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의 도시재생 이모저모

by 캘빈쿠 posted Jul 25, 2017 Replies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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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의 도시재생 이모저모

                                                                                                                                                                             구 자 문

매스콤에서는 미국 새 대통령의 좀 별난 행동과 정책들이 이슈가 되고 있고 북한 미사일문제 등 다양한 국제문제들이 계속되고 있지만, 미국시민들의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 보인다. 미국도 1930년대 극심한 대공황을 겪었고, 그 후로도 다양한 경제사회적인 기복이 있었지만, 세계 강대국으로서 그리고 가장 소득이 높은 복지국가로서의 위상을 세기 내내 보여주고 있다.

 

신형차들이 거리를 달리고, 백화점과 대형 몰에는 인파가 몰리고, 마트에는 싱싱한 과일, 채소, 식육을 비롯한 각종 식료품들이 청결하게 전시되어 있다. 동네에는 잘 가꾸어진 집과 정원들이 있다. 하지만 이는 여행자들의 눈에 비친 모습일 뿐 이곳에서의 삶도 다사다난함이 없을 수 없다. 우선 주택가격과 임대료가 비싸서 저소득층이나 젊은 층들은 감당이 힘들다. 자동차유지비와 자녀교육비도 마찬가지이다. 과거에는 미국의 초중등교육이 쉬웠다고들 하지만, 지금은 천만의 말씀이다. 경쟁사회에서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프로페셔널이 되기 위한 과정이 그리 쉽지 않아서 일 것이다.

 

과거같이 고교졸업 후 자동차며 전자제품공장에 취직하여 평생 일한다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다. 많은 이들이 하나의 직업으로는 생계유지가 힘들어 두어 개의 파트타임을 하기도 한다. 미국이 이른바 ‘멜팅팟’으로서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혼합되어 장점도 많으나 차별과 긴장이 없을 수 없어 경제사회활동의 불리함을 감수해야할 그룹들이 존재한다. 경제사회적으로 불안정한 계층이 두터우니 낙후되고 범죄율이 높은 지역도 생기게 된다. 전통적으로 대도시 도심은 대낮에도 안전하게 돌아다니기 힘든 곳이 많다. 하지만 이들 지역이 경제사회적으로 낙후된 것이지 물리적인 낙후가 크게 문제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동부도 아닌 서부의 대도시 ‘로스앤젤레스’만해도 역사가 수백 년이 되고, 100년 전 혹은 그 이전에 지어진 건물들이 꽤 많이 남아 있다. 특히 다운타운지역에는 그 규모와 형태만으로도 대단한 역사적인 건물들이 많다.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낙후된 지역에 위치하며 비어있는 경우가 많다. 지자체와 뜻있는 시민들은 이러한 낙후된 지역과 건물들을 되살리려 애쓰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구도심의 낙후되고 버려졌던 넓은 공업지대는 지난 5~10년 사이에 적지 않은 수의 공장건물들이 리노베이션 되어 레스토랑, 카페 등으로 이용되고 있고 빈땅에 호텔, 뮤지엄, 상업용 건물 등이 세워지고 ‘아트디스트릭’으로 불리고 있다. 이들은 100년된 랜드마크인 LA시청과 비즈니스 스트릿, 차이나타운, 리틀도쿄 등과 엮여서 도심을 되살리고 있다. 이 도시는 투자유치에 열성이고, 많은 투자가 몰려들고 있다. 도시가 넓고, 인구도 많고, 인센티브가 좋으니, 자기스타일에 맞는 사업을 자기 맞는 지역에서 추진하고들 있다.

 

행콕팍 지역의 ‘라치몬트 스트릿’은 1940-50년대의 거리가 보전되고 있는데, 이는 주민과 투자자들의 역사와 전통을 중시함 하에 보전되고 있는 것이며, 지자체 차원에서 역사지구 지정이나 디자인가이드라인이 제시되고 있을 것이다. 이때 흔히 거론되는 이론이 ‘제인 제이콥스(Jane Jacobs)’가 주장하는 ‘전통적인 네이버후드 및 라이프 스타일 보전’이다. 요즈음 이 거리는 전통적인 모습을 즐기는 많은 이들이 찾는 관광명소가 되어있다.

 

인근에 좀 더 알려진 ‘그로브몰’은 동네 주민들의 보전노력보다도 낙후지역 테마개발로 성공적인 면모를 보이는 한 개인기업이 투자하여 별로 찾는 이 없는 낙후된 파머스마켓과 주변의 캔디공장지대를 멀티플렉스, 테마공원, 부티크, 카페 등의 조성을 통해 재개발한 것이다. 물론 파머스마켓도 더욱 활기찬 면모를 보이고 있다. 이를 통해 이 개발지역의 세일즈 증대는 물론이고 이 지역발전의 앵커로 작동하는 것이다. 로스앤젤레스 서부 도심의 그로브몰만이 아니라 글렌데일의 ‘아메리카나’도 이로 인해 낙후된 주변지역이 해가 갈수록 향상되고 있음이 눈에 보이는 것이다.

 

우리 한국의 경우 몇몇 한옥마을들을 제외하고는 역사 오랜 지역이 많지 않고, 도시의 전반적인 인프라와 수십년된 건물의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 항상 ‘보전 할 것이냐 말 것이냐’가 큰 고민거리가 되어 있다. 서울이나 부산 등 대도시를 제외한 중소도시들에서는 새로운 호텔이며 쇼핑센터도 시장이 작으니 전통상업시설들과의 마찰 때문에 제대로 개발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의 중소도시에서는 대부분 열악한 인프라와 낮은 품질의 건물들로 이루어진 전통상업 내지 주거혼용지역들을 어떻게 향상시켜 나갈지 고민하고 있다. 어떻게 이들의 역사성을 보전할 것이며 지역발전의 앵커로 삼을 수 있을 것인지 등에 대한 복안이 많지 않다. 물론 과거의 ‘다 부수고 새로 짓는 형태의 개발’이 많이 자제되고 있다는 것은 전통을 보전한다는 차원에서 매우 타당한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도시형성 역사가 짧고, 도시규모가 작고, 당초의 건물이나 인프라 수준이 낮은 중소도시에서 경제활성화, 도심활성화, 그리고 역사성보전을 위해 시대의 큰 화두인 도시재생사업들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지자체로서도 국가적으로도 좀 더 고민해야 할 것이며, 전략 및 규준들을 다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2017년 7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