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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ders] 무역협회장 이어 경총회장까지 맡은 이희범 STX에너지·중공업 회장


 



재계는 왜 `현안 산적한 지금`주저없이 그를 선택했을까


대안은 없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희범 STX에너지ㆍ중공업 회장만을 고집했다. 타임오프제도, 복수노조 문제 등 예민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당면한 난관을 해결해 나갈 유일한 인물이라고 여겼다. 노사 관계에서 조정자 역할을 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경제5단체장 중 하나로 꼽히지만 경영자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자리였다. 대부분 총수들은 `잘해야 본전`인 자리로 치부했다. 이 회장의 고민도 간단하지 않았다. 지난 5월 경총이 설익은 상태에서 회장 추대를 하자 이 회장은 "경영활동에 전념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 때가 아니다"며 거절했다. 그러던 그가 결국 `독이 든 성배`를 들었다. 그가 마음을 바꾼 것은 경총 원로들이 삼고초려(三顧草廬)했기 때문도, 경제5단체장 중 2곳(무역협회, 경총)의 회장을 맡게 되는 명예도 아니었다. 건강한 노사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한국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길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국가를 위해 봉사를 하라는 것인데 계속 거절할 수가 있나요. 힘든 일을 피할 수 없는 운명인가 봅니다"는 그의 말은 "힘들어도 사명감을 갖고 일하겠다"는 의지로 들린다. 그의 스토리를 사자성어로 풀어봤다.


"저기에 석유를 실어나르는 건가요?"


지난해 4월 17일 중국 STX다롄 조선소에서 열린 첫 번째 선박 명명식에 참석한 이 회장이 현지 직원들에게 질문했다.


"아, 이 선박은 곡물이나 철광석 같은 원자재를 실어나르는 것이고 석유는 유조선이라고, 조금 다른 형태입니다."


`STX에너지 회장`이라는 직함을 단 지 한 달도 채 안된 시점에 처음으로 명명식에 참석해서인지 아직 외형만 보고 유조선과 벌크선을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자칫 민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 회장은 개의치 않았다.


"그렇군요. 두 선박이 어떻게 다르죠? 저 안에 얼마나 많이 실을 수 있나요?"


아직 모르는 것도 많고 궁금한 것도 많았다. 선박 내부를 돌아보는 동안 이 회장은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 당시 이 회장은 "아직 모르는 게 많지만 즐겁고 열심히 학습하고 있다"며 기업으로 자리를 옮기고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어떻게 밥값을 해야 하느냐에 대한 고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당연히 넘버원(No.1) 기업을 만들기 위해 이곳에 왔다"며 "열심히 공부해서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에서도 `신입 회장`은 공부를 멈추지 않았다. 각종 보고회에 적극적으로 참석해 의견을 개진한다. 국외 사업이 많은 특성상 외국 출장도 자주 다닌다.


한번은 내부 직원이 이 회장에게 사업 아이디어를 메일로 보내왔다. 이 회장은 직접 설명을 들어야겠다며 곧바로 그 직원을 불러 관련 내용을 상세히 물어봤다. 그리고는 "언제든지 와서 설명해 달라. 좋은 아이디어니 함께 만들어 잘 추진해 보자"고 격려했다고 한다.


이런 노력 때문이었을까. STX 내부에서 이 회장 적응력은 빠른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취임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지난해 말 그는 STX그룹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임직원들에게 직접 강연했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STX그룹 현 위치를 조목조목 분석하고 조직문화에 대한 개선점도 지적했다. 당시 참석자들은 "짧은 기간에 그룹 전체 현황을 아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그의 성공 키워드는 이 같은 `성실`이다. 당시 공직사회에서 생소했던 전자공학과 출신.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처절한 노력뿐이었다. 남보다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하는 생활을 반복했다. 그러다 보니 내부적으로 `성실하다`는 입소문이 서서히 나기 시작했다. 당시 그에 대한 일화 하나. 1970년대 말 이 회장은 상공부 수출진흥과에서 매월 박정희 대통령이 주재하는 무역진흥확대회의를 담당했다. 그는 회의 안건을 작성할 때는 며칠간 사무실에서 밤을 지새웠다. 이 같은 성실성을 인정받아 박 대통령에서 최규하, 전두환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수출진흥회의 안건 작성은 그의 몫이었다. 청와대 사정비서관실로 차출된 계기도 여기에 있었다.




지난 5월 서울대에서 열린 매일경제 CEO특강에서 그는 자기 경험을 토대로 젊은 학생들에게 `성실`을 강조했다. 그는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데 학연ㆍ지연이 영향을 줄 수 있을지 몰라도 성공은 성실성이 좌우한다"며 "묵묵히 성실한 자세로 일하면 윗사람에게 인정받게 되고 그러면 더욱 많은 기회가 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마당발이다. 정계 관계 재계 학계 언론계 등 교제 범위가 넓다. 단순히 아는 사람이 많다는 정도가 아니다. 깊이가 있다. 수많은 사람을 만나면서도 업무상 관계를 뛰어넘어 긴밀한 관계를 형성한다. 그와 반대편에 있는 사람도 한 번 만난 후에는 인간적인 관계를 맺는 힘이 있다. 특히 국외 네트워크가 강하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이 영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도 그의 업무능력과 함께 네트워크를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태미 오버비 전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대표는 이 회장을 사석에서 `오빠`라고 부를 정도로 절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중동 자원부국 고위 관료들은 이 회장과 악수 대신 포옹을 한다. 소탈하면서도 편안한 웃음이 무기다. 뛰어난 기억력도 힘을 발휘한다. 특히 수치에 강하다. 정확한 수치를 바탕으로 한 논리력은 인간적인 매력과 또 다른 경쟁력을 발휘한다.


