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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도락가' 자처한다면 이 무렵 과메기는 먹어줘야 한다.
오징어하면 땅콩 생각나듯, 과메기 하면 경북 포항 구룡포다.
짭조름한 바닷바람에 꾸덕꾸덕 잘 마른 과메기가 사방 천지다.
특유의 담백한 맛과 쫀득한 식감 앞에 거무튀튀한 빛깔은 별 문제 안 된다.
싱싱한 '바다의 별미' 맛볼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2월이 지나면, 다시 1년을 기다려야 만날 수 있는 맛이다.
어디 과메기뿐이랴. 모리국수, 물회, 대게….
한번쯤 먹어봐야 할 맛난 것들이 포항에 가득하다.
이러니 눈도 눈이지만, 입이 즐거운 고장이 포항이다.

●과메기ㆍ모리국수ㆍ물회ㆍ대게…'미항(味港)' 구룡포

요즘 구룡포의 주인공은 과메기다.
구룡포 시장 곳곳마다 '주렁주렁',
일대 해안가 덕장마다 또 '주렁주렁'이다.
대부분 꽁치를 말린 꽁치 과메기지만,
올 겨울엔 청어도 제법 잘 잡힌 덕에,
청어 과메기도 한 자리 차지하고 있다.

과메기란 이름 참 토속적이고 또 독특하다. 유래는 이렇다.
생선의 눈을 꼬챙이로 꿰어 말린
'관목(貫目)'이란 단어의 발음이 변해 과메기가 됐다.
주로 겨울에 청어를 사용해 말렸는데, 일제강점기 이후
청어가 잘 잡히지 않자, 꽁치가 청어를 대신한다.
요즘 과메기는 주로 이 꽁치 과메기다.

과메기의 메카가 구룡포다. 넘쳐나는 물량 때문이다.
"전국에 유통되는 과메기의 90% 이상이 구룡포 통해 나간다"는
것이 포항시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구룡포 해안 따라 차를 몰아보면 안다.
바람 참 시원하고, 겨울에도 볕이 적당히 든다.
이렇게 구룡포 해안의 온도와 습도, 바람의 세기 등이 과메기 말리는데 최적이다.
강원도 인제 용대리, 평창 대관령의 황태, 전남 영광 법성포 굴비가
전국적으로 이름 날리는 것도 다 산물 말리는데 최저의 기후조건 갖춘 덕이다.
과메기는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가 제철이다.
이 중에서도 바닷바람 차가운 12월과 1월에 나오는 것을 상품으로 친다.
이러니 지금 가면 최상의 과메기 맛볼 수 있다.

청어 과메기가 간혹 눈에 띄긴 하지만 구룡포에서는
청어와 꽁치 비율이 1대 9로 여전히 꽁치 과메기가 대세다.
전국적으로 따져도 청어 과메기의 양은 미미하다고 이곳 상인들은 전한다.
경북 영덕 창포리가 청어 과메기로 유명한데
이 마을에서 청어를 말려 내다 파는 곳도 10여 가구에 불과하다.

맛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리지만 오랫동안 입맛 길들여진
꽁치 과메기에 익숙한 사람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청어 과메기는 꽁치 과메기에 비해 크기가 커서
살점이 좀 더 두둑한 반면 기름기와 잔뼈가 많다.
청어는 제대로 말리는데 일주일 이상 걸리지만
꽁치는 2~3일이면 충분해 어민들도 꽁치를 선호하는 편이다.
가격은 한 두릅(20마리)에 1만5,000원 정도로 청어나 꽁치가 엇비슷하다.

구룡포 시장을 비롯해 동해안 최대 어시장인 포항 죽도시장 일대에 과메기 파는 음식점들 즐비하다.
어지간한 횟집에서는 이 무렵 과메기를 판다고 보면 된다.
배를 가른 후 내장을 빼 내고 반으로 잘라 말리는 일반 과메기와
통째 말린 이른바 '통과메기' 다 맛볼 수 있다.
초장에 찍어 생미역이나 김을 곁들여 먹으면, 느끼한 맛 줄고,
고소하고 담백한 맛 잘 사는데, 이거 참 별미다.

과메기만큼이나 이름난 음식이 구룡포에 하나 더 있다. 이른바 '모리국수'다.
각종 해산물 넣고 얼큰하게 끓이는 칼국수라고 생각하면 된다.
'모리'라는 단어가 '모으다'라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 '모디다'에서 왔다는 설이 있다.
이름처럼, 오래전 어부들이나 상인들이 그날 잡아서 팔고
남은 생선과 해산물을 모두 모아서 끓여 먹던 것이 모리국수의 시작이다.
구룡포 시장 뒷골목 허름한 음식점에서 만난 모리국수에는
큼지막하게 썰어 낸 동태가 들어있어 마치 시원한 동태찌개에다 면발 넣은 것 같다.
국물이 어찌나 칼칼하고 뜨끈한지 한 숟갈 넘기면
온기가 온몸에 퍼져 겨울 한기 단번에 날아간다.
양도 푸지고 면발도 아주 쫄깃하다. 이곳 주인아주머니에 따르면
구룡포 일대에는 모리국수 내는 음식점이 10여곳 있단다.
구룡포에서만 맛볼 수 있는 또 다른 별미다.

