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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 입대행사를 지켜보며

                                                                                                                                   구 자 문

  텔레비전에서 해병대 입영장정들의 입소행사를 지켜보았다. 요즈음은 연예인들이 같이 입대하고 훈련받는 프로그램이 있어 가끔 보고 재미있어 했지만, 이렇게 입영문화제로 불리는 입소식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예전엔 부모나 애인이 입영부대 안까지 따라 들어와 작별인사를 하는 경우도, 입영문화제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20대에서 30대, 가끔은 40대 중반 정도의 눈에 익은 연예인들이 일반 지원병들과 같이 훈련을 받기에 재미있어는 했으나, ‘이것은 가짜야’ 하는 생각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힘든 유격훈련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군대생활 어려움이 어찌 훈련 때문이더냐?’ 라며 비평적이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몇 십년전 필자의 군생활, 잊혀졌던 장면과 에피소드들이 떠올라 잠시 잠시 회상에 잠기기도 했음도 사실이다. 사람들과 군대이야기 할 때야 이것저것 무용담이 나오고 즐거워지기도 하지만, 생각해보면 쑥스러운 기억들이 많다.

 

  세월이 지나면 어려웠던 일들도 즐거운 추억으로 남는다고들 하는데, 필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논산훈련소에 입대하던 전날부터, 장정으로 지내던 일주일, 그리고 훈련과정, 그리고 자대배치 등 아직도 그 당시의 어려움들이 떠오르지만, 그리움과 애틋함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이러한 군대 관련 프로그램이나 뉴스를 보게 되면 눈시울이 뜨거워 질 때가 많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성’이라기보다 ‘감성’의 소치임도 맞다.

 

  한때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던 ‘서부전선 이상 없다’ 라는 독일소설이 있는데, 어린나이에 징집되어 1차 세계대전의 참혹한 전투를 겪어가며 어른이 되어가던 한 청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백전노장이 된 그는 어느 날 고착상태에 빠진 진지에서 휴식을 취하다 잠시 방심하여 적병의 총에 맞아 죽는다. 그러나 그날 전선의 일지는 ‘이상 없음’ 이었다.

 

  중고시절에 읽었던 한 맹호사단 재구부대 대대장이 저자인 ‘19번 도로’ 라는 베트남전 참전 수기인 논픽션소설이 생각난다. 역시 베트남전을 바탕으로한 소설과 드라마인 ‘머나먼 쏭바강’ 그리고 ‘위워 솔저스’라는 영화도 생각난다. 이 모두가 전쟁의 참혹함을 그리고 있고, 그 가운데서도 조국의 명령에 따라 진지를 사수하고 죽어가는 병사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는 크고 작은 전쟁들이 계속되고 있다. 가난한 나라에서 지난 40-50년 사이에 10대 강국으로 변모된 우리 한국도 그 어려움 가운데 있다. 민족의 분단과 전쟁, 휴전, 그리고 무수한 도발과 설전 속에 있는 것이 우리 한반도의 상황이다.

 

  많은 식자들과 정치인들이 국가와 발전, 사상과 인권 등에 대해서 정의하고 논쟁함을 아는데, 필자가 한마디 더 보탤 필요까지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도 꽤 긴 세월 자식을 키우고, 국내외 여행을 하고, 국내외적 이슈들을 접하면서 요즈음 더욱 중요하게 느끼는 것이 있다. ‘민족’이라는 개념이다.

 

  이는 거대한 사상이라기보다는, 같은 말을 쓰고, 같은 문화를 가지고, 비슷한 음식을 먹는 ‘우리들’에 관한 것이다. 스스로도 엽전들이라고 비하하면서도 벗어날 수 없는 우리들에 관한 것이다.

 

  우리들에게 7-8천만의 민족이 있고, 독립된 나라가 있고, 또한 군대가 있다. 이렇게 우리가 잘 살게 된 것도 자랑스럽지만, 남의 군대가 아닌 우리 군대에서 우리 젊은이들이 한때나마 집단훈련을 받는다는 것, 이는 젊은이들의 사회성함양을 위해서도, 공동체, 아니 좀 더 진한 동료애를 느껴보기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본다. 또한 국가적으로는 우리 조국이 남이 손쉽게 넘볼 수 없음을 알리기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본다.

 

  오랜 세월이 지나 많이 무뎌지기도 했지만, 이러한 영화나 프로그램을 볼 때 필자가 한 때 한국군의 일원이었음을 자랑스럽게 느끼게 되고 가슴 뭉클함을 경험한다. 우리사회가 지극히 글로벌화되고, 복합화되고, 그리고 다양한 코스모폴리탄들이 나타난다하더라도, 필자 개인에게는 이 경험들이 인생의 길잡이이자 양념이 될 중요한 요소 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2015년 11월 11일

  • 황등일 2016.01.10 06:47
    하, 하, 오늘 같이 좀 추운 날 군대 얘기 나오니 전방 야포대대에서 학보병 졸병으로
    근무 할때 영하 25도의 추운 날씨에 발을 동동 구르며 야간 보초 서던 생각이 나는군요.
    그런데 요새는 날씨가 너무 나쁘면 훈련도 안 한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그게 정말인지?
    사병들 엄마들이 제 자식들 상할까, 아플까 야단 법석들을 떨어 날씨 나쁠때는 훈련 실시
    계획을 그만 두기도 한다니. 어느 나라 군대가 날씨 골라 가며 전쟁 하는지? 소문이 사실이
    절대로 아니길 바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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