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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지루하다 싶으니 차소리가 들리고 불빛이 번쩍이니 바로 덕릉고개다. 당고개를 향하는 차를 내려다 보며 고개를 가로지르니 바로 수락산 입구다. 밤 11:00. 1시간 반 조금 지나 하나를 넘었다. 병찬이가 시작이 반이고 네 코스 중 하나를 끝냈으니 75% 달성했다고 너스레를 떤다. 역시 웃음으로 화답. 거기서 총대장은 사람들 다 올 때까지 기다리자며 시간을 지체한다. 선배님들은 바닥에 주저앉아 뭔가로 영양보충을 하며 뒤에 오는 사람들을 흐뭇한 얼굴로 바라본다. 50명쯤이 있는데도 출발하지 않아 상당히 먼저 도착해 지루한 우리는 그냥 출발하기로 한다. 그 사이 여러 통 격려 메시지가 몰려 들었다. 고마운 친구들 장흥에서, 집에서 걱정을 해주고 의지를 북돋워 준다.


  비탈

  시간은 자정으로 치닫고 우리들은 졸리운 건 전혀 모른체 걷고 또 걷는다. 심모모 덕분에 앞에는 14회 몇 분뿐. 선두권이다. 수락산은 밑자락에서 옆으로 돌아 바로 능선으로 올라 걷는 쉬운 코스이지만 길이가 길어 좀 지루하다. 좀 가다 전화를 받는데 승제가 10시가 와서 - 몽산과 금옥이 상계역에 가서 직접 차로 데러다 주었다고 한다. 초스피드로 돌진한 결과 현재 덕릉고개에서 본대와 합류했다고 한다. 조금만 쉬고 따라 오라 했다, 우리랑은 한 15분 거리? 애들 빨리 만날 기대에 슬슬 걷고 있다가 어느 한적한 곳에서 앉아 있는데 문득 아래 발쪽을 보니 뭔가 뭉클 밟히는 느낌이다. 악! 알 수 없는 동물 시체가 거기 있었다. 아휴, 아휴 그렇지 않아도 사람들하고 이별 의식을 하고 온 기분이라 찜찜했는데 이런 일까지. 이런 고양이도 아니도 개는 더 아니고, 그렇다고 족제비도 아닌 것이 도무지 알 수 없다. 보기도 싫어 억지로 외면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출발하려는데 숲속에서 사람 그림자 셋이 나타나면서 뭐라 한다. 선밴가 하고 다시 보니 저쪽에서 아는 척한다. 애들이다. 우리 애들이야. 무려 50분을 단축해서 달려 왔다. 와~~~ 이눔들은 인간이 아닌 게 틀림없다. 정녕 축지법을 하는 도인들이야. 그걸 몰라보고 이놈, 저놈, 이새끼, 저새끼 하며 살았으니 송구하다.

  다시 만남에 악수 또 하고 왁자지껄이 되어 걷기 시작하였다. 이제 상계동 야경은 끝나고 의정부가 보인다 저기가 동부간선도로인가? 도로 가로등만 있게 되니 아주 혼란이 온다. 그걸 아무도 해결할 사람이 없으니 그냥 후드득 걷기만 한다. 지난 번 여기 답사 겸해서 왔던 애들이 셋이나 있으니 무슨 걱정이리오. 밤이 어두워 시야를 방해할까 걱정하였으나 헤드랜턴 덕분에 아무렇지도 않게 갈 수 있고, 바위가 미끄러울까 걱정이었으나 세찬 바람에 벌써 말라가니 신발 저항이 높아 역시 무사하다. 또 한번 열을 낸 몸은 가벼워 바람결을 타고 빠르게 이동한다. 또 바람의 사나이들은 따라 오면서 세봉이를 종주팀에 넣기로 했다고 한다. 도봉산을 더 가면 북한산이야 덤이니 결국 끝까지 가는 셈이란 말이다.

  조그만 봉우리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이 산에서 우리가 경험상 얻은 결론은 바위가 나오면 반드시 우로 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위를 괜히 힘들게 올라가 길이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것도 없으면 다시 돌아 내려와야 하는 에너지 낭비가 생긴다. 체력이 완주의 열쇠가 됨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니 그 "우로 봐" 전략은 아주 유용하다. 수십 차례 우로 봐를 하여 체력 낭비를 줄일 수 있었다. 쇠뿔처럼 생긴 정상에서 우리는 잠시 의논을 하였다. 저쪽 홈통바위는 길은 평탄하나 많이 돌아가는 곳이며 또 중요한 건 사전 답사팀이 가보지 않은 곳이다. 그리고 이쪽은 바로 내려가는 길이긴 하지만 급경사여서 좀 위험하지만 이미 답사한 곳이다. 선택은 당연히 후자다. 한번 가 본 곳은 왠지 안심이 되지 않던가. 그래 우회하여 가니 위험! 표지와 함께 낙석위험이 같이 나타난다. 앞에 박아놓은 표지판을 보니 위험구역엔 가위표를 해 놓아 가지 못하게 말리고, 등산로는 그냥 실선으로 다정하게 그려 놓았다. 살짝 옆으로 돌아 내려가니 바로 밧줄이 나오면서 사람들이 매달리기를 강요한다. 아님 떨어져 다치거나 죽도록 길이 되어 있으니 이 밤중에 시체라도 찾을 수 있을까. 조심조심 밧줄 잡은 손에 힘을 주며 발을 한 발씩 옮긴다. 어떤 데는 천길 낭떠러지가 있고 어떤 곳은 1,2m 자락이지만 조심하며 내려가기는 매 한가지다.

