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png

조회 수 55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위 주제별 카테고리를 클릭하시면 자세한 정보를 보실 수 있습니다)


雪·雪·雪… 겨울 설악



축복처럼 내린 눈. 나무에는 설화(雪花)가 피고, 탐방로는 눈꽃 터널로 변했습니다.
조선일보 주말매거진 겨울휴가 특집 2탄은 '설경 15선, 맛집 15선'.
사찰을 찾아가는 산행, 평탄한 트레킹, 정상 정복, 4시간 이상의 장거리 산행,
그리고 체력 약한 분을 배려한 케이블카 산행.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추천한 15코스입니다.
눈의 호사 뒤에는 입의 차례. 주말매거진이 엄선한 주변 맛집도 한 곳씩 골랐습니다.
대부분 자동차로 30분 안팎 거리.
'설악의 시인' 이상국 시인이 보내온 권금성의 설경부터 우선 누려보시죠.


설악산의 천연 요새 권금성. 성벽은 거의 허물어지고 터만 남았지만 설악의 그 신령스러움을 오롯이 품고 있다.
케이블카에 올라 5분 정도면 설경 품은 암벽의 권금성과 만날 수 있다.



설악산 아래 사람들은 지금도 대청봉에 세 번쯤 눈이 내려야 마을에 눈이 온다고 믿고 있다.
어린 시절 폭설이 내린 아침, 추녀 끝까지 차오른 눈 때문에 부엌문을 열 수 없어
가마솥에 물을 끓여 녹이거나 가마니나 멍석을 눈 위에 깔아 다지며 변소 가던 일이 생각난다.
어떤 해는 몇날 며칠 눈이 내려 물 길어 나르던 여자들의 물동이가 전깃줄에 걸렸다는 말이 들리기도 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미시령 서쪽에 직장이 있던 나는 방송에서 폭설로
미시령 통행이 금지되었다는 일기예보가 나오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직장을 쉰다는 횡재도 좋았지만 한겨울 눈의 동굴에 갇힌다는 동화적 상상력도 즐거웠던 것이다.
그런 날 아침 등교하지 말라는 티브이 자막이 뜨면 아이들에게는 축제나 다름없었다.
올겨울도 아이들은 그런 날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눈이 밤새 퍼붓다 그친 아침이거나 해질 무렵, 금강산의 마지막 봉인 신선봉에서
미시령을 건너 황철봉 마등령을 거쳐 주봉인 대청봉으로 이어지는
눈 덮인 능선의 범접할 수 없는 스카이라인은 황홀하고 또 장엄하다.

설악은 겨울이 되면 눈으로 그 문을 닫는다.
우리가 산이라고 부르는 나무와 바위와 물과 봉우리와 골짜기,
그 속에 사는 미물과 짐승들 모두에게 휴식이 필요한 까닭이다.
문을 닫은 산은 그 속에서 사람들의 발자국과 인(人)내를 씻어내고 스스로를 정화한다.
1969년이던가, 히말라야 원정을 준비하던 사람들이
열 명이나 안내피골(죽음의 계곡) 눈사태에 파묻혔던 일
설악의 내밀한 곳에서 자연의 비의에 바쳐진 인간의 희생이었다.
그렇게 설악은 겨우내 눈으로 길을 묻는다.
그러나 산속에 산이 있고 어디서 시작하든 모든 길은 대청봉에서 만난다.
정상은 그곳뿐이고 거기서는 나라가 보인다.
눈에 몸을 묻고 스스로 경건한 국토의 일부가 되기 위하여 사람들은 겨울 설악에 오르는 것이다.


설악산을 찾은 관광객들이 눈 덮인 설악산 권금성을 오르고 있다.

설악은 이름 그대로 눈의 감옥이다.

