볐다. 좀 늦게 집에 들어가니 이때는 엘리베이터가 작동했고 집안도 무사했다. 새로 지은 아파트라서 이정도의 지진에 안전하다고 할 수 있나 보다. 물론 화분, 화장대 등 자지구레 한 것들은 좀 넘어지고 흩어졌지만 벽면 가득 채워진 대형책장은 설치할 때 각각 대못을 박아 놓은 탓으로 안전했던 것 같다. 16층 동료교수 집은 책장과 장식장이 넘어지고 그릇들이 파손되었다고 한다.

 

진앙지인 흥해읍에 위치한 오래된 저층아파트들은 벽이 금가고 기둥이 휘어지는 등 피해가 커서 많은 이재민이 발생했다. 내진설계가 않되어 있기 때문이라지만, 우리나라 대부분 건물들이 이러한 위험에 노출되어있음이 사실이다.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지진 안전지대라고 믿고 있었지만, 지금 ‘환태평양지진대’의 활성화와 더불어 그 영향이 우리 국토에 크게 미치고 있어서 건축물의 내진설계와 성실한 시공은 필수요건이다. 새로 짓는 건물뿐만 아니라 오래된 건물들의 보강작업이 문제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철강지지대와 앵커 등을 활용한 보강작업이 몇 년에 걸쳐 이루어졌음을 기억하는데, 문제는 재정일 것이다.

 

작년 경주 지진 때 필자는 집안에 있었는데, 진앙지가 40~45km로 좀 멀었는데도 건물바닥이 요동쳐서 두려웠었다. 미국에서 6.7의 지진 때는 우리 집이 단층목조주택이라서 크게 오래 흔들려도 생명의 위협은 느낀 적이 없었는데, 이번의 경우, 진앙지가 가깝고 고층아파트라서 크게 놀랐던 것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지진경보를 진앙지에서 지진발생 10초 전에라도 예측할 수 있고 시민들에게 재빨리 통보함으로서 인명피해를 크게 감소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지진발생예측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물론 이번지진에서는 지진발생 후 26초 내에 경보가 휴대폰을 통해 전국으로 발령되었기에 진앙지에서 먼 수도권 등은 지진진동보다 빨리 경보를 전달 받을 수 있었다.

 

요즈음에도 여러 나라에서 큰 지진이 발생하고, 특히 개발도상국의 경우 많은 사망자와 이재민이 발생하고 있기에 이들에 대한 구호가 중요하다. 이들의 집이며 생업터전이 파괴되는 경우가 많아 이들 수용시설들을 어떻게 장기적으로 운영하며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이다. 이번 포항지진 후 우리 정부에서도 여야 할 것 없이 지진복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임을 강조하고 있고 다음날 있을 예정이던 수학능력시험을 일주일 연기하기도 했다. 지자체에서도 비상상황을 선포하고 피해집계와 복구를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직 여진의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신속한 복구가 이루어졌으면 좋겠고, 이번 지진을 교훈삼아 전국적으로 지진대비가 철저히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우리나라의 지진은 그래도 강도가 약한 편이고 우리나라가 크게 발전된 나라인 만큼 충분히 대비하고 이겨낼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 Tony(12) 2017.11.20 11:55
    인명 피해는 없었는듯 하니 다행입니다. building code를 좀 다시 재검토 해볼때가 아닌가 합니다. 난 어렸을때 언제인지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춘천에서 살때인데 미진을 한번 겪어 보았고 이곳 칼가리에서 한번 아주 익한 미진을 경험했를뿐. 회사 다닐때 칼리포니아로 전근을 원하는 적원을 그리 보내 주어 거기서 살다가 지진을 한번 경험하면 곧 다시 다른곳으로 전근 시켜 달란다고들 농담 삼아 얘기들 하곤 했습니다. 거기도 이젠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나본데 여기도 비슷한 날씨들입니다. 크리스마스 불들을 뒷마당에는 오늘 정돈을 해 켜 놓았는데 다음 주말에는 앞마당을 할 차레. 연말이 가까워오니 여기, 저기서 여러가지 송년 모임에 와달라는 전달이 오기 시작하는데 될수 있으면 다 참석해 줘야겠어요. 장기예보에도 그리 맹 추위는 없어 보입니다. 그럼, 늘 건강 챙기세요. 연말, 연시 잘 보내시고....
  • 이용분 2017.11.22 18:29
    처음 지진 소식을 T.V를 통해 들었을 때 맨먼저 캘빈쿠 후배님이 생각났습니다.
    글이 바로 안뜨기에 수습하느라 경황이 없으신가보다 생각 했지요.

    그후 전해지는 소식에 다친 사람은 있어도
    큰 인명 피해는 없다하니 그건 정말 불행중 다행입니다.
    화면에 학교가 큰 피해를 입고 외국에서 온 학생들 문제등
    점점 힘드는 상황으로 가는 소식을 접하면서 많은 염려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하필이면 날씨가 추운 겨울이라 더욱 염려가 되고
    생각 보다 정도가 심한듯 하니 크게 걱정이 됩니다.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용기를 내시기 바랍니다.
  • 캘빈쿠 2017.11.22 22:04

    선배님들 답글 감사드립니다. 좀 지나며 보니까 지진피해가 생각보다 크더군요. 우르르 무너진 외장도 4층 높이의 적벽돌이라 누구라도 한조각 맞았다면 큰일이었겠지요. 아시는분들도 계시겠지만, 지진 흔들림은 5.0만 되어도 대단히 크지요. 꽝 소리가 나며 건물전체가 자갈밭 버스 굴러가듯 마구 소리내며 흔들리지요. 더구나 고층 아파트에서는 바닥 자체가 파도치듯 요동을 하지요. 그래도 거푸집 그대로가 외장인 새건물들은 피해가 적었지요. 가장 피해가 많은 곳은 3-4층짜리 지은지 오래된 저층 아파트들입니다.

    지금도 낮과 밤에 쿵 소리를 내며 잠시잠시 요동을 칩니다. 이런경우 대개 3.5강도, 그보다 좀 약하지만 크게 흔들리면 2.5 하는 식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한답니다. 제가 몇 나라의 지진을 겪기도 하고 전후 방문한적이 있는데, 6.5-7.0의 강진 아래서도 철근 콘크리트 건물이 완전히 무너지는 경우는 드믈다고 생각됩니다. 대개 외장재 와 내부의 경우 책장등에 깔려 사망사고가 나지요. 물론 건물 전체가 금이 크게 가고 기울기도 하지요. 정말 건물이 무너지는 경우는 공사 부실의 문제가 크다고 봅니다. .

    제가 근무하는 학교가 진앙지 들을 지나 가장 가까운 학교라서 피해가 큰것 같습니다. 지금 한참 복구작업이 진행중인데 건물안전 등급을 정하고 1) 낙하물 치우고, 2) 위험건물 보강, 3) 내외장 수리 순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큰 지진에도 다친 사람이 없어 불행중 다행이며, 안전하게 수리되고 2주 가정학습중인 학생들도 복교하여 계획대로 이번학기를 잘 마치게 될 것 같습니다. 흥해읍 등 포항시의 지진피해 건물들도 같은 순서로 복구 되겠지만, 적지않은 수의 이재민들의 임시셀터에서 장기거주지로 이동이 현재 큰 이슈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시내 모든 건물들의 안전진단 및 보강공사 등이 필요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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