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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풍력발전단지. 영양의 자연이 이국적인 풍경을 입었다
달그락 달그락 별이 부딪치던 소리는 사그락 사그락 귓가를 맴도는 추억의 여음이 되어 기어이 그 밤을 증언하는 표식이 되고 말았다. 이쯤에서 영양이 가르쳐 준 것 한 가지.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지 못할 것은 세상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 육지의 섬으로 “양양이 아니고?” 영양으로 떠난다는 말에 지인들은 모두 하나같은 반응으로 되묻기가 먼저였다. 뭐, 나조차 그런 의문부터 가졌었다는 점을 고백하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영양이란 곳에 어떤 볼거리가 있는지 제대로 알고 있기는커녕 심지어 풍문으로도 들어 본 기억이 없었다. 그러니 나를 놀랠 만한 게 적어도 하나는 있지 않을까, 은은한 기대만을 품던 것이 곧 이 여행의 시작이었다. 영양은 태백산맥 남단의 경상북도 북동쪽에 위치한다. 간혹 현지인마저 영양을 ‘육지의 오지’라 부르고 있는 까닭은 지금까지도 접근 가능한 고속도로는 고사하고 4차로나 철로도 놓이지 않은 국내 유일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이 소개가 끝나기가 무섭게 버스는 심상치 않은 굽은 길로 들어서 약 40분가량을 구불구불 파고들었다. 그 끝을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 무렵, 드디어 영양군으로 들어섰다.
치유의 길에서 만난 소박한 정자. 이곳에서 숲과 하늘을 조망했다
1 외씨버선길을 걷다 보면 치 유의 의미가 빛을 발한다 2 쉬엄쉬엄 다 같이 만들어 본 매미 호루라기 3 있는 듯 없는 듯 속까지 투명했던 왕피천 계곡물
● 외씨버선길 타고 소리 여행 스스로 생각하기에 나는 쉼이 필요한 사람이다. 특히나 요즘 들어 마가 꼈는지 속이 시끄러운 통에 몰두가 영 시원찮았다. 영양에 가 봐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자연을 가까이 하면 나아질 병이 아닐까 싶어서. 여정은 대티골에서 시작했다. 자연치유 생태마을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곳에서 치유의 숲길까지 이어지는 외씨버선길 7코스를 오후 시간 전체를 할애해 걸을 예정이었다. 외씨버선길이라는 이름은 영양에서 나고 자란 시인 조지훈의 시 ‘승무’에서 따온 말이다. 초여름의 날 선 햇살에 목덜미가 저릿했다. 그 볕을 피해 보겠다고 속히 걸으니 동행에 나선 마을해설사가 계속해서 제지에 나선다. 몸에서 땀이 나오게 걸어서는 안 된다고, 이건 산행이 아니라 ‘산책’이라는 걸 명심하라고. 조언을 되새기며 의식적으로 느릿느릿 걷는 동안 어느새 세상의 소리들이 전신에 하나둘씩 부딪쳐 오기 시작했다. 흙길을 타는 소리, 딱새가 지저귀는 소리, 잎사귀가 부대끼는 소리, 솔방울이 차이는 소리 등등. 풍경보다는 소리에 몰입하려 했다. 그것이 ‘치유의 길’이라는 말에 보다 어우러진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갖가지 소리가 들려올수록 묘하게 투명해지는 기분에 사로잡혔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주변이 이내 숲의 소리로 아득해진다. 때로는 눈보다 귀에 담아 두어야 할 것 같은 기억들이 있다. 그때 그 산책이 그랬다 외씨버선길 7코스 ‘치유의 길’ 주소: 경상북도 영양군 일월면 용화리 홈페이지: tour.yyg.go.kr/tour 전화: 054 683 0031
그 밤을 밝혀 준 영양의 별빛
영양 반딧불이 천문대는 국제밤하늘보호공원으로 지정된 장소답게 영롱한 밤하늘이 일품이다
● 두 볼에 흐르는 별빛 밤이 내렸다. 별을 보러 갈 시간이다. 가만, 생각해 보면 이 얼마나 낭만적인 말인가. 어쩌면 구름 한 조각 보기 힘든 서울의 설움을 별이 빛나는 자연의 밤이 살살 풀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저녁 8시 즈음 영양 반딧불이 천문대로 향했다. 빛의 공해, 즉 광해(光害)가 전혀 없는 청정 지역이다. 휴대폰의 최저 밝기조차 미안할 정도로 눈에 띄는 바람에 결국엔 사람의 눈빛만 의지하며 걸음걸음을 나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영양은 대한민국에서도 가장 어두운 마을이다. 국제밤하늘협회(IDA)로부터 아시아 최초 국제밤하늘보호공원으로 지정되는 영예를 안았을 정도니, 그야말로 별과 나 사이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으리라는 인증이다. 