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미시간 대학원에서 유학하던 시절이 생각난다.
그때 나는 수학과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있었다.
두더지 굴 같은 기숙사에서 35살 된 흑인 남자와 같이 방을 쓰고 있었는데 그는 의과대학생이었다.
그런데 그는 매일 한 밤중에 방에 들어와 침대에서 신발도 벗지 않고 꼭 30분만 자다 또다시 공부하러 나가는 것이었다.
실은 그덕에 나는 기숙사 독방을 쓰다 시피 했다.
그 의과대학생은 방 한구석에 늘 skull(해골)을 놓고 있었다.
나는 방에서 밥을 먹을 때 언제나 그 skull(해골)을 앞에 놓고 친구 삼아 얘기하며 먹곤했다.
그땐 창밖에 허리 만큼 눈이 늘 싸여 있었다. 난 혼자 기숙사 방에서 하루종일 수학 문제를 풀 곤 했다.
이따금 바이올린을 꺼내 Tchaikovsky violin concerto 2악장 canzonetta 를 켜곤했다.
그리고 이따금 혼자 소리 질러 보곤 했다. 그건 내가 벙어리가 아닌 것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땐 고국에 계신 부모님을 전화로라도 음성을 들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부모님의 사진을 보며 얘기해도 이젠 대답이 없으시다.
그때 생각나는 것은 밖에 나가면 허리까지 차 온통 세상이 하얗게 덮인 눈과 공부만 하던 것 외에는 생각나는 게 없다.
이젠 내게 아주 오래 된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