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 비전을 말한다] 서강대 이종욱 총장

▲ 이경호 기자 ho@chosun.com

 

"어떤 강의도 마음껏 수강… 다면적 사고 인재 길러낼 것"
지난 6월 모교 출신 첫 총장으로 취임한 서강대학교 이종욱(63·사진) 총장은 일반인들에겐 역사학자로 더 알려져 있다. 그는 한국인의 뿌리를 신라로부터 찾아 한국사를 재구성했고, 위서 논란이 있던 '화랑세기'가 진본임을 최초로 주장했다. 최근 국민드라마로 불리는 '선덕여왕'의 악역캐릭터 '미실'도 화랑세기에서 그가 발굴해 낸 인물이다.

이 총장은 "모교 출신이라서 총장이 된 것이 아니다. 새로운 학설로 주류 학계의 패러다임을 바꾼 도전성과 추진력에 대한 교내 구성원들의 신뢰로 총장이 된 것 같다"며 "1등, 2등처럼 등수에 연연하는 대학이 아니라 '특별한 서강'을 만들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취임과 함께 서강대 비전을 위한 세 가지 전략을 내놓았다. 바로 전인교육 실시, 교수역량 강화, 산학체제 구축이다.

 

◆특별한 전인교육

"전인교육은 다면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는 것입니다. 다면적 사고를 가진 인재야 말로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어떤 문제에 부딪혀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서강대는 전인교육을 위해서 학생들이 '다양한 학문을 즐길 수 있도록' 교육커리큘럼을 제공합니다."

서강대 학생들은 수준 높은 교양 과목을 포함해 어떤 강의라도 마음껏 들을 수 있다. 복수전공을 하더라도 타 대학이 1전공, 2전공 등으로 구분하는 것과 달리, 아무런 순서표시가 없다. '부전공'이라는 용어 대신 '다전공' 또는 '연계전공'이라고 말한다. 만약 사학과로 입학했더라도 경영학과 과정을 마쳤다면 학생이 원할 경우 졸업장에 경영학과를 먼저 써 준다. 최근 사학과 여학생이 의학과 법학에 관련된 수업들을 듣고 법학전문대학원과 의학전문대학원에 동시에 합격하기도 했다. 이 총장은 "일단 서강대에 합격하면 학생에게 어떤 과목이든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를 준다"며 "여러 학문 분야를 체험하고 자기 적성을 찾아가는 것이 바로 서강인의 특권"이라고 자부했다.

 

◆엄격한 학사관리와 권위있는 교수진

자기가 원하는 학문을 배우는 것과 비례해 학사관리도 엄격하다. 중간고사 직후에도 성적을 공지하고 성적이 불량한 학생은 지도교수와 면담을 한다. 기말고사 성적까지 나쁘면 학부모가 직접 학교를 찾아 성적상담을 받아야 한다.

"자유로운 학문 공부와 깐깐한 학사관리 때문에 기업체에서 서강대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요. 조선일보 대학평가에서도 아시아지역 졸업생 평판도 2위를 차지할 정도죠. 실제로도 서강대 졸업생의 정규직 취업률과 4대 대기업 취업률은 국내 최고입니다."

제대로 된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최고 수준의 연구역량을 가진 교수진이 뒷받침돼야 한다.

"화학과에는 인공광합성을 연구하는 윤경병 교수께서 계십니다. 물과 이산화탄소를 햇빛에 인공광합성 시켜 연료인 메탄올을 만들고 지구온난화도 줄이는 획기적인 기술입니다. 이 분야에서 노벨상이 나올 것입니다. 이처럼 각 분야마다 교수진들이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는 곳이 서강대입니다."

 

◆산학체제로 재원 마련

서강대는 산학협력 체제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대신 산학체제라고 말한다.

이 총장은 "어정쩡한 협력체제가 아니라 대학이 기업이고, 곧 이윤을 창출해낸다는 의미에서 산학체제라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서강대는 지난 7월 24일 서강대가 45%의 지분을 소유하는 '에스메디'의 설립등록을 완료했다. 암·알츠하이머 등의 방사성 진단 시약과 제조 장비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벌써 바이엘 쉐링사에서 기술을 이전해갔고, CNN에서 획기적 기술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앞으로 3~4년 후 에스메디를 코스닥, 나스닥에 상장할 계획입니다. 서강대는 이처럼 창업과 주식상장, 이익배당을 통한 재정확보로 학생교육 및 연구의 산업화에 투자할 겁니다. 에스메디를 이을 제2, 제3의 기업 창업도 준비중입니다."

 

◆99%의 그늘도 생각해주는 1%의 도덕적 리더 육성

2010학년도 입시에서 서강대가 원하는 인재는 바로 봉사를 생활화하는 '가슴이 따뜻한 학생'이다. 이 총장은 "입학사정관 전형 과정에서 인위적인 봉사 활동은 철저히 가려낼 것"이라고 단언했다. 대신 봉사활동이 학생의 인생이나 가치관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상세히 알아보겠다고 했다.

"서강대는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1%를 키우되, 그늘에 숨은 99%까지 배려하는 도덕적·공동체적 리더를 육성할 겁니다. 단순히 학문적 능력만 뛰어난 1%는 우리 대학이 추구하는 인재상이 아닙니다. 다면적 사고를 하면서도 따뜻한 마음씨를 갖춘 인재, 바로 서강형 인재의 모습입니다."

 

이종욱 총장은

1946년생인 이종욱 총장은 서강대 사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사 석사와 박사과정 모두 서강대에서 마쳤다. 1985년부터 현재까지 서강대에서 사학과 교수를 맡고 있다. 서강대 박물관장, 교무처장, 연구처장을 지낸 '서강대 맨'이다. 이 총장은 한국고대사를 역사학, 인류학, 사회학, 고고학적 관점에서 정리했고, 일제 식민사관의 한국고대사 체계를 재정립해 한국 역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를 학계에서 받고 있다.

 

류재광 맛있는공부 기자 zest@chosun.com
유지영 맛있는공부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