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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속이 쓰릴 정도로 더운 날씨인데, 벌써 말복(8월 16일)이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말복을 지나서 거짓말처럼 기온이 뚝 다시 떨어진다고 한다. 
사실, 초복과 중복때만 해도 '먹을 것이 풍요로워서' 딱히 보양식을 먹지 않는다는 사람도 많았다. 
그런데 말복때는 이야기가 조금 다른 것 같다. 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인해, 
따로 보양식을 챙겨먹을까 고민하는 사람이 늘어난 모양이다.

작년의 순댓국 맛집 투어 기사를 기억하시는가.(관련기사 :말복 더위 날려보낼 순댓국집 5곳) 
작년에 비해서 순댓국의 위상이 조금은 달라진 것 같다. 
우후죽순 세워져서인지, 계량을 해서인지, 지역색 하나 없는 맛을 내던 
순댓국 프랜차이즈들의 거품이 점점 빠져가는 모양새이다. 똑같은 색깔의 국물에, 
똑같은 맛만 내던 야채순대 내지는 당면순대가 이제는 서민들에게 질릴 참도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또 준비했다. 우리에게 유명한 순대촌인 '병천과 신림'을 뺀 또 다른 순대투어 말이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이 순대 하나는 즐겨먹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각 지역마다 특색있는 순대가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다. 그 중 대부분이 전통시장 끝자락에, 
고사머리와 족발, 뱀처럼 또아리를 튼 순대를 
'원조 개방형 주방'에서 직접 썰어서 내주는 시장통 순댓국밥집들이다.

돼지기름을 꽤나 많이 섞어 유통되는분식집 순대가 아니라면, 
식당에서 직접 만들어 내오는 순대는 건강에 나쁘지 않다는 것이 '자칭 순대 전문가' 필자의 생각이다. 
철분과 무기질을 보충해주는 선지, 단백질을 보충해주는 창자와 머리 고기, 
그리고 비타민을 보충해주는 갖은 '로컬푸드' 야채까지 있다. 
밥 한그릇, 머리 고기 몇 점과 함께 국물도 호로록 떠먹으면 
어느새 죽어가던 힘이 솟아나는 것은 이런 성분들이 내는 스테미너 효과 때문이다.

천안 순대는 병천순대만 있다는 편견도, 동인천역 앞에는 '닭강정 파는 신포시장'밖에 없다는 편견도,
 강원도에는 '오징어순대'밖에 없다는 편견도 털어내고, '순대투어' 한 번 가보자. 
이번에도 역시 서울에서 길어야 두 시간 정도에 갈 수 있는 순대 명소 네 군데를 준비했다.

서울순대 최강자는 '영등포시장' 아니겠습니까


 ▲ 영등포시장 순대국 골목의 순대집 모습.

영등포는 조선시대까지 길목으로만 이용되다가 일제강점기에 발전하기 시작한,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적 신도시'라고 할 만하다. 광복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꽤나 많은 발전을 거쳐서, 
전차가 다니던 것이 지금은 지하철 1호선과 5호선이 다니고, 당시의 '경성방직 공장'은 그대로 '필백화점'이, 
또 이어 '영등포 타임스퀘어'가 되어 매일 아침저녁 출퇴근하는 직공들 대신 멋진 옷을 빼입은 손님들을 받고 있다.


▲ 영등포시장의 모습.

100년간 논밭에서, 일본인 '조계'에서, 공업지구로, 그리고 다시 서남부의 최대 상권으로. 
그런 변화를 거친 영등포에서 변하지 않은 길이 있다. 
바로 영등포 로터리에서 조금 샛길로 들어가면 나오는 영등포시장통이다. 
간단한 현대화 사업 이후, 거의 모든 것이 바뀌지 않았다. 
시장 들어가는 길에 있는 '맨숀' 건물도 그렇고, 상가의 꽤나 오래되어 보이는 가게도 그렇다.

물론 도로가는 유흥지화가 많이 진행되어 카바레, 성인 대상 나이트클럽이 꽤나 들어섰지만, 
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이따금 앰프로 틀어놓은 지르박 음악이 귀를 쫑긋 기울여야 겨우 들릴 정도로 조용하다. 
인근의 노인들이 나름 '쇼핑'을 하러 다니는 모습도 꽤나 눈에 띈다.


▲ 영등포시장의 순대국. 뽀얀 국물에 풍부하게 담긴 맛이 보이는 듯하다.

미로같은 길을 따라 걸어가면, 옛 정취를 그대로 보존한 순댓국 골목이 있다. 
이미 순대 매니아들에게는 시장통 순대맛을 그대로 낸다고 소문이 자자한 골목이다. 
들어가서 메뉴판을 보고는 꽤나 놀랄 수도 있겠다. 돼지의 '맨살'만 빼고는 다 취급하고 있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족발부터, 순대국, 오소리감투, 머리 고기까지... 
그야말로 맨살 빼고 다 파는 격이다. 역시 역사가 오래되어서 그런지 맛도 출중하다.

