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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수도북 후기] 작은 행운과 함께








작아  2006-06-12 09:30:53











  먼저 이 모든 것을 있게 한 심원식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이 모든 것을 시작하고 결말에 이르게 한 김국현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여
  또한 그의 영원한 반려자인 강혜숙에게 반가운 악수를 청합니다.
  끝으로 물심양면으로 열렬히 격려해준 여러 친구들에게도 고개 숙여 인사합니다.



  만남



  그날 아침 나는 차를 몰고 3번 도로를 드라이브하고 있었다. 아직 비가 오지 않는 들판의 한가한 모습을 바라보며 善이 주는 아름다움을 즐겼다. 그 시각, 그 장소에서 그 일을 하는 즐거움 말이다. 잔머리 굴리고 요령 생각하며 살려 하면 항상 피곤하다. 힘들더라도 그 시간에 그 자리에 가서 있는 게 편하다,

  아버님은 잘 지내고 계셨다. 아들은 아파 고생하는데..., 장흥으로 가는 길로 접어드는 빗방울이 굵어지기 시작한다. 아까 심모모와 국현이와 한 통화는 예정대로 한다고 하였지, 비가 그쳤으면 좋겠는데..., 장흥에는 애들이 저녁 축제를 준비하고 있었다. 앞에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야트막한 언덕에 자리잡은 세종청소년수련원은 역시 높지 않아 편안하게 보이는 건물이 옹기종기 앉아 있는데 마당에는 족구 라인이 그려져 있고, 수영장엔 관람계단이 있었다. 방은 넓어 쓸만하고, 식당은 컸으며 마침 나무 태우는 냄새를 풍기니 자연에 안겨 축축한 공기를 들이마시는 안온함을 준다.

  물뼝인 총무라 바쁘고, 원목이는 시다발이에 전체 진행을 맡아야 하니 몸과 마음이 한가롭지 못하다. 환상의 투톱이다. 최혜숙, 김순희, 조순정, 이경희, 송태성이 모여 앉아 고스톱으로 마수걸이를 하고, 아범이, 창호는 수담으로 이곳을 즐긴다. 상국이는 뭐가 좋은지 연신 웃고 다니고. 인호는 토고 사정에 혀를 찬다. 불수도북은 한다니까 전부 말린다. 이 비에 죽을 일 있냐며 안전이 최우선이다! 옳은 말이다. 아이들 몇이 죽으러 가는 사람한테 하듯이 기념 물품을 건넨다. 그래 살아 올게

  형님은 머리를 밀고 본격적인 항암 투병을 하고 계셨다. 투병생활이 외롭고 힘드셨는지 오랜만에 찾아 온 동생을 책망도 않고 오히려 반겨하신다. 당신은 못하는 술을 내오라고 형수님에게 지시하기도 한다. 그새 국현이에게 전화를 넣었더니 일단 집결장소에 모이고 보잔다. 원식이도 걱정스런 목소리로 짐 챙겨 가고 있단다. 나는...?

  아이와 집사람을 지하철역에서 핏업하고 집에 모셔놓고 저녁을 먹으며 생각해 본다. 이런 날씨에 산을 오르는 짓은 무모하다. 행사추진하는 사람들도 그점은 잘 알고 있을 것이고 보험은 들었지만 무리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기예보는 내일 아침부터 서서히 갠다고 예보한다. 그럼 이 비가 밤새 내린다는 얘긴데 오늘 산행은 글렀다. 애들 만나 장흥에나 가 보자. 마누라한테 그냥 애들이나 보고 오겠다고 하고 집을 나선다.


  


  어둠

  미리 싸 놓은 배낭을 두고 가벼운 차림으로 나섰다. 배낭엔 극세사 수건에 미수가루 얼린 물, 머리띠, 헤드랜턴, 접이 의자가 들어 있다. 괜히 짐되게 갖고 갈 필요 없지. 집결장소에 가는 동안 버스에서 보니 비가 그쳤다. 낮에처럼 잠깐 그쳤다 다시 쏟아지겠지. 아주 아픈 비가. 상계역에 내려 몇 번인가 물어 도착한 재현고등학교에는 백 여 등산화가 모여 있었다. 우리 아이들은 승제, 쿠키만 빼고 다 왔는데 모두 등산할 차림이다. 그들의 번거로움을 비웃으면서 자리에 앉으니 바로 몽산, 류양, 금옥씨가 와 격려를 하며 현임이가 전해달라고 했다면서 일일이 포장한 과자, 잣, 초콜렛을 내놓는다. 이런 거 필요 없는데..., 먼저 선수들 티셔츠를 받았다. 빛깔이 고운 파랑 지중해색이다. 맘에 든다. 가슴에 평소에도 입고 다닐 수 있도록 로고를 작게 새기고 그 로고 속에 사대부고 마크를 그려 놓았다. 디자인 감각이 있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다. 오늘 온 목적이 이 티셔츠에 있으니 벌써 목적 달성은 한 셈이다.



