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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혜숙의 장르를 넘어서] 우리에게 조국이란 무엇인가!?
  •  양혜숙 한국공연예술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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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혜숙 한국공연예술원 이사장

우리 인간은 어쩔 수 없이 무리 지어 살며 서로 사랑하고 미워하며, 헐뜯고 비난하다가도 ^조국^이란 말 앞에서는 공연히 숙연해지고 엄숙해지고 깊고, 뜨거워지는 것이다. 아마도 모든 국가의 모든 종족들이 조국이란 단어를 들으면 이유 없이 마음이 뜨거워지고, 숙연해지고 엄숙해지는 것은 예외 없는 본능에 가까운 현상일 것이다. 그래서 지구 위의 지형도는 각 국가의 힘겨루기 앞에서 이 '조국애'의 척도와 시대감각의 적응도를 지탱해주는 각 민족의 역량의 균형에 따라 바뀌고 변화하는가 보다.

한국의 역사 변화를 보며 우리는 우리의 선조들이 세계의 변화와 세계의 지형도 변화 앞에서, 다시 말해 세계 변화의 조짐과 앞으로 다가올 큰 변화 앞에서 시대를 읽을 줄 몰라 선조들의 우매하고 아둔한 시야로 인해 얼마나 우리가 힘없이 어두운 터널의 시대를 뚫고 나오듯 지내왔는가 되짚어 보게 된다.

내가 독일 유학을 간 1961년은 우리나라가 6.25를 겪은 지, 그리고 1953년 정전 선언을 한 지 10년이 채 안 된 전화의 폐허 속에서 온 나라가 전화 복구에 열중하며 굶주림과 가난극복에 여념이 없을 때였다. 강산은 헐벗은 가운데 나무 하나 없는 민둥산이었고, 가뜩이나 건조한 풍토에 앙상한 산천은 회복될 수 없는 병에 걸린 산짐승을 보는 것 같은 비참한 마음이었다. 어떻게 해야 다시 살려낼 수 있을까? 비행기를 타고 우리의 산천을 내려다본 암담하고 가슴 쓰린 심정은 6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가슴을 여미는 듯 아픔을 파고들 때가 있다.

하지만 나는 당시 기숙사 내 옆방에 함께 산 유태인 출신 유학생을 보며 많은 것을 생각했다. 그때만 해도 세계정세는 아직 어수선하여 이스라엘의 독립과 유태인들이 조국을 완전히 인정하고 정착되지 않아 많은 것이 논의 중이거나 정착되었다 해도 자리 잡히지 않았을 때였다. 그래서인지 그 여학생은 기숙사의 어느 누구와도 통성명을 하지 않은 채 고양이처럼 소리 없이 조심스럽게 기숙사 출입을 했다. 개인의 성격도 있었겠지만 한층에 12명이 공동으로 쓰는 부엌에서 조차도 얼굴을 마주하는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개인의 성격의 차이도 있었겠지만 그녀를 한 달이나 두어 달에 한번 찾아오는 건장한 거구의 독일인 학생을 보았을 뿐이다. 그의 성은 모르는 채 Renae(?)라고 부른 기억밖에 없다. 나중에 내가 박사과정을 거진 정리하고 잠시 귀국을 결정할 무렵 베를린대학의 언어학과 강사로 취직이 되어 기숙사를 떠났다는 말을 들었을 뿐이다.

당시 독일 사람들은 한국이 어느 구석에 붙어있는 나라인지, 혹 Korea란 이름을 들었다 하더라도 전쟁 틈바구니에서 어떻게 존재하는 나라인지 아는 사람이라고는 거의 없을 때였다. 도시에서 마주치는 시민들이 다가와 중국인이냐, 일본인이냐고 물어오곤 했다. 하지만 나는 당당하게 한국인임을 밝혔고, 독일 학생들이 초청할 때도 거의 유일한 동양 여학생으로, 한국인임을 당당하게 밝히고 그들의 관심에 호응했다.

비록 우리나라가 일본과 중국의 틈바구니에 끼어 선조들의 실수로 나라를 빼앗겨 36년이란 동안을, 어쩌면 내면적으로는 더욱 긴 동안을 짓눌려 살았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내 마음속에는 내 조국을 사랑하고 조국을 세계에 알려야겠다는 열의는 누구도 막을 수 없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딸이라는 당당한 자부심과 지금 이 가난하고 안타까운 상황의 조국을 나는 어떻게 도와 무엇을 해야 한국의 장래에 작은 주춧돌이나 보탬이 되어야겠다는 염원만이 가득했다. 이러한 조국사랑은 자신의 민족 정체성을 누구에게라도 들킬까 조심하는 유태계 Renae라는 여학생을 보며 더욱 마음을 다져갔다.

그러면서 나는 중국에서, 미국에서 독립운동을 하며 나라를 되찾으려고 목숨을 바친 선조들의 그 애끓는 마음을 한 자락이라도 느끼게 되었다. 조국이 없다면 사실 인간은 뿌리내리지 못한 식물처럼 허공을 헤매며, 그 뿌리박을 국토와, 함께할 종족과, 무리지어 이루어야 할 정부를 찾아 한없이 헤매는 모습을 현대의 여러 종족의 모습에서 보게된다.

어쩌면 먼 훗날 세계의 질서와 모습이 바뀌어 조국을 사랑하는 정서가 필요 없는 시대가 올 수 있을까? 우리 인간에게 <조국>이란 단어가 마음에 뿌리고 있는 시대에 사는 한, 우리는 조국을 에워싼 애국심으로 무장한 채, 한국인임을 자랑스러워하며 한국인의 당당함으로 세계와 세상에 보탬이 되는 조국의 발전을 열망하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의 위상은 1960년대와는 너무나 대조적으로, 세계에서 사랑받는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고 있어 우리나라 국민들의 기개와 자부심은 하늘을 찌를 듯하다. 그러면서 백 년 전의 백성들이 겪은 무지와 무지렁이 수준의 총체는 비교할 수 없이 도약 발전했다. 다만 너무 빠른 단 시일 내의 발전은 사회의 여러 부분과 분야의 메꿔야 할 숭숭 뚫린 빈구석과 불균형의 넌센스를 표출하고 있다. 게다가 남북 정권의 대치와 불균형, 적대감은 아직 순진하기 짝이 없는 한국민의 천진함을 뚫고 들어와 혼란을 조장하며 나라의 위기마저 조장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넘어야 할 큰 산 앞의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어떠한 위기가 우리를 유도할지 모르는 상황에 놓여 있음을 본능적으로 감지하고 있다.

우리가 후손들 앞에 당당하고 떳떳하려면, 우리는 지금 어떻게 대처해야 되는지 깊이 생각하고 단호하게 행동해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는 100년 전의 선조들처럼 어리석지 않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현명하고, 용감하며, 지혜로워야 할 때임을 국내외의 국민들은 각성 각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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