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아주 오랫만에 밭에 갔다왔다. 거진 한달 반 만에 가보니 얼마나 무럭무럭 커져있는지 놀라웠다. 탱탱볼만한 수박도 네 개나 달려있고 미니토마토는 가지가 휘도록 다닥다닥 붙어있고 옥수수도 껑충 자라있고.. 고구마랑 호박 줄기도 기세좋게 뻗어나가고, 조랑조랑 열리라고 심어논 조랑박줄기엔 솜처럼 하얀 꽃이 맺혀있고 내가 좋아하는 색, 가지의 보라빛은 햇살을 받아 더 맨질맨질하고~ 이웃 논에는 초록빛 어린 벼가 융단처럼 펼쳐져있고 논둑에서 개구리는 팔짝뛰고 어린 메뚜기는 깻잎 위에 앉아 숨을 고르고 뒷산에선 쪼로롱쪼로롱 새가 노래하고..... 따가운 햇살 아래 그들과 함께하다 돌아와 거두어온 야채와 과일을 씻는데 그만 작은 벌레 하나, 그것도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꾸물꾸물 기어다니는 종류인... 화들짝 놀라며 가슴이 두근두근 야를 어찌할까나... 고민.....고민... 결국 야채부스러기와 함께 랩에 싸 끝을 고무줄로 묶은 후 밖으로 들고나가 풀밭에 풀어주었다. 아~ 내가 그들을 사랑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아니 무서워 소름끼쳐하지 않을 수만 있어도 좋으련만.. 오늘 성당에 가면 기도해야겠다. 주님! 부디 꾸물꾸물 기어다니는 벌레들을 미워하지 않게 하소서!! 혹 그들로 인해 내가 흙으로 돌아가는 일을 포기하지 않게 하소서!! 그들과 내가 이 너른 자연에서 우연히 마주친 작고 소중한 인연임을 깨닫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