  우리 팀은 여기서 2km 가까이를 그렇게 힘들게 내려오느라 시간을 다 허비하였다. 중간에 무릎이 찌부두해진 세봉이에게 정이가 준 신신파스 에어를 뿌리니 좀 낫다. 하지만 뿌리는 양이 적어 효과는 금세 달아났는데 거기서 괜히 품질 타령을 하였으나 나중에 충분한 양을 발사하니 품질에 대한 염려는 기우였음이 증명되었다. 상당히 내려가 그렇게 힘든 몸을 계곡에 담가 발에 난 열을 식힌다. 시원하고 온몸 피로가 싸아악 달아난다. 훌러덩 벗고 들어가고 싶지만 아직도 남녀내외를 해야 편안한 우리들은 그렇게 하진 못한다. 그 사이로 우리 뒤에 있던 팀들이 저쪽에서 헤드랜턴을 반짝이며 줄줄이 내려온다.  아하 홈통바위로 가야 했어야 했다. 돌아가지만 평탄한 길이었던 것이었다. 그럼 아까 능선을 휘젓던 스피드를 그대로 유지해 아주 빨리 내려아 다리쉼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좀 아쉽지만 이미 지난 일이다. 전원이 이 길을 선택하지 않았던다. 아무도 그 일에 대해선 아쉬워만 할뿐 책임을 묻지 않으니 고난 중에는 서로 싸우지 않는 법이다.



  석림사에 다달으니 정비된 길이 나오고 곧 아스팔트가 나온다. 반가운 문명이여, 인간의 손길이여. 산 초입이라 여러 음식점이 있는데 그 가운데 오직 하나 불 켜진 곳이 우리가 아침 먹을 곳이다. 여기까지 오니 4시, 무려 다섯 시간이나 걸렸다. 수락산, 다시 오고 싶지 않은 곳이다. 역시 아래까지만 와서 개나 먹고 가야할 산이다.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야.


  아침

  식당 입구에는 국현이가 손을 흔들고 있고, 먼저 내려온 선후배들이 박수를 쳐 준다. 식당은 간이건물로 천정은 높고 식탁도 넓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랑스런 얼굴로 숟가락질을 한다. "밤새 안녕하신지요"가 아니라 "밤새 굉장했어요"다. 메뉴는 쇠고기무우국에 깍두기와 열무김치 그리고 대야에 넣어 온 밥이다. 고르고자실 메뉴가 아니니 그냥 주는대로 먹는 수 밖에. 더하여 막걸리를 시켜 건배를 하였다. 살아 있음을 감사하며.
  쇠고기무우국은 승한이 말에 의하면 우공도강탕이라 소가 발을 담갔다 뺀 것같은 노숙자도 먹지 않을 정도다. 다행이 세봉은 왕건이가 집중된 국을 받을 수 있었지만 대부분은 국물에 떠 있는 기름기를 보고 입에 밥을 우겨넣는 신세다. 세봉이 국은 애초에 승한이 몫이었지만 먼저 배식 받은 그가 세봉에게 넘겨 준 탓에 그런 행운(?)을 잡았다. 그래도 밥이어서 먹기는 다 먹고 일부 아이들은 평소에 먹는 약까지 입에 쓸어 담는다. 누구는 혈압약, 누구는 심장약. 이제 우리는 이렇게 늙어 버렸어.


  밥을 먹고 밖에 나가 다음 일정에 대해 의논하니 장암역에서 첫 차는 다섯시 반에 있다고 한다. 지금은 4시 반이니 한 시간이나 남았다. 일부는 역으로 향했으나 거기 문이 열렸는지도 알지 못한다. 또 누구네는 택시를 타고 산을 벌써 오른다고 하는데 그렇게 쉬지도 않고 체력을 소모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어쩔까 서로 논의만 하고 있는데 어떤 여자 후배는 좌판에 누워 토막잠을 청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잘 수 있으면 좋으련만 불행히도 나도 누워 봤으나 잠은 커녕 똘망똘망하기만 하다. 밤새 그렇게 걸어 힘들게 했는데도 이성은 그런 자리에서는 자지 말라고 한다.
  
