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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9 20:25

풍수에 관한 小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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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수에 관한 小考

                                                                                                                                                                   구 자 문 

살다보면 자기가 사는 집이나 동네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고 다른 곳들과 비교할 경우도 당연히 생긴다. 이 동네가 저 동네보다 낫다 못하다를 결정하는 주요요소들은 학군이 좋으냐 나쁘냐, 공공교통 이용이 편리하냐 불편하냐, 아파트단지의 경우 유명 브랜드냐 아니냐, 집값이 잘 오르는 곳이냐 아니냐 등 현대자본주의사회에서 중요도를 가진 것들이다. 물론 지금도 집과 동네의 향, 햇빛, 바람, 물길, 경관 등 전통적 평가요소의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자연요소들도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테크놀로지가 발전하고, 주거시설이 좋아지고, 사회가 복합적으로 변모됨에 따라 풍수(風水) 등 전통적 평가요소들은 물론이고 자연요소들의 상대적 중요성도 크게 감소했음이 사실이다. 물론 근래에 지속가능개발·스마트생태도시·생태건축 등 새로운 도시·건축 패러다임의 대두로 인해 자연요소들의 중요성이 다소 부각되고 있기도 하다.

 

고려 말 이후 우리 한국인의 환경인식체계와 길흉화복(吉凶禍福)결정체계를 크게 지배했던 것은 풍수사상(風水思想)이라고 보아진다. 이는 동양사상에 바탕을 둔 이론체계이면서 한국인의 전통적자연관과도 일부 결합되어 개인으로부터 국가에 이르기까지 큰 영향을 미치던 생활철학이자, 타부이자, 종교 같은 것이었다. 지금도 지역사회에 지관(地官)들이 존재하며 묘자리·택지 등의 선정에 있어서 이들의 차별화된 지식에 의지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다. 요즈음 어떤 이들은 풍수를 바람과 물로 해석하면서 풍수지리의 현대적 의미 혹은 미신 아닌 언제든 적용 가능한 과학임을 강조하기도 하나, 이는 풍수지리를 옳게 설명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풍수지리는 동양의 유기체적 세계관, 기를 통한 세계인식, 음양오행론(陰陽五行論) 등이 그 기반이 되었다. 이는 중국에서 시작되어 신라 말기에 ‘도선’에 의해 도입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농경을 생활기반으로 삼고 산과 하천을 신성시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생각과 조화를 이루면서 전통적 자연인식 및 공간조형 내지 건조환경(建造環境) 구축지침으로 발달하였다. 풍수지리는 땅속을 돌아다니는 생기(生氣)가 있고, 생기가 많이 모이는 곳이 명당이라고 보았다. 산의 모양과 기복, 바람과 물의 흐름으로 명당을 찾아 이용함이 풍수지리의 기본원리이다. 풍수지리에서는 땅에 용맥(龍脈)이 존재하고 지기(地氣)가 순행하는 하는데, 이는 사람 몸에 경락(經絡)이 존재하고 기(氣)가 전신을 순행함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풍수학자들의 표현에 의하면, 풍수지리는 생명력의 흐름인 땅의 생기를 받아 사람과 삶터의 생명과 건강을 유지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고 한다. 또한 풍수지리는 자연과 인간의 질서를 혼융·조화시키고, 땅과 인간과의 관계를 유기적으로 통합시키고자 하는 사상이라고 한다. 따라서 풍수지리는 땅속을 돌아다니는 생기를 사람이 접함으로써, 즉 초자연적인 힘을 빌려 불운을 막고 행운을 얻을 수 있다고 해서 ‘운명 바꾸기’의 일환으로 널리 선호되며 기층사상을 지배해 왔었다. 한편 완벽한 명당은 존재하기 힘들므로 좀 부족해도 보완해서 좋은 장소로 만드는 비보(裨補)가 크게 발달되어 있었다.

 

풍수지리는 오랫동안 우리 삶과 삶의 공간에 투영되어 왔기에 한국의 민속, 신앙, 지명뿐만 아니라 마을과 묘의 위치, 건물형태, 건설시기와 과정, 건축방법 등에 이르기까지 풍수는 지역문화에 다양하게 투영되어 있다. 물론 큰 국가를 형성했던 로마제국, 중국왕조 등처럼 황제 내지 왕의 위엄을 높이기 위한 도구로서, 혹은 외적을 막거나 통치편의를 위한 그들의 도시와 궁궐조성논리가 일부 결합되지 않은 것은 아니었겠지만, 풍수지리는 공간조형원리를 넘어서서 한국인의 대표적 사상 및 행동체계로 발전했었다. 결론적으로 풍수지리는 한국인의 환경인식 및 길흉화복 결정체계의 바탕으로서 작동하면서 도시, 궁궐, 마을 등의 입지를 결정하는 공간조영원리(空間造營原理)였고,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한국의 역사, 사상, 경관, 도시나 마을의 구조 등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아진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풍수지리를 무시하자거나 현대적으로 재해석·활용하자는 의견 모두에 찬성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의 자연관을 형성했던 주된 사상체계의 하나로서, 과거 도시형성의 역사와 원리를 이해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풍수지리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이를 연구하는 분들에게도 큰 진전 있기를 바라고 있다. 이 말은 풍수지리가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이루던 하나의 중요한 사상이자 생활지침이었기에 연구주제로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과학적증거와 글로벌보편성을 지니지 못한 풍수지리를 현대인들이 따라야할 사상 및 행동체계로 변모시킬 적극적 이유를 찾기는 힘들다’고 생각하고 있다. 풍수지리에서 말하는 땅속 생기의 존재가 증명되지 않았고, 현대사회가 과거와 다르게 글로벌화·테크놀로지화·네트워화되고, 복잡다단해진 사회와 우리 삶의 스타일이 크게 변화되는 상황에서 하나의 논리에 지나치게 얽매이거나 적용을 위한 무리수를 두기보다는 이를 넘어선 새로운 합리적·종합적 패러다임으로 자연과 인간정주체계(人間定住體界)를 설명하고 새롭게 구축할 필요가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2019년 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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