그래도 삐끔 문을 열어놓은 곳이 있는데 그곳이 권금성이다.
권금성은 해발 800m가 넘는 곳에 거대한 암반으로 이루어진 자연의 성채 같은 곳이다.
그러나 깎아지른 암벽 꼭대기까지 케이블카가 운행되고 있어
겨울 설악으로 들어가기 가장 수월한 곳이기도 하다.
그곳에서는 눈 덮인 외설악의 장관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서쪽으로는 일몰을 관장하는 장엄한 저항령 계곡의 숨 막힐 듯한 고요가 짐승처럼 다가오는가 하면,
미시령에서 황철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옆구리에 거대한 닭벼슬 같은 울산바위가
눈을 모자처럼 쓰고 있는 장대한 광경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그 동쪽으로는 영랑호와 청초호 쌍둥이 호수 속에 파묻힌 속초와
그 너머 일망무제 벽해가 하늘과 닿는다.
한편 화채봉 쪽에서 말갈기 같은 능선을 내려 달리다 부딪치며 꺾이며 휘몰아쳐 오는 엄혹한 눈보라는
컴컴한 지하철과 아파트 보일러에 찌든 인간의 몸뚱이를 여지없이 후려치기도 하는 것이다.
거기서 겨울 설악의 장엄함과 폐허 같은 적막, 그리고 가슴 서늘한 아름다움이 두려움처럼 몸을 밀고 들어온다.

우리가 참으로 겸허한 눈을 가진다면 자연의 그 어느 것 하나라도 경외심 없이는 바라볼 수 없다.
인간의 힘으로 쌓아올린 거대한 도시와 지식과 모든 문명을 합친다 해도
어느 날 자고 나면 담장이나 자동차 지붕 위에 아무렇지도 않게 쌓인 눈과
쓰레기장에 버려진 화분에서 피어나는 꽃 한 송이의 신비와 생명력을 넘어설 수는 없다.

늘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일이긴 하나,
먹고사는 일의 아주 작은 것이라도 무엇 하나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는 얻을 수 없는 인간에게
누군가 높은 산과 저 희고 두렵고 아름다운 눈을 거저 주다니.

(아래 주제별 카테고리를 클릭하시면 자세한 정보를 보실 수 있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17 정월 대보름 행사 전국 각지에서 '풍성' 이기승(19) 2014.02.12 1022
»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국가대표급 雪景 이기승(19) 2014.02.16 558
1415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영토, 독도 이기승(19) 2014.02.17 397
1414 트로트 총정리 (광복전) 이기승(19) 2014.02.20 942
1413 트로트 총정리(광복이후~1950년대) 이기승(19) 2014.02.21 1156
1412 그시절 그 노래 (1960년 후반부터) 이기승(19) 2014.02.22 360
1411 막바지 겨울을 즐길 걷기좋은 여행길 10선 이기승(19) 2014.02.23 1087
1410 느티나무 산악회 제123차(2014.3.2) 산행안내 이기승(19) 2014.02.25 681
1409 진안 ① 여는 글.. 밤하늘 별만큼 무수한 판타지가 빛난다 이기승(19) 2014.02.28 586
1408 진안 ② 산길 운장산·마이산 트레킹 이기승(19) 2014.03.02 1184
1407 인왕산 산행 조진호(6) 2014.03.03 319
1406 진안 ③ 물길 데미샘 가는 길·데미샘자연휴양림 이기승(19) 2014.03.05 1007
1405 진안 ④ 힐링 “아토피로 고생하는 어린이들 오세요” 이기승(19) 2014.03.07 624
1404 진안 ⑤ 맛길 투박하지만 진솔한 식당 이기승(19) 2014.03.09 1148
1403 3월의 가볼만한 곳.. '장인의 숨결'을 찾아서 이기승(19) 2014.03.11 1884
1402 축제로 가득한 봄날.. 3월 열리는 축제 이기승(19) 2014.03.13 887
1401 봄철 입맛 돋우는 제철요리 맛보러 '축제'로 오세요 이기승(19) 2014.03.15 818
1400 남도 봄맛여행 이기승(19) 2014.03.17 894
1399 계절의 진미 강원도 막국수 투어 이기승(19) 2014.03.19 1118
1398 "여기는 봄나라~" 테마파크, 봄축제 일제 개시 이기승(19) 2014.03.21 602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76 Next
/ 76

서울사대부고 동창회

ADDR. 우)04600 서울시 중구 다산로 43(신당동 366-340)

TEL. 02-588-7871

FAX. 02-588-78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