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주류의 도박?… 16.8도 소주 출시
기존 소주보다 2도 낮아 방송광고도 가능해져 17년전 15도 소주는 실패
소주업계가 롯데주류의 16.8도짜리 초(超)저알코올 소주 출시로 술렁이고 있다. 기존 소주보다 2도 이상
낮은 소주 자체가 파격(破格)인 데다 17도 미만의 주류는 방송 광고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등장한 전국구 초저도 소주
롯데주류는 25일 기존 '처음처럼'보다 알코올 도수를 2.7도 낮춘 16.8도짜리 '처음처럼쿨(cool)'을 출시했
다. 롯데주류는 처음처럼쿨을 26일부터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공급하고, 이후 비수도권 지역으로 점차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17도 미만의 초저도(超低度) 소주는 2006년부터 무학과 대선주조 등 부산·경남지역 브랜드들이 판매하고
있지만, 수도권 지역을 포함한 전국 단위에서 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 '처음처럼'의 도수는
19.5도, 경쟁사인 진로의 '참이슬'과 '참이슬후레쉬'는 20.1도, '진로제이'는 18.5도이다. 그동안 진로와
두산(현재의 롯데주류)은 2006년 2월 각각 20.1도와 20도짜리 소주를 시장에 낸 뒤부터 본격적으로
저도수 소주 경쟁을 벌여왔다.
그러나 롯데주류의 이번 초저도 소주에 대한 경쟁사의 시각은 회의적이다. 진로 관계자는 "1992년 보해
에서 15도짜리 소주를 시장에 선보였지만 참패하고 사라졌다"며 "현재 국내 소비자들이 소주의 도수에
대해 갖는 심리적 한계선은 17.1도로, 16도대 소주 시장 규모도 전체 소주시장의 1%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롯데주류 측은 "덜 취하면서 즐기는 웰빙 음주문화는 세계적 추세"라며 "특히 젊은 층과 여성을
중심으로 저도 소주에 대한 수요가 확산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방송광고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
처음처럼쿨은 기존 소주와 달리 방송광고가 가능해 향후 방송광고 여부에 대해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행 방송법 및 방송광고 심의 규정은 음주를 자제하기 위해 '알코올 성분 17도 이상의 주류는 방송
광고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처음처럼쿨은 이 규정을 교묘하게 피해가고 있는 것이다.
롯데주류측은 이날 신제품 발표회에서 "현재로서는 방송광고 계획이 없으며, 차후 여론의 추이를 살펴가
며 방송광고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롯데주류가 소주시장 선두 업체인 진로를 따라잡기 위해 처음부터 방송광고를 염두
에 두고 이번 저도 소주를 출시했고, 따라서 결국은 방송광고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롯데주류는 최근까지 방송광고를 추진하다가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중단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
는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기존 '처음처럼' 뒤에 '쿨'이라는 한 글자만 추가한 것은 결국 신제품 방송광고를
통해 기존 제품까지 간접적으로 광고하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롯데주류 김영규 대표는 "처음처럼쿨은 롯데주류가 향후 소주시장의 흐름이 낮은 알코올 도수를 선호하
는 쪽으로 갈 것으로 보고, 저도주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내놓은 제품"이라며 "기존 처음처럼과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연내에 시장점유율 15%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소주시장 점유율은 올 상반기 진로가 49.8%로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으며 롯데주류
12.5%, 금복주 8.7%, 무학 8.2%, 대선주조 7.6%, 보해 6.3% 순이다.
장상진 기자 jhi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