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간다는 것 ....
오랫 동안 살던 집에 참으로 오랜 만에 도배를 했다.
그냥 살면서 도배란 이사 가는것 못지 않게 집안을 온통 벌집 쑤시듯 뒤집어
놓는 일이다.
사실은 이런 과정이 너무나 번거러운 걸 익히 알기 때문에 차일피일 오늘에
이르르게도 된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여간한 용기를 내지 않으면 시도 하기가 아주 어려운 일이었기도 하다.
구석구석 집안의 역사가 스민 물건과 사진 책들등등 이루 말 할수없는 복잡한
물건의 모습들이 샅샅이 들어 났지만 어디엔가 숨겨 놓았을 법한 돈 다발은
하나도 발견을 못 했다.^^
잘 두고 잊어 버릴만큼은 아니게 우리의 기억력이 아직은 성한 모양이다.
어떤 노인이 도배를 하는데 구석구석 돈 다발이 나와서 매일매일 돈 찾는 재미로
기대를 가지고 도배를 한다 더라는 일화를 들은 우리 가족들이 주거니 받거니
한 이야기다.
엊그제 같은 일들이 모두 이십수년씩 세월이 흐르고 중요해서 보관햇던 영수증이
이제는 쓸모 없는 종이 쪽지로 변하고 은행에 가서 내야만 되던 모든 월별 생활
사용료들이 자동 이체로 바뀌어서 편하게 되고....
아이들이 쓰던 책들은 이미 쓸모 없는 휴지처럼 임자를 잃어 버려서 버려지고
보자기에 싸서 임시로 치워 놓은 양말이라던가 옷들이 다른 보따리와 뒤섞여
어디에 있는지 잠시 갈피를 잡을수 없이 되어 버려 아침에 이를 찾느라 더운
날씨에 땀 깨나 빼게 된다.
부엌의 그릇들도 다 뒷곁으로 쫓아 냈다가 필요한 그릇 몇 개만 가져다 써보니
그도 간단한게 편하다. 공연히 쓰잘데 없는 그릇들을 사 모아서 이를 씼고 닦고
관리하고 치우고 정리하고 이게 다 부질없는 일이 라는 걸 깨닫게 해 준다..
좀 자주 이사를 했더라면 훨씬 묵은 짐이 없었을 터인데....
옷들도 일년만 안 입으면 버리라고 하지만 그 옷이 가진 역사와 그 시절 사연
때문에 아까워서 노상 망설이게 된다.
귀찮다고 다 버려 버리면 무언가 나의 살아온 흔적들이 모두 사라져 버려서 허망
할것만 같은 마음에, 그래도 조금은 소중한 추억이 담긴것들은 다시 주워 담아서
집 한쪽 편에 도루 두게 된다.
그러다 보니 깨끗하게 정리해서 일목요연하게 하리라던 집안은 우리가 살아온
조금은 구질구질한 역사물 들로 다시 채워지기 시작한다.
그렇다.
과거가 없는 역사란 있을수도 없고 뿌리 없는 부평초 모양으로 불안할 터이니까.....
적당히 행복하고 소중한 추억이 담긴 물건들은 다시 잘 보관하여 앞으로의
진실된 삶의 방향과 좋은 근본을 삼아야만 될것만 같다.
2004년 9월 4일 Skylark(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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