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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30 11:49

첫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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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눈                                                  청초 이용분(7회)

엊그저께는 올 들어 첫눈이 펄펄 내렸다.
어둑 컴컴한채 잔뜩 찌프린 하늘에 날씨가 푹하다 보니 내리는대로 바로
녹아 버려서 땅만 조금 질척할뿐 눈은 금새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눈을 맞으며 걷노라니 문득 중학교 일학년 교과서에서 배웠던 노천명 시인의
"어머니가 떠나시던 날은 눈 보라가 날렸다." 라는 시가 생각이 난다.

이왕이면 첫눈 내리는 날 만나기로 한 옛 애인이나 친구 생각이 나던가
할 일이지 왜 그 슬픈 싯 구절이 생각이 나는지 모를 일이다.

"어머니가 떠나시던 날은 눈 보라가 날렸다.
떠나면서 동네 어귀를 향해  
상여가
마지막 인사를 고하는것을 보면서도
나는 어머니가 떠나셨다는 걸 믿을 수가 없었다."

시의 전부가 생각이 안 나지만 이런 시였던 걸로 기억이 된다.
좀 더 시간적 여유와 성의가 있었다면은 시집을 사서 전문을 외워서 써
놓았으면 좋았겠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것에 대해 유감스런 마음이 든다.

아주 쌀쌀맞게 추운 날씨에 내리는 눈은 내리는 소리도 사락 사락 소리가
나고 언 땅위에서는 잘못하면 미끄러지기가 십상이다.

이런 눈으로는 눈사람을 만들기는 어렵다. 서로 대굴대굴 엉기지 않으니
눈이 서로 붙지를 않아 첫눈에 잔뜩 설레이던 어린 마음을 달구기만 하게 한다.

아이들을 키울 때에는 눈이 오면 의례히 마당에서 눈사람을 만들곤 하던
추억이 생각난다. 크게 굴려서 몸통을 만들고 좀 작게 굴려서 머리를 만들어
얹고 검정 숯을 구해서 눈과 눈썹 삐죽하게 뭉뚝한 나무토막으로 코도 만들고

세숫대야를 뒤집어 씌워서 모자로 하고 긴 마당 빗자루를 곁에 꽂아 놓으면
한겨울 풍취가 물씬 나곤 했었는데 이제 눈사람 만들 아이도 다 커버리고
눈사람을 만들 마당도 정신적인 여유도 없는 바쁜 세태에 살게 되었다.

요즘 아이들은 눈사람보다는 컴퓨터게임에 더 빠져 있고 동네 골목에서
펄쩍펄쩍 뛰면서 좋아 하던 동네 바둑이도 이제는 모두 방에 들어 앉아
버려서 보기가 힘들게 됐다. 눈이 오면 길이 미끄러워 차들이 엉금엉금
길 생각에 눈을 기다리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만 같다.

특히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눈만 조금 내리면 비닐하우스가
눈의 무게 때문에 무너져 내릴까봐 가슴이 철렁철렁 할 일이다.

허나 정초에 내리는 눈은 서설이라 하여 매우 반기고 매섭게 추운 겨울날
여린 보리싹을 이불처럼 덮어 주어서 냉해를 막아주니 꼭 필요 하기도 하다.
겨울에 눈이 안 오는 해에는 겨울 가뭄이라하여 보리싹도 말라죽고 그
이듬해에 가뭄을 예고하니 적당한 눈은 꼭 내려야 된다.

오밀조밀 가즈런한 장독대 위에 내린 흰눈을 보는것만은 못 하지만
그래도 초대형 아파트 창문을 통해서 춤을 추듯 선회를 하며 끝도 모를
먼 하늘에서 펄펄 내려오는 눈송이들을 감상하는 것은 너무나 환상적이고
아름답고 신비하기 조차하다.

영화 "닥터 지바고"의 '라라'의 테마곡과 더불어 자작나무 숲이 욱어진
시베리아 흰 雪原을 끝없이 달리던 "오마샤리프"의 마차가 우리들 마음속에는
아직 한 가닥 젊은날의 낭만으로 남아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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