영등포시장의 순대국집은 꽤나 다양한 곳이 있지만, 영등포 시장 천막 바깥에는 이렇다 할 순대국 맛집이 없다. 
영등포 사거리의 폴사인을 따라 영등포 시장 안으로 들어와서 5분 정도 걸으면 순댓국 골목이 눈에 띈다.
이 곳은 북쪽의 순대 대신 남쪽의 순대의 맛을 주로 낸다. 
상호 역시 북쪽보다는 '병천', '예산' 등의 남쪽 지명이 눈에 띈다. 어느 곳이든 맛은 비슷비슷하다.

동인천역 중앙시장 뒷골목에는 순대냄새 솔솔


 ▲ 인천 송현동 순대국골목의 순대국.

인천역, 다시 말해 강화도 조약 이후의 인천항 일대는 개항 이후 외국인들이 모여있는 곳이 되었다. 
당시에 지어진 고딕식 건물들이 현재까지 남아 인천 근대역사를 전시하는 곳으로 변모했는데, 
여기서 고기를 잡다가, 또는 농사를 짓고 살다가 외세의 등쌀에 쫓겨난 원주민들도 있었다.

그 쫓겨난 원주민들은 현재의 동인천역, 신포 주변에 모여살았다. 
그래서 동인천의 수도국산자락에는 자연스럽게 빈민촌이 형성되었고, 
6.25전쟁 이후 초토화되었지만 다시금 판자촌이 들어섰다. 
동인천역 인근의 배다리시장, 수문통시장 등은 사라졌지만 대신 송현시장이 생겨났고, 
중앙시장은 현재까지 그 위치 그대로에서 자리 잡아 매일 1만명에 가까운 손님이 찾고 있다.


 ▲ 평양식당, 전주식당 등 상호도 지역특화적이다. 옛날 전화번호도 눈에 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동인천 일대의 시장은 저렴한 먹거리를 파는 골목이 발달했다. 
화평동에는 냉면골목이 있고, 신포동에는 유명한 닭강정을 파는 집이 널려 있다. 
유명 분식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신포우리만두'도 그러고보니 동인천 일대에서 시작했고, 
쫄면이 처음 시작한 곳도 배다리시장의 '광신제면'이었다. 
그 중에서 송현동의 중앙시장에는 순댓국 골목이 발달했다.


 ▲ 동인천역 중앙시장에 자리잡은 송현동 순대골목의 모습

순댓국 골목에는 30년 이상 영업해온 순댓국집들이 즐비하다. 
평양식당, 전주식당 등 가만히 시장골목에서 전국투어를 하는 듯한 기분이다. 
한 집을 찾아 들어가면 따뜻한 순댓국이 나온다. 
내공이 깊어서 그런지 국물도 묵직하고 맛이 좋다. 
큼직한 순대도 들어가고, 요즘 순댓국에 잘 안 들어가는 허파도 아낌없이 들어있다.

송현동 순대골목의 주변에는 신포시장, 배다리시장 등 꽤나 많은 시장이 위치하고 있다. 
화평동으로 올라가면 순댓국 말고 냉면도 한 그릇 할 수 있고, 
신포시장에는 유명한 닭강정집들이 즐비하다. 
순대골목 안의 순댓국집은 대부분이 대동소이한 맛을 내니 몇집을 가보면서 
가장 입에 맞는 순대집을 찾아도 된다. 순댓국 외에도 곱창전골을 맛있게 한다.

병천 순대만 천안순대냐, 성환 순대도 천안순대다


▲ 성환 이화시장의 모습.

야채의 맛이 가득 담긴 병천순대는 꽤나 별미로 손꼽힌다. 
그래서인지, 천안 하면 병천순대를 떠올리는 사람도 많지만, 
천안의 순대에는 남쪽의 병천순대 말고도 북쪽의 성환순대가 있다. 
5일장인 성환이화시장에서 판매하는 순대를 성환순대라고 부르는데, 
병천순대와는 미묘하게 다른 맛이 있다.

아침부터 장을 서기 위해 나선 서민들부터, 물건을 팔러 온 상인들까지 여기서 주린 배를 채운다. 
상업화가 많이 진행되어 예전의 맛이 아니라는 평을 간혹 받기도 하는 병천순대보다는 훨씬 투박한 맛이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제주도의 고기국수와 비슷하게 순대국수를 판매한다. 
밥 대신 국수를 말아 파는 순댓국인데, 아침 일찍 나온 상인들이 
밥을 먹기 부담스러워 국수를 만 것이 처음이라고 한다.


 ▲ 따끈하게 나온 성환이화시장의 순대국 모습.

