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회 정현옥 ..조선일보 리포터로.

by posted Jun 04,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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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성리역, 그 젊은날의 추억
  • 학생MT·야유회…주말 4000~5000명 찾아
    “아련한 추억들 생각나… 고향에 온 느낌”
    경춘선 복선화로 내년말 헐리고 새단장
  • 글·사진=정현옥 리포터 junghyunok53@hanmail.net
    입력 : 2007.06.03 22:21


    • 청량리역을 출발한 경춘선 열차에는 젊음의 열기가 가득했다. 좌석이 모자라서 통로 가득 서서 가지만 사람들의 얼굴엔 가벼운 흥분과 즐거움이 번져 서서가는 불편함 따위는 애초에 없는 것 같다. 청량리역을 떠난지 57분. 어느새 대성리역. 짧은 여행시간이 아쉽기만 하지만 정다운 대성리역이 손님들을 맞는다.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대성리393, 대성리역은 서울과 춘천의 중간지점인 북한강변에 위치하고 있으며 1939년 7월25일, 경춘선 개통과 함께 생겨나서 오늘에 이르렀다.

      시설관리직원을 포함하여 14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데 1일 40개 열차가 운행되고 주중 1일 이용승객은 500명 정도지만 주말에는 4000~5000명의 승객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대성리역의 서기원(51) 역장은 “우리 역은 승객의 90%가 젊은이들”이라고 말했다.






    • 역사를 둘러보니 소박하고도 정겹다. 역구내로 들어오는 입구에 만들어진 작은 동물우리에는 귀여운 토끼들이 오물오물 풀을 먹고 있고 그 옆 쉼터에는 키 큰 나무들 사이로 벤치가 놓여 청신한 앞산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도록 만들어 놓았다. 경춘선의 정거장들은 각기 테마색을 정하여 화단이나 색깔을 꾸민다고 하는데 대성리역의 테마색은 노랑으로, 화단에는 노란 팬지와 우즈베키아가 아름답게 피어있다. 가을에는 노란 국화가 피어날 거라고 한다. 뒤뜰에는 직원들이 심고 가꾸어놓은 조롱박이 자라고 있고 왕벚나무, 층층나무가 늠름한 모습으로 역을 지키고 있다.

      열차가 오고갈 때마다 MT를 오는 학생들과 MT를 끝내고 돌아가는 학생들로 플랫폼은 북적이고 활기와 웃음소리가 넘쳐난다. MT를 끝내고 돌아가는 열차를 기다리던 성균관대 법학과 학생들은 새내기와 선배들 간의 친목을 위한 시간을 가졌다 한다.





    • ▲젊은 날의 한 페이지를 남기고 가는 대성리역(위). 플랫폼에는 청춘의 열기가 가 득하다.


    • 인덕대 농구동아리 ‘야바’의 새내기 김경준 학생은 “서울에서 가깝고 산수 좋고 민박집 가격이 싸고 선배들이 찾아오던 전통적인 곳”이란다. 정거장을 둘러보던 임승빈(45)씨는 “20대 초반에 MT 왔었던 추억이 아련하다. 고향에 돌아온 느낌”이라고 했다. 대성리역 주변엔 1000명 이상을 수용하는 민박집을 비롯, 크고 작은 민박집이 100여 곳이 있다. 이곳에서 민박집을 경영하는 김창현(50)씨는 “가격이 저렴하고, 취사시설과 바베큐시설 등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고 노래방, 야외공연장, 족구장, 농구대 등을 갖추고 있어서 학생들의 MT장소와 회사야유회, 체육대회, 가족 간의 소풍장소로 이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성리역에서 사방을 바라보면 어디든 초록이 지천이다. 아름답고 정이 묻어나는 곳. 서울에서 가깝고 수도권의 학생들이 MT 를 다녀오는 곳. 젊은 날의 순수와 청춘의 열정이 가득한 대성리역.

      사람들은 저마다 대성리역에 ‘추억’이라는 유실물을 남기고 떠나고,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불현듯 그것을 찾으러 온다. 언제나 그렇듯이 대성리역은 추억을 가슴에 품고 사람들을 맞아 주었다. 그런데 이 대성리역이 2008년말쯤이면 헐리게 된다고 한다. 2009년에 완성될 예정인 경춘선 복선화 작업이 진행됨에 따라 열차가 증설되고 시간도 단축되므로 현재의 역사로는 승객수용에 어려움이 있어서 현대식으로 역사가 새로 지어질 거라고 한다.

      대성리역에 남은 추억이 애틋하다면 역사가 헐리기 전, 한번 다시 찾아가 보면 어떨까?

      오래전의 친구처럼 다정하게 맞아주는 대성리역과 마음으로 악수를 나누면서 추억의 한 페이지에 간직할 수 있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