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내 푸성귀를 잘 갖다먹었던 밭을 정리하러 갔었다.
뒤늦게 심어놓은 배추와 무는
파릇파릇 푸른 잎을 키워올리며 싱싱히 자라고있으나
가지나 고추줄기는 폭삭 사그러져있었다.
그나마 먹을 수 있는 것을 골라 따고있는데
연한 갈색 고추애벌레가 막 줄기에서 줄기로 넘어가다가
반쯤은 허공에 걸린채 죽어있었다.
아마도 서서히 낮아진 새벽 기온에 서서히 굳어진 듯
고통도 거부도 없는 너무도 순결한 멈춤 그것이었다.
그리고,
그 자연스러움은 가슴 뭉클하도록 숭고하고 아름다워보였다.
뜨거운 여름 한 철 맘껏 향기로운 풋고추를 먹던 그들은
이제 작은 죽음을 통해 완벽한 소멸을 이룰 것이다.
그 본래의 無로....
아직도 눈에 선한 그 허공 중의 멈춤의 몸체에
이 따스한 노래를 덮어주고 싶다.
부디 고운 꿈 꾸며 잘 가라고.....
그 앞에 우리에게 해를 주는 벌레.
미물 고추 벌레의 죽음에 대한 연민 ....
이게 원래 우리가 지녀야 할
아름다운 감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유지숙 후배님
예쁜 글입니다.
건강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