메뉴도 '안주'. '국밥' 두 가지다. 국밥을 시키고나서 국수를 넣을지 말지는 선택이다. 
안주는 우리가 아는 '모듬순대'인데, 보통 술안주라는 것을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돼지 내장에 야채와 선지를 섞어 넣고 그대로 실로 묶어 삶아 만든 순대는 그 맛이 거침없다. 
들깨가루를 미리 넣고, 밥도 미리 넣어놨다. 시장통에 바삐 나가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 
온도도 바로 먹기에 적당하다. 투박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성환이화시장은 문화관광형시장으로 지정이 되어, 최근 거리의 예술가들이 벽화를 그리고, 
조형물을 세우면서 예술시장으로도 거듭났다. 시장 안에 미술관이 있는 격이다. 
그래서 그런지 시장은 젊지 않아도 시장의 풍경은 젊어보인다. 
순대골목도 '다큐멘터리 3일'의 주제로 오르면서 덩달아 유명해지기도 했다.


 ▲ 국밥집들이 천막 아래 즐비하게 서 있다.

성환이화시장은 1, 6의 자리로 끝나는 날에 들어선다. 
이번 말복이 8월 16일이라고 하니, 딱 가볼 만하지 않은가. 
더욱이 성환이화시장은 장이 열리기 전날과 장날에만 열린다고 한다. 
성환 순대거리의 유명한 순댓국집들은 이름도 '첫 번째집', '두 번째집' 이렇게 돼 있다. 
적당한 곳에 들어가 한 사발 뚝딱 해치우고 나오면 된다.

포켓몬만 잡지 말고 실향민 애환 담긴 아바이순대도 잡숴 봐


 ▲ 속초 아바이마을의 전경.

'포켓몬 고'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속초시. 
속초시는 6.25 전쟁 발발 이전 북한의 영토였기 때문에, 
6.25 전쟁이 끝난 이후 피난왔던 실향민, 
그 중 함경도나 원산 지역의 실향민들이 속초에 정착해 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들은 북쪽지방에서 먹었던 순대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바로 지금의 아바이순대라고 한다.

사실 바다가 가까워 아바이순대보다는 
재료를 구하기 쉬운 오징어순대나 명태순대를 더 많이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교통의 발달로 돼지 창자를 구하기 쉬워져 
아바이순대 역시 많이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돼지 창자 안에 선지와 돼지고기, 찹쌀과 야채를 섞어낸 소를 넣는데, 
오징어순대나 명태순대를 만들 때도 재료는 선지와 돼지고기 대신 
다른 재료를 쓴다는 것만을 뺀다면 큰 변함이 없다.

속초 청초호 사이의 작은 섬에 위치한 아바이마을에 실향민이 살고 있고, 
이 곳에서 순대를 만들어낸다. 
지금은 아바이마을이 유명해졌고, 
순대의 물량이 꽤나 달려서 대창으로만 만들던 곳도 소창으로 만드는 등, 
남한의 맛에 맞게 '최적화'된 곳도 있지만 
북쪽의 음식답게 남쪽 순대보다는 맛이 깔끔하다.


 ▲ 아바이마을의 발이 되어준 갯배

오징어순대는 오징어가 돼지창자만큼 접착력이 적어서 그런지, 계란을 얹어 부친다. 
오징어로 만든 순대는 쫄깃하니 맛있다. 
오징어와 계란의 식감이 창자를 쓴 순대와는 다르면서도 오묘하다. 
명태순대는 명태의 속에 순대소를 넣고 만든다. 
이런 특별한 순대를 먹고 싶다면 속초중앙시장에서 갯배를 타고 이동하자. 
사람이 쇠줄을 직접 끄는 갯배는 여러 드라마에서 나왔던 적이 있다. 
배삯은 200원이니 가격도 싸다.

여기서는 순댓국보다는 여러 종류의 순대를 먹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순댓국은 다른 지역과 별반 다를 것이 없기 때문에 기대만큼의 퀄리티가 나오지 않는다. 
순대의 종류가 많고 맛이 좋아서, 순댓국을 먹는 것보다는 어쩌면 이 편이 더 마음에 들 수도 있다.
혼자 왔다면 호객하는 곳으로 들어가자. 
혼자 먹기에 꽤나 많은 양을 메뉴판보다 저렴한 가격에 내주는 집도 많다. 
상차림에는 오징어순대에 들어가지 않는 귀나 다리로 만든 튀김이 곁들여져서 나온다.


 ▲ 오징어순대와 아바이순대가 서로 자랑하듯 서 있다. 
 돈을 조금 더 내면 가자미식해도 얹어주는 집이 많다.

여기 순대는 가자미를 삭혀 만든 가자미식해와 같이 먹으면 꽤나 맛있으니, 
새우젓 대신에 가자미식해를 얹어서 함께 먹어보자. 
아바이마을에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길보다는 
안쪽 골목으로 들어가서 식사를 하면 만족도 큰 식사를 할 수 있다. 
아, 그러고보니 여기는 포켓몬이 잘 잡힌다. 
그렇다고 식사도 하지 않고 갯배만 타고 왔다갔다는 하지 말자.
            - 오마이뉴스 글:박장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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