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노인의 한숨소리

by 이기승 posted Mar 0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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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노인의 한숨소리 열심히 살 때는 세월이 총알같다 하고, 화살 같다 하건만, 할 일 없고 쇠하니 세월가지 않는다 한탄하시더이다. 정신 맑으면 무엇 하리요 자식 많은들 무엇 하리요 보고픔만 더 하더이다. 차라리 정신 놓아버린 저- 할머니처럼 세월이 가는지, 자식이 왔다 가는지, 애지중지 하던 자식을 보아도 몰라보시고 그리움도 사랑도 다 기억에서 지워 버렸으니 그저 천진난만 하게도 하루 3끼 주는 밥과 간식만이 유일한 낙(樂) 이더이다. 자식 여러 남매 있음 무엇하리요 이 한 몸 거할 곳 없는데.. 아들 딸 자식들 유명인사 무엇하리요 이 한 몸 갈 곳 없어 여기까지 흘러흘러 왔는데.. 허리띠 졸라매고 최고학벌 자랑하며 고생도 보람으로 알고 자식 뒷바라지했던들 무엇 하리요 작디작은 이 한 몸 자식 아닌 다른 사람 손 빌려야 하는 것을.. 인생 종착역인 이곳 까지가 멀고도 험 하였는데- 종착역에 들어오니 벗은 많으나 마음 나눌 곳 없어 한없이 외롭더이다. 앞을 못 보는 사람, 듣지 못하는 사람 속에 맑은 정신은 더 외롭더이다. 치매로 정신을 망각함은 차라리 고통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인지도 모르지요. 몸 쇠하고 정신 맑으면 무엇하리요 괴로움만 더한 것을... 가는 마당에, 야속함도, 사랑도, 그리움도, 추억도, 정신에서 모두 내려놓으니 차라리 마음이 홀가분 할뿐 모진 비바람 다 지나간, 조용히 흐르는 저 호수 같은 잔잔한 마음으로 돌아갈 뿐인 것을.... - 어느 양로원에 놓여있는 가슴 아픈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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