  결국은 일단 도봉산 밑에 가서 결정하기로 한다. 처음엔 역으로 가려 하여 건널목을 건너는데 건희대장이 지하철비 800원에 네명이면 3200원이니 택시가 더 싸다는 생각을 하여 택시를 타기로 한다. 아 와중에 그런 유연한 사고를 하다니 그는 벗겨진만큼 자유로운 사고를 하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택시를 타고 가는 동안 몸이 아주 푹신한 쿠션에 빠져 평안해짐을 느낀다. 밤새 긴장한 근육이 잠시 휴식을 취하는 순간이다. 계속 이렇게 있었으면, 계속, 계속. 그 새에 마누라한테 문자를 날린다. "불암, 수락산 야간 산행 수행, 도봉산 산행 시작" 아마 이따 10시는 넘어야 보게 될 것이야. 게으른 마누라.

  도봉산 호돌이광장에 도착하여 그동안 고통을 줬던 담배를 사기로 하고 세봉과 불켜진 집을 갔더니 거기선 산더미같이 김밥을 쌓아 놓고 계속 말고 있는 아주머니와 검은 비닐에 생수며 단무지며 젓가락을 간수하는 아저씨 그리고 그 곁에 곱게 나이 드신 또 다른 아주머니가 서류뭉치와 함께 앉아 있었다. 담배를 사고 돌아서는 순간 곱게 나이 든 분이 인사를 한다. 얼떨결에 따라 인사하고 보니 진행요원이시다. 어제 본부에서 밤 10시에 이집에다 예약을 해 놓아 관리하는 중이라며 여기 온느데 택시비만 2만 5천원을 썼다며 자신의 충성도를 자랑한다. 아, 아 그럴 거예요, 대단히 고생 많으시네, 그런데 이 김밥은 지금 주는 거죠? 그 선배는 여기서 김밥과 생수 그리고 저녁 식권을 받아 가는 건데 저녁 식권은 당신이 갖고 있지 않다며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통화가 잘 되었는지 김밥을 주는데 먼저 명단을 확인한다. 우리는 원래 종주명단에서 쿠키가 빠지고 대신 세봉이 들어왔다며 수정시키고 김밥을 받았다. 그 와중에 담배 사런 간 놈들이 돌아오지 않으니까 원대장은 승한이를 시켜 데리고 오라 했는데 우리가 그런 망외의 소득을 올리자 아무런 질책이 없었다.  

  출발을 하기로 하고 입구를 향해 가는데 애들이 다 없다. 알고 보니 화장실 갔단다. 이 와중에도 제 볼 일을 다 보는 놀라운 인체의 신비를 자랑하는 애들 단지 세봉인 나오지 않는다며 고개를 가로 젓는다. 입구엔 매표원이 없어 그냥 통과했다. 대개 7시부터 근무를 한다. 지금은 5시. 대형음식점을 지나고 북한산국립공원 바위푯말을 지나 절을 지나니 익숙한 詩碑가 눈에 들어오고 거기서 심모모는 노가리에게 전화를 넣었다. 장흥 갔다가 도봉산 릴레이에 참가하기로 했는데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일어나기는 했을까? 노가리는 깨어 있었다, 아니 깨어 있을 뿐더러 짐까지 싸 놓고 집을 나서려 하고 있었다. 놀라운 책임감이다. 어제 철원에 가서 땅을 보고 다시 양주막걸리집에서 더 마시다가 오후에 장흥에 가서 또 마시고 집에 12시에 들어 갔다는데 4시간 여를 자고 다시 산에 오려 짐을 싸서 나오다니. 그의 성실함에 경의를 표한다.

  좀 걷다 병찬이가 보이질 않아 전화를 해 보니 화장실에 있단다. 병찬이는 산행 내내 거의 말 없이 그림자처럼 잘도 따라 오더니만 수락산에서는 상계동에서 15년 살았다며 지형지물을 설명해 주기도 하였다. 지금도 조용히 자기 볼 일을 보러 간건데, 우리가 방해했다. 기왕 나온 화장실이니 세봉이 다시 시도해 보기로 하여 작아도 따라 갔다. 나는 남자용, 세봉인 여자용. 나는 폭발하듯 나온다. 소화기능이 탁월한 작아. 반면 옆칸에서 바로 문여닫는 소리가 나는 걸 들으니 세봉은 또 실패한 듯하다. 거기다 의무를 가미하면 되는 일도 안 된단다, 세봉아. 편안히 기다리면 돼.

  초입에 바위 타는 사람들 처음 연습하는 바위를 지나 도봉산장 어귀에서 쉬고 있는데 승제가 저기 "노순철 아니니?" 한다. 정말 노가리다. 아주 빨리도 왔다. 자운봉 벙커에서 만나기로 통화하던데. 먼저 불암산 3인의 바람의 아들이나 노가리나 참 대단도 하다. 세봉이와 우비를 터치하는 사진을 찍고 다같이 올라가기 시작한다. 노가리는 빨간 판초우의를 입고 있어 야하다고 했더니 배시시 웃는다. 기왕에 왔으니 북한산까지 종주를 하자 했더니 무릎을 다쳐서 어쩌고 하면서 옛날 운동 많이 한 얘기를 한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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