물회와 대게도 빠질 수 없다.
물회는 먹는 방식이 여느 지방의 그것과 조금 달라 눈길 간다.
어떻게 먹느냐 하면, 생선회와 갖은 야채를 양념에
적당히 비빈 후 기호에 따라 생수를 부어 먹는다.
이래서 아예 '포항물회'라는 단어가 고유명사처럼 됐다.
육수를 사용하지 않아서 국물 맛이 밋밋하지 않을까 싶은데,
양념 양을 잘 조절하니 육수 못지않은 깊은 맛이 난다.
포항 사람들 평소에도 물회 즐겨 먹는단다.

대게도 올해 풍어다. 대게하면 영덕이나 울진 떠 올리지만,
포항 역시 이에 못지않은 어획량을 자랑하는 대게 주산지다.
구룡포의 대게 음식점 찜통마다 뽀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허기 달랜 후 잠깐 산책에 나선다.
구룡포 시장이 적당하다.
도시에서 잘 보지 못할 것들이 한 가득이다.
평일에는 소담한 재래시장의 정서도 느낄 수 있다.

시장에서 걸어서 약 5분 거리에 구룡포근대문화역사거리가 있다.
여기도 쉬엄쉬엄 걷기에 적당한 곳이다.
100여년전 일본인들이 모여 살던 거리를 재현해 뒀는데,
썩 실감날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안보고 지나치면 아쉬울 만하다.
구룡포 앞 바다는 난류와 한류가 만나 '물 반, 고기 반'이라고 했다.
그만큼 물고기가 많이 잡혔는데, 이 때문에 당시 일본 어부들이
'구룡포 드림'을 꿈꾸며 이 일대로 이주했단다.
최재성, 채시라, 박상원 등이 열연했던 '여명의 눈동자(1991)'에도 이 골목이 등장한다.
이 때 큰 부를 쌓았다는 하시모토의 가옥은 현재
근대역사관으로 꾸며졌는데, 이곳은 한 번 둘러볼만하다.
일본식 가옥의 전형이 잘 남아있다.
또 당시 가장 인기 있었다는 여관 건물도 참 예쁘다.
거리는 약 500m 길이로 20~30분이면 충분히 볼 수 있다.

●푸른 바다 끼고 호미곶까지 드라이브

입이 만족했다면 이제 눈이 호강할 때다.
이것들 봐야 포항 다녀왔다는 티 낼 수 있다.

일단, 그 유명한 해돋이 명소, 호미곶(관광지)은 들러봐야 한다.
구룡포에서 925번 지방도 타고 해안 따라가면 닿는다.
바다에서 느닷없이 튀어나온 거대한 손 조형물(상생의 손)이 있는,
새해 첫날이면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 뜨는 곳' 자리를 두고
울산 간절곶과 함께 늘 회자되는 그곳 맞다.
청명한 바다 앞에 서면 해가 어디서 먼저 뜨는지는 대수롭지 않게 다가온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청명한 공기에 도시에서 얻은 체증 싹 가시고
머리 참 맑아지니 그냥 좋다. 꼭 해돋이 무렵 아니어도 풍경 참 볼만하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 더. 거대한 손은 두 개다.
항상 사진에서 봤던, 바다에서 불쑥 튀어나온 이 거대한 손은 '오른손'이요,
육지 공원 광장에 '왼손'이 있다. 이 사실 알게 되면 절로 웃음 나온다.
이 조형물은 밀레니엄(새천년) 맞아 지난 1999년 12월 세워졌다.
손가락 끝에 갈매기 한 마리 앉은 모양새가 고즈넉하다.
수평선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새천년기념관)에 올라 봐도 좋고,
그림 같이 예쁜 등대가 있는 국립등대박물관을 들러도 좋다.

호미곶 도착하기 전, 구룡포해수욕장 인근 석정리 해안 일대에는
용암이 식어 굳으며 만들어진 주상절리가 형성돼 있다.
제주도의 그것처럼 굵고 크진 않지만, 사선으로 뻗은 모양새가 눈길을 끈다.
마치 용암 폭발 지점과 분출 장면이 그대로 멈춘 듯하다.
호미곶까지가는 중간중간 해안도로로 빠지면 과메기 덕장도 구경할 수 있다.
배 가른 과메기를 덕에 척척 널어놓는 촌부의 손놀림이 아주 활기차다.

여기에 오어사를 곁들이면 이름난 것들 두루 보는 셈이다.
오천읍 운제산 동쪽 기슭에 있는 절집인데 저수지 가장자리
절집 들어선 자리가 멋지고 신라의 고승 원효와 혜초가 수도하며
죽은 물고기를 살리는 법력 대결을 벌인 이야기도 재미있다.
절집 뒤 깎아지른 암벽 위에 앉은 자장암의 자태도 볼만하다.
사위가 참 고요하고, 저수지 주변으로 산책로도 잘 조성돼 있다.

