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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위 틈 사이로 ‘천계의 문’이 나타났다



명산치고 낮은 산은 없다. 험곡준령을 갖추고 있어야 명산 대접을 받는다. 
경북 청송 주왕산은 높지 않다. 해발 712m에 불과하다. 
한데 국립공원이자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해마다 150만명이 찾는다. 
높지 않아도 뭔가 신비스러운 게 있는 산이란 뜻이다. 
이번 여행길에서 주왕산에 숨어 있는 천혜의 동굴 두 곳을 찾았다.


청송군 지질해설사 심연진씨가 주왕산 연화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청송 주왕산 연화굴 일대는 중생대 백악기 공룡시대에 화산이 폭발하면서 생긴 주상절리와 판상절리 등 다양한 절리들이 주변에 있어 지질학박물관으로 손색이 없다(왼쪽 큰 사진). 침식작용으로 동굴 입구가 깎여나간 주왕굴. 청송 | 김기남 기자
■ 영험한 기운이 감도는 연화굴 “주왕산은 7000만년 전 백악기 공룡시대 화산이 10차례 정도 폭발하면서 생긴 기암절벽으로 유명하지요. 비경도 좋지만 수천만년 영험한 기운이 감도는 숨은 동굴이 있습니다. 연화봉의 연화굴은 지질 전문가들도 잘 모르던 곳입니다.” 경북 청송군 지질해설사 심연진씨(43)와 주왕산 입구로 들어섰다. 멀리서 보기에도 기암단애는 웅장했다. 주왕산 바위 대부분은 ‘응회암’이다. 응회암이란 뜨거운 용암에 화산재가 쌓이고 엉겨 붙으면서 굳어진 바위다. 이 바위가 급격히 냉각될 때 틈새에 스며든 물이 얼면서 여러 조각으로 갈라져 기이한 절벽을 만든다. 왕관처럼 생긴 뾰족한 기암단애의 큼지막한 7개 바위는 듣던 대로 놀라웠다. 10분쯤 걸었을까. 손톱만 한 보랏빛 문양이 점점이 찍혀 있는 바위가 보였다. 신기했다. 후추가 뿌려져 있는 것 같아서 이름이 ‘페퍼라이트’다. 화산 폭발로 지표면에 생긴 현무암질 용암이 물기가 남은 퇴적암과 뒤엉켜 굳어진 암석인데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물다고 했다. 3분 정도 더 오르자 절벽 바위 부스러기들이 산비탈에 쌓여 돌밭을 이룬 너덜겅이 나왔다. 지질 용어로는 ‘테일러스(talus)’라고 한다 마침내 연화봉이 정면으로 보였다. 하늘에서 내려다볼 때 연꽃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초콜릿 케이크처럼 지층이 선명했다. 연화굴까지 200m라고 적힌 안내판은 스쳐 지날 뻔했다. 잡풀이 무성한 돌계단을 천천히 밟아가다보니 바로 연화굴이 나왔다. 연화굴을 둘러싼 바위는 기기묘묘했다.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서 있는 주상절리, 옆으로 누운 수평의 판상절리, 호리병처럼 날씬한 불규칙 절리까지 다 모여 있었다. 전형적인 6각형 주상절리는 물론 3각형, 5각형, 8각형까지 생김새와 모양이 다양했다. 동굴은 반전의 연속이었다. 보는 각도에 따라 앞과 뒤가 달랐다. 들어갈 때는 종을 엎어놓은 것 같은 어두컴컴한 회색 동굴이었지만 나올 때는 횃불 모양의 햇살이 타오르는 따사로운 공간이었다. 동굴 뒤편으로 가자 절벽을 사이에 두고 한 사람이 서 있을 만한 빈 공간으로 서늘한 바람이 몰려왔다. 언뜻 보기에 10평쯤 되는 동굴 한가운데 빛이 떨어졌다. 두 손을 모으고 온몸으로 기(氣)를 받는 데 명당이 따로 없었다. 신과 인간 세계의 경계선이라고 해야 할지…. 뙤약볕이 정수리에 꽂혔지만 덥지 않았다. ■ 천연 이끼가 숨쉬는 주왕굴 용추협곡으로 향하는데 낙타의 등처럼 모나지 않은 산들이 파도처럼 넘실댔다. 협곡을 따라 늘어선 나무는 굵었고, 바위 위에는 풀꽃이 자랐다 오래된 숲을 걷다보면 연두색 페인트를 듬성듬성 칠한 것 같은 바위들을 만나게 된다. 바위의 독특한 문양은 알고보니 지의류 때문이었다. 환경오염 지표식물인 지의류가 자라면 그만큼 자연이 맑고 깨끗하다는 뜻이다. 소나무, 참나무, 박달나무, 금강송까지 초록 나무들이 하늘을 가렸다. 마음을 빼앗긴 것은 가늘게 휘어진 까무잡잡하고 늘씬한 쪽동백이었다. 거칠고 우람한 나무 사이에 다소곳하게 홀로 서 있는 고고한 자태가 매력적이었다. 용추협곡은 장자제(張家界), 독일의 검은 숲이 부럽지 않을 만큼 경이로웠다. 시선이 꽂힌 것은 절벽 아래 움푹 파인 ‘포트홀’이었다. 1㎜도 안되는 틈새로 모래알갱이가 휘감아 돌다가 차츰 자갈이 들어가고 구멍이 커져 웅덩이(沼·포트홀)를 만드는 자연의 섭리가 경외스러웠다. 주왕굴로 가는 길은 힘들지 않았다. 뒷짐을 지고 흙길을 밟는데 휙 하고 찬 바람이 볼을 스쳤다. 나무에 걸터앉았던 햇살이 산철쭉 잎에서 살포시 부서졌다. 망월대에 올랐다. 연화봉과 병풍바위, 급수대가 한눈에 들어왔다. 가늠할 수 없는 시간 속에 기암절벽이 쩍쩍 갈라져 뚝뚝 떨어진 주왕산은 지질백화점이다. 주왕굴 입구에 있는 주왕암은 검박했다. 평생 한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는 나한전에 들어가 조용히 기도를 했다. 문밖으로 보이는 여름 숲이 네모난 액자에 걸린 것처럼 명징했다. 주왕굴은 습기가 많고 햇살이 없는 이끼투성이였다. 동굴 앞까지 멍석을 깔아놨지만 여기저기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주왕굴은 처음 생겼을 때보다 점점 작아진 것으로 보인다. 수천만년에 걸친 침식작용으로 주왕굴로 이어지는 절벽이 부서졌기 때문이다. 1만년 뒤에는 사라질지도 모를 일 아닌가. 주왕산에 가면 동굴을 꼭 한번 찾기를 권한다. 느낌이 전혀 다르다. - 경향신문 : 정유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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