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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흘러 다른 역사가 덧칠해져 온전하게 남은 흔적이 많지 않다. 
본디 이름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도 수두룩하다. 패망의 역사란 그런 것인가 보다. 
서울(한성)에서 시작한 백제는 고구려에 밀려 수도를 충남 공주(웅진)로 옮겼고, 
이후 부여(사비)로 천도한 뒤 멸했다. 천년을 이어 온 신라나, 대륙을 호령했던 고구려와 달리 
삼국 중 가장 먼저 멸한 백제의 흔적은 생각보다 많이 남아있지 않았다. 
백제가 존속했던 기간(678년) 중 480여년간 수도였던 한성은 
이후 조선의 수도로 자리 잡아 옛 흔적은 사라져버렸다. 
국운이 기울어진 후 수도였던 공주와 부여 등에 그나마 당시의 흔적이 남아있지만 
긴 세월을 이겨내기란 쉽지 않다. 그러기에 약 1500년의 세월을 
굳건히 버텨온 부여의 정림사지 오층석탑(국보 9호)의 자태는 경이롭게 느껴진다.


백제 멸망 후에도 홀로 1500년을 버텨 온 충남 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은 
단아함과 우아함으로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낸다. 
석탑은 주위 건물들이 모두 소실돼 외로이 서있지만 
허하다는 느낌보다 홀로 서있어도 충분히 아름다음을 풍긴다.
 ‘검소하지만 누추해 보이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는 백제 문화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백제의 성왕은 서기 538년 공주에서 부여로 도읍을 옮긴 후 
큰 절을 건립하면서 경내 한가운데에 오층탑을 세웠다. 
그동안 주재료였던 목재가 아닌 돌로 만든 석탑이었다. 
높이는 8.33m에 달해 과하게 높지도, 낮지도 않다.



단순히 돌로 쌓았다는 것뿐 아니라 오층석탑은 그 외형에서 감탄을 자아낸다. 
가장 아래층인 탑신에서부터 층마다 쌓여 있는 옥개석(처마)의 비례가 일정하다. 
보는 이에게 안정감을 준다. 또 층층이 놓여 있는 
옥개석의 네 귀퉁이가 부드럽게 올라간 모습에서는 우아함을 풍긴다. 
석탑은 주위 건물들이 모두 소실돼 외로이 서있지만 
허하다는 느낌보다는 홀로 서있어도 충분히 아름답게 느껴진다.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검소하지만 누추해 보이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라는 백제 문화의 특징을 고스란히 뿜어내고 있는 것이다.




충남 부여 정림사지박물관은 백제 때 세워진 오층석탑과 사찰을 모형으로 복원해 놓았다.

여기에 착시를 줄이기 위한 과학적 기법도 사용됐다. 
높은 사물의 윗부분을 올려다보면 착시 현상으로 옆으로 퍼져 보이는데 
탑신의 기둥을 약간 안쪽으로 기울여 탑이 퍼져 보이지 않도록 했다. 
또 탑을 바라보면 착시 현상으로 양쪽 끝이 처져 보이는데 
석탑의 안쪽 기둥보다 바깥 모서리 기둥의 높이를 약간 높게 만들어 이를 최소화했다. 
눈으로만 봐서는 이런 세세한 부분을 확인하기는 어렵다. 
다만, 오층석탑은 일반적인 석탑에서 느껴지는 무게감보다는 
날렵함이 강하게 풍긴다는 점에서 이런 기법이 사용됐음을 유추할 수 있다.


충남 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은 백제 멸망 후에 만고의 세월을 홀로 견뎌왔다.

만고의 세월을 견뎌낸 오층석탑의 아름다움 뒤에는 제 이름조차 찾지 못한 서글픔이 숨어있다. 
정림사는 고려 때 이 터에 세워진 절의 이름이다. 
현대에 와서 발굴 작업 중 발견한 기와에서 사찰 이름이 발견됐다. 
하지만 백제 때의 절 이름은 알 수 없다. 
결국 백제시대 석탑은 제 이름 대신 고려 때 절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정림사지 오층석탑이란 이름 대신 백제 오층석탑이라 부르기도 한다. 
또 석탑엔 백제를 공격한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백제를 정벌한 기념탑’이라는 뜻의 글귀가 새겨져 있다. 
이 같은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는 듯 탑 표면은 거뭇하게 그을려 있다. 
백제 멸망과 함께 절들이 불타면서 생긴 그을음이 탑에 그대로 각인돼 있는 셈이다.




충남 부여 정림사지에 있는 석불좌상은 고려시대 때 세워져 제 형태를 알아보기 어렵다. 
석불좌상의 머리 부분은 애초 불상이 아닌 고려 후대 때 복원한 것이다.

오층석탑 북쪽으로는 절터의 유일한 건물이 한 채 있다. 
고려시대 때 정림사를 지으며 조각된 불상인 석불좌상을 보호하기 위해 1960년대 세워진 건물이다. 
보물로 지정된 석불좌상은 높이가 5.62m에 달하는데, 
시간이 흐른 만큼 몸체가 마멸돼 제 형태를 알아보기 어렵다. 
특히 모자를 쓴 머리 부분은 애초 불상이 아닌 고려 후대 때 복원한 것이다. 
복원된 불상의 얼굴에서는 뛰어난 공력이 느껴지진 않는다. 
그러다 보니 부처의 근엄함보다는 일반 백성의 얼굴을 보는 듯한 친근함이 묻어난다.
                               - 글·사진 이귀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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