본격적인 천체 관측에 앞서 돔 영화관에서 별자리 영상으로 하늘 볼 태세를 갖추고 천천히 옥상 관측실로 자리를 옮겼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 대학을 갓 졸업하고 할머니가 계신 시골 마을에서 한 달을 머무른 기억이 있다. 그곳도 비교적 광해가 적어 밤마다 마당에 나앉아 별을 보는 즐거움으로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이때가 처음으로 별을 제대로 본 경험이라 할 수 있다. ‘그때만큼의 별은 볼 수 있겠지?’ 하고 낮잡아 생각하던 순간, 웬걸, 천문대 관측실의 천장이 스르르 열리면서 그 만만했던 생각은 바스락 깨져 버리고 말았다. 일면식도 없는 별이 무수했다. 조지훈의 시 ‘꿈 이야기’ 중에 ‘별빛만이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는 표현이 있는데 그 구절이 이런 하늘 아래에서 탄생했겠구나 싶어지더라. 옷이고 뭐고 바닥에 드러눕고 보았다. 그렇게 30분이나 지났을까. ‘승무’의 은유 한 토막이 떠올랐다.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불현듯 두 눈에 빛이 차오르더니 급기야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조지훈 시인은 이미 지금 이 별들을 그의 시 안에 고이 담아 두고 있었던 건 아닐까. 슬며시 지나가는 바람을 붙잡아 그리운 사람에게 별빛을 보냈다. 잘 받았으려나 모르겠다. 영양 반딧불이 천문대 주소: 경상북도 영양군 수비면 반딧불이로 129 영양반딧불이생태학교 홈페이지: tour.yyg.go.kr/tour 오픈: 매일 09:00~18:00
결의 다부짐이 멋스러운 금강소나무
마음이 가는 솔방울을 골라보는 것도 산책의 묘미다
동화 속 숲의 낭만이 있었던 금강소나무생태경영림
● 솔잎이 들려준 이야기 여행은 어떤 종류의 여행이든 항상 아쉬움을 남긴다. 경험의 밝기만큼의 그림자가 진다고 해야 할까. 이곳 영양도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서울로 떠나는 날 아침, 딱새 울음소리가 청량했다. 새가 앉아 있는 곳으로 눈길을 올려 푸른 하늘을 한 번 마주하고 바람에 부대끼는 오동나무 잎을 보았다. 스사삭 스사삭, 나뭇잎이 내는 소리에 이리도 귀를 기울인 건 아마도 살면서 처음 있는 일이지 싶다. 돌아가기 전 솔숲을 걸었다. 일명 금강소나무생태경영림이다. 숲을 사랑스럽게 보는 마음으로 정서를 맑게 한다, 이것이 숲이 지닌 본연의 진심이었다. 동행한 숲 해설자는 한 발자국 앞서 걸어가며 나무 한 그루, 이파리 하나도 소중한 인연처럼 쓸어 주는 방법을 보여 주었다. 소나무 결의 다부진 감촉과 솔내음 섞인 바람의 향, 듣기에 마냥 좋았던 솔잎의 지저귐까지도. 열 발자국 걷고 한 번 하늘 보기를 반복하다 어느 순간부터는 땅을 보고도 머리 위의 풍경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이 여행도 결국 글의 재료를 얻자는 소기의 목적이 분명 존재했었다. 그런데 자연에 오히려 생각의 일부를 비우고 돌아오는 실수를 저지른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영양은 소리로 기억된다. 지금도 길을 걷다 문득 이파리의 소리가 들려오면 자연스레 그때 그 기억과 함께 잠시나마 여유가 찾아온다. 그러니까 영양 여행은, 내게 그런 의미였다. 금강소나무생태경영림 주소: 경상북도 영양군 수비면 본신리(국유림) 홈페이지: tour.yyg.go.kr/tour 오픈: 매일 09:00~18:00(애완동물 동반 입장 불가) ▶ travel info TRANSPORTATION 동서울종합터미널-영양버스터미널 버스 노선이 하루 여섯 편 운영되고 있다. 소요 시간은 약 4시간 30분 정도. 대구북부시외버스터미널과 안동터미널에서도 영양행 노선을 운영한다. ACCOMMODATION 영양군청소년수련원 수하계곡과 영양 반딧불이 천문대를 5~10분이면 걸어갈 수 있는 접근성 좋은 수련원이다. 사방이 산과 물로 첩첩이 뒤덮여 있어 맑은 공기는 물론 풍경도 빼어나 도시에서 경험하기 힘든 자연을 제대로 누릴 수 있다. 수련원 안에는 펜션이 있는데 별도로 예약이 가능하며(2개월 전 예약 필수) 기타 야영장과 대강당, 식당 등의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주소: 수비면 반딧불이로 227 전화: 054 680 5311~2 홈페이지: np.yyg.go.kr/home/np DRINK 영양 생 막걸리 국내 막걸리 양조장 중 가장 오래된 영양양조장에서 제조하는 막걸리. 누르스름한 빛깔이 구수한 이 막걸리는 진한 단맛이나 톡 쏘는 맛보다 약간은 묽은 듯한 새콤달콤한 맛이 돌아 쉽게 질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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