  회의는 소란스러운 가운데 시작되었는데 마이크 잡은 선배가 마침 9시이후 날이 갠다는 예보가 있다며 예정대로 산행을 한다고 선언한다. "정말?" 소리가 절로 나온다. 원식이에게 준비를 못해서 가지 못하겠다고 하니 눈쌀을 찌프린다. 아주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내 잔머리가 얄밉다. 그 심사를 읽었는지 곁에서 로지가 그냥 가자고 한다. 바지 주머니에 있는 작은 손수건을 보여주며, "수건 있냐?" 물으니 건희가 길다란 수건을 건넨다. 이런이런, 랜턴도 없는데 한 발 물러서니 몽산이 언제 갖고 왔는데 손전등을 건네준다. 불이 잘 켜진다. 이젠 뺄 수가 없게 되었다. 집에 마누라에게 전화를 하니 미쳤어 소리를 스무 번은 더 하네. 그래 미쳤어. 지 정신이 아냐.

  비가 오면 안경 쓴 사람은 고통을 당한다. 윈도우 브러시가 없으니 그대로 물에 적신 창을 통해 사물을 보게 된다. 또 면바지를 입은 나는 옷 무게에 고통을 당할 것이다. 거기까지 좋다고 쳐도 미끄러운 바위는 어떻게 할까나. 운동화는 바닥에 요철이 낮고 발목을 드러내니 피로가 배로 쌓일 수 밖에 없다. 긴 산행에는 부적격이다 이렇게 준비는 전혀 돼 있지 않으나 약속을 지킬 수 밖에 없다. 모두 다 내 탓이다. 승제가 약속 시간을 잘못 알아 뒤늦게 합류한다고 하여 쎄봉과 승한이 남아 같이 오기로 하고 나머지는 먼저 출발을 한다. 심모모, 건희, 로우지, 조병찬이 헤드랜턴을 작동시키고 재현고등학교를 빠져 나가 첫 발을 내디딘다. 밤 09:10

  어둠은 이미 내려 어둡지만 사람들마다 켜 놓은 랜턴탓에 발 아래 사방 1m는 잘 보인다. 평소에도 서울 특유의 조명으로 야간 산행을 하는 사람들은 소경신세를 면할 수 있다. 작은 개울물이 흐르는 계곡에서 진행요원은 왼쪽길을 안내한다. 졸지에 뒤에 있던 우리 일행이 선두가 되었다. 비는 내리지 않지만 바위는 축축하여 조심조심해야 하고, 작은 모래는 윤활유 작용을 하여 미끄럼을 일으키니 수시로 털어줘야 한다. 총동산악회 총무인 건희는 곳곳에서 아는 선배, 후배를 만나 안부를 묻고. 심모모는 심심한 복덕방을 만회하듯 끊임없이 뭔가를 말하고, 그 뒤로 병찬이가 그림자처럼 걷는다. 로우지는 칠부바지 밖으로 종아리를 살짝 드러낸 채로 사쁜사쁜 가볍게 걷는 태가 영락없이 오월의 여왕 대관식에 나선 그 발걸음걸이다. 모두들 나를 위해 길을 비춰주고 격려해 준다. 벌써 고마워 애들아.

  직벽을 땀이 등에 찰만큼 오르니 정상이다. 모든 걸 알고 있었다는 듯이 우리는 이미 지난 겨울 1월 정기 산행을 여기서 했다. 불수와 도북을 나눠 전지훈련도 하고 지구력을 기르기 위해 12문 통과도 하였다. 정말 모든 걸 알고 있었듯이. 이런 훈련 과정을 모두 무사히 마친 쿠키가 빠진 게 마치 이동국과 같아 안타까움을 더 한다. 불암산 정상에서 바라본 서울 북동부 야경은 문명의 찬란함을 웅변하고 반대쪽 퇴계원의 고요함은 자연의 싸이클을 말없이 보여준다. 너무 시원해서 되려 차갑다고 느껴지는 바람이 흐르던 땀을 쏙 들여 보낸다.  

  전에 왔을 때 정상 밑 편평한 바위에 있던 막걸리 등을 팔던 주점은 장사 밑천을 묶어 놓고 적막에 싸여 있다. 누군가가 여기 열면 막걸리가 있지 않을까 했으나 그냥 웃음을 살 뿐이다. 다시 걷는다. 언제나 그랬듯이 믿음직한 원대장은 뒤에서 따라가며 독려하고 심모모는 앞장서서 길을 개척해 간다. 오늘 온 사람들은 작아만 빼고 모두 고수들이다. 승한이는 산악 마라톤맨이고 모모는 대학 때 마라톤 대회에 나가 숱해 상금 따먹었으며, 병찬이는 등산이 취미고, 세봉이는 말 그대로 하루에 세 봉우리를 올라다니니 더 무엇이 필요할 것이며, 승제도 타고난 탓인지 아주 잘 가는 선수다. 로우지는 백두대간을 계획하고 있는 여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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