실제로 이 회장은 2002년 산업자원부 차관에서 물러난 뒤 2년여 만에 장관으로 복귀했지만 각종 자료에 대한 수치를 대부분 기억하고 있었다. 업무보고를 받을 때 "차관 시절 기억으로는 이 수치가 아닌데 다시 알아 보라"고 지시해서 조사해보면 그의 기억이 정확했다는 후문이다.


그의 신조는 `한 사람의 벗을 잃더라도 한 명의 적은 얻지 말자`는 것이다. "역지사지하는 마음가짐으로 다른 사람 처지에서 생각하면 아무리 미운 사람도 다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관료와 기업인을 모두 경험한 그는 정부와 기업 사이에 역지사지 정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 회장은 "극단적으로 말하면 정부와 기업은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며 "정부는 고압적인 자세에서 벗어나야 하고, 기업은 이익만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스스로도 이 같은 역학관계 때문에 기업인으로 변신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이 회장은 기업의 매력을 하루하루 긴장감에서 찾는다. 그는 "정부나 공기업은 흑자를 내지 않아도 얼마든지 존중받으면서 월급도 받지만 기업에서는 매일매일이 생존경쟁"이라며 "기업 경영에서 이익이 없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에 항상 긴장하면서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회사 직원들과도 격의 없이 지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회사 행사에 참여하면 임직원들에게 소주 한잔 하자고 먼저 제안한다. 대화를 주도하기보다는 주로 듣는 편이다. 인생 선배로서 그의 다양한 경험을 필요로 하는 후배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고민 상담에 나선다. STX 한 직원은 "편하게 대화를 나누면서 STX 내부 조직문화가 더욱 부드러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러한 이 회장 모습이 노사 문제 해결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회장도 "요즘 상생이 화두 아니냐. 노사도 상생하면 둘 다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상생의 노사 문화 정착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말했다. 또 "(노사문제와 관련한)몇 가지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임시총회 등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차차 밝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2월 이수영 회장이 사의를 표명한 이래 6개월여 후임 회장을 선임하지 못해 표류했던 경총. 복잡한 노사 현안은 물론 현대ㆍ기아차그룹이 이탈하면서 흔들리는 조직을 추슬러야 하는 과제를 이 회장이 어떻게 뚫고 나갈지 주목된다.


■ 정치 권유에 한결같이 "기업에 봉사하고 싶다"


 



이희범 회장은 국내에서 손꼽힐 정도로 다양한 이력의 소유자다. 지금까지 그가 가지고 있던 직함만도 족히 수십 가지는 될 터다. 그것은 그만의 자산이자 경쟁력인 동시에 사회에 대한 봉사를 요구받는 이유다. 이 회장은 1949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았다. 공대 출신으로는 최초로 행정고시(12회)에 수석으로 합격했다.


이후 대통령 비서실 서기관을 지낸 2년을 제외하고는 공직생활 내내 상공부와 통상산업부, 산업자원부에 몸담으며 에너지와 무역부문 전문 관료로 성장했다. 수출과장, 주미 상무관, 산업정책국장, 자원정책실장, 산자부 차관을 지낸 그는 2002년에 한국생산성본부 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03년에는 서울산업대학교 총장을 맡았으며 그해 12월에 제8대 산업자원부 장관으로 부임했다. 2년여의 장관직을 마친 후에는 한국무역협회장으로 3년간 왕성한 활동력을 선보였다.


지난해 2월 무역협회장에서 물러났을 때 그의 행보는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정치권에서는 그의 입성을 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그의 선택은 기업이었다. 이 회장은 줄곧 "기업에 가서 봉사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고 에너지 부문을 강화하려던 STX그룹과 인연이 닿았다. 당시 강덕수 회장은 "경제 5단체 중 주로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해 온 한국무역협회 이희범 회장의 STX그룹 합류는 세계를 무대로 도전하고 있는 STX그룹의 역량을 한층 강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의외의 선택이었지만 그의 결심은 분명했다. 최고의 기업으로 만들 것이라는 의지도 강했다. 이 회장은 사석에서 "자신이 없었으면 STX로 오지 않았다"며 "마찬가지로 STX를 믿지 못했다면 결심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이 회장은 올해부터 STX에서 에너지ㆍ중공업 분야를 총괄하고 있다. 대외적인 활동보다는 경영에 전념한다는 일념이다.


그 결과 STX에너지ㆍ중공업 분야의 성과도 두드러지고 있다. STX는 현재 조선ㆍ해운에 집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에너지ㆍ중공업 분야로 다양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 이희범 회장은


△1949년 경북 안동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 조지워싱턴대 경영학 석사 △1972년 행정고시(12회) 수석 합격 △2001년 산업자원부 차관 △2002년 한국생산성본부 회장 △2003년 서울산업대학교 총장 △2003~2006년 산업자원부 장관 △2006년~2009년 한국무역협회 회장 △2009년~ STX에너지ㆍ중공업 회장 △2010년 8월 경총 회장 내정


 


기사입력 2010.08.20 14:32:54 | 최종수정 2010.08.20 20:56:21  [김경도 기자 / 박종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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