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작은 죽음

by fildwind posted Oct 20, 2004 Views 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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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내 푸성귀를 잘 갖다먹었던 밭을 정리하러 갔었다.

        뒤늦게 심어놓은 배추와 무는
        파릇파릇 푸른 잎을 키워올리며 싱싱히 자라고있으나
        가지나 고추줄기는 폭삭 사그러져있었다.

        그나마 먹을 수 있는 것을 골라 따고있는데
        연한 갈색 고추애벌레가 막 줄기에서 줄기로 넘어가다가
        반쯤은 허공에 걸린채 죽어있었다.

        아마도 서서히 낮아진 새벽 기온에 서서히 굳어진 듯
        고통도 거부도 없는 너무도 순결한 멈춤 그것이었다.
        그리고,
        그 자연스러움은 가슴 뭉클하도록 숭고하고 아름다워보였다.

        뜨거운 여름 한 철 맘껏 향기로운 풋고추를 먹던 그들은
        이제 작은 죽음을 통해 완벽한 소멸을 이룰 것이다.
        그 본래의 無로....

        아직도 눈에 선한 그 허공 중의 멈춤의 몸체에
        이 따스한 노래를 덮어주고 싶다.

        부디 고운 꿈 꾸며 잘 가라고.....

        Whispering hope - Jim Reeves
  • 이용분 2004.10.20 00:00
    너무나 공평한 눈으로 보아주는 자연...

    그 앞에 우리에게 해를 주는 벌레.
    미물 고추 벌레의 죽음에 대한 연민 ....

    이게 원래 우리가 지녀야 할
    아름다운 감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유지숙 후배님
    예쁜 글입니다.

    건강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