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골 장터에서 할아버지가 강아지들을 팔고 있었습니다. 흰둥이, 검둥이, 누렁이, 점박이 등 각자의 생긴 대로 이름을 가진 포동포동한 강아지들이 꼬물꼬물 움직이며 까맣고 동그란 눈망울을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그 강아지들을 한참 구경하던 한 여학생이 흰둥이 한 마리를 들어 올리며 이 강아지를 사고 싶다고 할아버지에게 말했습니다. "아이고. 그 녀석이 왜 여기 끼어있지? 그 강아지는 다리가 아픈 애라서 팔지 않고 내가 키우려고 해. 여기 튼튼한 다른 강아지를 천천히 골라봐." 하지만 소녀는 다리가 아픈 이 하얀 강아지를 사고 싶다고 계속 말했습니다. "그래? 학생 그럼 돈은 안 받을 테니 그냥 데려가. 아픈 녀석 키우기 힘들 테지만 잘 보살펴 주고." 인심 좋게 강아지를 준 할아버지는 강아지를 안고 걸어가는 학생의 뒷모습을 보고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학생은 다리를 절뚝거리며 걷고 있었던 것입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뜻의 한자성어입니다. 다른 사람의 아픔과 괴로움을 이해할 수 있다면 다리가 아픈 강아지를 더 사랑할 수 있는 소녀처럼 세상에 더 많은 것을 사랑하고 그것을 위해 마음을 나눌 수 있습니다. 이해하지 못한 것은 소유하지 못한다. - 니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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