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 잠시만 기다리자, 노벨상 받는 날

서남표 KAIST 총장

 

▲ 서남표 KAIST 총장

필자는 종종 한국 과학자들은
언제쯤 노벨상을 받을지 질문을 받곤 한다
그동안은 '잘 모르겠다' 즉답을 피해 왔지만…
가을이다. 추수의 계절에는 농부들만이 아니라 일생 동안 노력하여 빼어난 업적을 거둔 과학자들에게도 가슴 뛰는 나날이 되곤 한다. 올해의 수상자들도 내심 스톡홀름에서 전화가 걸려오길 기다렸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매년 10월에 발표되는 노벨상 당선자 명단에 본인의 이름이 오르기를 꿈꾼다. 노벨상이 수여되지 않는 공학 및 수학 분야 등에는 이에 버금가는 여러 상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노벨상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영향력 있는 상이다.

 

필자는 종종 한국 과학자들 사이에서 언제쯤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될 것인지 예견해 달라는 질문을 받곤 한다. 이에 대해 그동안은 '잘 모르겠다'는 말로 즉답을 피해 왔지만 최근 교수들의 영년직이나 승진 등과 관련된 여러 서류를 심사하면서, 우리나라 과학 분야에서도 조만간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될 것 같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

그만큼 우리나라 과학자들은 노벨상이 수여되는 기초과학 분야에서 큰 기여를 하고 있었다.

 

스웨덴의 여러 아카데미는 매년 수상자를 선정하기 위해 기존의 노벨상 수상자들과 과학계의 지도자들로부터 자문을 얻을 뿐 아니라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평가기준은 후보자들 개인이 일생 동안 이룩한 모든 공헌에 대한 평가라기보다는 특정분야에 가장 영향력 있게 기여한 한 가지 업적을 집중 평가해 선정한다.

 

무엇이 노벨상 수상의 행운을 가져다줄까? 노벨상 수상자들은 몇 가지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풀어야 할 중요한 문제를 정확하게 인식하였으며, 혹독하다 싶을 정도로 최선을 다하여 연구에 매진하였고 타고난 재능에 만족하지 않고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였다. 물론, 이에 더하여 약간의 행운이 작용한 점도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연구의 목적을 노벨상 수상에 둔 사람보다는 자신이 하는 일에 애정과 열정을 갖고, 근본적이고 창조적인 생각을 가지고 지식을 추구하며 그들의 일생을 헌신한 사람들이 이 상을 받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 즉, 노벨상은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분야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문제를 풀기 위해 최선을 다한 과학·기술자들의 몫이다.

 

대부분의 청소년은 자신의 미래와 직업에 대해 고민하며 성장한다. 또한 대부분의 부모는 자신의 자녀가 고용이 안정되고 괜찮은 수입이 보장되는, 흔히들 부르는 '안정된 직장'을 갖길 바란다. 하지만 어른들은 청소년들이 자신이 흥미를 갖고 있는 분야에 대해 공부하고, 성장하여 스스로 원하는 일을 찾도록 해야 한다. 어른들로부터 '이것 해라, 저것 해라' 강요를 받아 선택을 하게 되면 훗날에는 작은 고난에도 좌절하고 삶에 불만을 갖게 되어 행복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성장한 이들은 결국, 노벨상은 고사하고 성공적인 일생을 산다는 것조차 어려울 것이다.

 

엔지니어나 과학자로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좋은 점은 항상 색다르고 흥미로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과 함께 덤으로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류가 직면한 중요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직접 찾아낼 수 있고, 더불어 자신의 노력이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직접 관찰할 수 있는 큰 즐거움도 맛볼 수 있다.

 

그동안 경제·사회·정치 등과 같은 사회과학 분야의 문제들을 포함하여 인류가 직면한 많은 문제들이 과학적이고 기술적인 사고와 노력을 통해서 해결되어 왔다. 과학·기술은 인류의 발전에 큰 원동력이 되어 왔으며, 주요한 기술적인 이노베이션들은 부를 창조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켜 왔다.

 

노벨상은 그동안 인류가 해결하지 못한 과학적인 문제를 풀기 위해 최선을 다해 연구하고 과학발전에 큰 획을 그은 과학자들의 몫이다. 이 상의 수상자는 한순간의 영광을 좇기보다는 과학발전을 위해 자신의 삶을 헌신한 우리나라 과학자 중의 한 사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는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미래는 참으로 밝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멀지않은 시기에, 미지의 영역과 자연의 섬세함을 다룰 수 있는 새로운 발견과 비약적인 기술의 발전으로 세계무대를 선도할 수 있을 것이고, 이로 인해 우리의 많은 과학자들은 인류에 공헌한 그들의 공로를 널리 인정받고 노벨상을 받게 될 것이다. 현 시점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과학기술의 발전에 집중함과 동시에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이 만개하여 세계의 미래를 밝게 비추는 그날까지 잠시 기다리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