●밤이 더 화려한 영일대ㆍ포항운하

포항의 밤이 제법 화려해졌다. 이유가 있다.
지난해 여름, 유서 깊은 북부해수욕장(해변)이 영일대해수욕장(해변)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 때 해변에서 약 100m 거리의 바다에 해상 누각 '영일대'도 들어섰다.
영일대란 이름은 포항의 상징처럼 굳어진 영일만에서 따 왔다.
바다로 삐죽하게 튀어나온 호미곶이 육지와 만들어 내는 만(灣)이 영일만이다.
가수 최백호의 노래 '영일만 친구'의 그 영일만 말이다.
바다에 세운 전망대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이란다.
6개월여 만에 영일대는 해돋이 명소로 입소문 타고 있다.
새해 첫날에는 해돋이 인파가 구름처럼 몰렸단다.
영일대 해변의 규모는 부산 해운대와 비교될 정도로 장대하다.
영일대에서 바라보는 풍광 역시 장쾌하다.

그런데 영일대가 달맞이 명소로도 손색없다.
누각 위로 환하고 둥근 달 둥실 떠오르면 그야말로 한 폭의 수묵화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가서 보면, 이 말이 딱 맞다.
게다가 은은한 조명 비춘 자태는 서울 경복궁의 경회루 못지않게 고상한 멋이 있다.
바다로 뻗은 다리 걷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해변 걷다보면
운동 삼아 산책 나온 사람들, 손잡고 걷는 연인들 자주 만난다.
우아한 해상 누각 옆에 두고 겨울 밤바다 걷는 기분이
얼마나 고상하고 우아한 멋이 있는지 가서 걸어봐야 알 수 있다.

밤 풍경 예쁜 곳 하나 더 있다. 지난해 말 개통한 포항운하다.
현재 포스코 인근 형산강에서 송도해변과
죽도시장 사이 동빈내항까지 원래 물길이 나 있었다.
그런데 40여년 제철소 들어설 때 이것이 막혔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복원하며 물길이 난 것이다.
길이 약 1.3km, 폭 13~25m의 운하 주변에 산책로가 조성되고
포항운하관도 들어섰다. 2월부터 운하 따라 크루즈선이 오간다.
이러면 운하 주변 야경이 참 예뻐질 거다.

동해안 최대 어시장인 죽도시장 돌아보기가 훨씬 쾌적해졌다.
물길 막혔을 때, 물이 고여 악취가 진동했는데,
운하 생기고 물이 도니, 이제 바람 불어도 냄새 안 난다.

음식을 좇든, 풍경을 좇든, 겨울에 포항 한번 다녀올 만하다.

●여행메모

△포항 구룡포 시장과 일대 해변 덕장 등에서 과메기를 맛보고 구입할 수 있다.
석정리 주상절리 인근 참맛과메기(054-276-0345) 덕장에서
꽁치 과메기 한 두릅(20마리)을 1만5,0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열 두릅 이상 주문하면 1,000~2,000원 깎아 준단다.
포항 죽도시장에서 과메기 한 팩을 1만2,000원에 구입할 수 있었다.
영일대해수욕장 인근 횟집에서 과메기 한 접시를 2만원에 먹을 수 있었다.
2인 먹기에 적당한 양이었다.

구룡포 시장 인근에 모리국수 음식점은 10여 곳 된단다.
이 가운데 구룡포 시장 황외과(의원) 옆 골목의 모정식당(옛 꿀꿀이식당)은 '원조'로 꼽히는 곳이다.
테이블 세 개가 전부인 작은 가게인데, 1970년대부터 영업했단다.
동태를 넣고 끓이는 것이 특징인데, 양은 냄비에 푸지게 담아낸다. 가격은 1인분 7,000원이다.
이 외에 초원식당, 까꾸네식당이 유명하다.

물회는 구룡포 시장, 죽도시장, 영일대해변 등 각지 횟집에서 맛볼 수 있다.
죽도시장에서 물회 1인분을 1만2,000원에 먹을 수 있었다.

구룡포 일대 대게 음식점들이 박달대게를 한 마리 15만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이보다 크기가 작은 일반 대게는 4마리 10만원이었다.

△포항시 관계자에 따르면 포항운하 크루즈는 2월 말부터 운항할 예정이다.
운하를 따라 가는 17인승 리버크루즈와 영일대해변 앞을 돌아오는
40인승 연안크루즈가 운항할 예정이다. 포항운하관 (054)270-5177

△영일대해변에 숙소가 많다.
해변은 부산 해운대나 광안리 해변과 분위기가 비슷하다.
음식점도 많다. 포항시 관광진흥과 (054)270-2370

= 글ㆍ사진 한국스포츠 김성환기자 spam001@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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