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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영우 박사와 은수저 (2012년 3월 2일 / 중앙일보/시카고)


근래 신문과 방송은 강영우 박사의 부음을 경쟁적으로 전하고 있다.


각고의 노력과 불퇴전의 의지로 가정생활과, 사회생활과 세상살이 모두를 성공한 고인의 면모를 특히 이곳에서 신산한 삶을 사는 한인들은 남다른 감회를 갖고 바라본다.


국내에서도 어른이 자취를 감추고, 義人이 사라지며 英雄에 목 말라하던 근래의 사회 분위기 때문인지 강영우 박사의 召天을 보는 일반의 아쉬움은 그래서 더 크다.



잘 알다시피 강영우 박사는 철들며 눈에 보이는 세상과 절연하며 살아온 사람이다.


그의 장엄한 세상살이와 성공적인 삶의 여러 모습은 訃音 이후의 여러 신문과 방송에서 자주 언급이 되어 이 자리에서 재언함은 녹음된 내용 되 듣는 것 처럼 감동이 반감될 수도 있어 피하려한다.


두 눈과 두 귀 멀쩡하고 사지 온전한 이들도 야수같은 이 세상을 온전하게 살기가 또 살아남기가 쉽지않다. 그런데 강영우 박사의 삶과 그 성취는 세상을 냉소하고 조롱하는 이들도 감동으로 덮기에 충분하다.


오늘 필자가 강영우 박사 부부를 언급함은 그들과의 만만찮은 인연 때문이다. 또 강영우 박사의 걸출한 성취 뒤에 자리한 놓쳐서는 안되는 의미있는 존재 때문이다.



강영우 박사의 부인 석경숙님은 필자부부와 그 인연이 범상치 않다.


범상치 않다고 했으나 강영우 박사와는 생전에 어떤 만남도 없었다. 그러나 석경숙님은 필자 부부의 고등학교(서울사대부고) 6년 선배이니 長幼(장유)질서 분명한 세대인 우리에겐 어려운 대 선배다.


또 평소의 교분도 꽤나 진하다. 석 선배는 친정 어머니를 시카고 교외의 요양병원에 모시고 워싱톤과 시카고를 틈틈이 오간다. 이곳에 오면 우리 집에 짐을 풀고 묵어 가기도하니 이런 자리에서 석 선배를 언급함은 그리 무리가 없다. 어느 날 석 선배가 우리 집에 들른 날이다. 가방에서 무얼 하나 꺼내 놓으며 우리 부부를 바라보며 웃는다. 이번 행보에 우리 부부의 집에 들른다는 이야기를 들은 강영우 박사가 깊숙한 곳에서 무얼 꺼내주며 전해달라고 하더란다. 기대되는 마음으로 풀러보니, 이런 성인용 은수저 한벌이 아닌가?



나이들은 이들은 아마 알 것이다.


그 옛날 은수저는 퍽이나 귀하고 진지한 선물이었고 젊잖은 식사도구였다.


누런 놋수저가 주로 사용되던 때에 정갈하고 품위있는 흰색의 은수저는 단연 눈에 띄고 귀티 나는 식사 도구였다.


그런 놋수저와 은수저가 슬그머니 식탁에서 사라지고 금속에 도금한 수저들로 대체되어 오늘에 이른다. 그런 은수저를 보며 필자는 시간을 되돌려 은수저 시절 들어가면서 사는 것은 남루했으나 인심은 넉넉했던 그 때를 회상했다. 아마 강영우 박사도 은수저를 인생의 사계절로 따지면 가을 중참에 한 우리의 늦 결혼에 대한 축하 선물로 보내면서 그것에 더하여 그 시절의 당신의 회상과 그 때의 정서를 같이 얹어서 보낸 듯하여 박사님 추억여행 참 폼나게 한다고 생각하며 웃었다. 우리들 생일이나 기념할 만한 날에 쓰려고 상에 올려 놓지만 만지작 거리다가 도로 옷장 깊숙하게 집어 넣는다. 이번에 강영우 박사의 부음을 들으며 제일 먼저 생각난 것이 은수저였다.



재언하거니와 강영우 박사는 눈을 통해서는 세상과 소통을 못했다.


그런 그가 그렇게 세상에 膾炙(회자)되는 성취를 이르고 존경과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천하에 잘난 척하던 많은 이들이 죽음 앞에서 별별방법으로 殘命(잔명)을 보존하려  匹夫匹婦만 도 못한 딱한 모습을 보이는데 강영우 박사는 죽음과 대면하면서도 巨人과 大人의 풍모를 잃지않고 끝까지 의연했다.


세상의 그 많은 인연들에게 감사와 사랑의 말을 전했고 죽음을 준비하고 감사와 기쁨으로 받아 들이며 淨財(정재)를 남기고 이웃 나들이 가듯 홋홋히 먼저 幽界(유계)로 여행을 떠났다.



이런 거인 옆에 그의 인생 도반 석경숙 선배가 있었다.


많은 이들이 강박사의 뛰어난 성취와 진지한 인생살이에 감동하고 거기에 시선을 붙 박아두고 있으나 이 모든 것은 석경숙 선배가 없으면 어찌 보면 무망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석경숙 선배에게는 자신의 인생과 자신의 삶은 없었다. 온전히 비우고 또 비우면서 그 자리에 강영우 박사를 채웠다. 강 박사의 눈이었고, 강 박사의 영혼이었고, 강 박사의 수족이었다.


그의 그림자였고 때론 실체 였고 실체와 그림자의 합체였다. 이런 자기 상실과 자기 실체의 모호함을  석선배는 무엇으로 채우면서 또 서슴없이 비울 수 있었을까? 靑出於藍(청출어람) 두 아들에 대한 사랑과 그들의 성취가 자기 부재를 채웠을 것이다. 그래도 채워지지 않는 자신의 빈 자리는 석선배의 굳건한 기독교 신앙이었다.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과 자부심과 사랑의 예수님을 가슴에 품은 뜨거운 신앙으로 존재없는 자기를 비우며 채웠다. 그러면서 강영우 박사의 세상살이는 日就月將(일취월장)했고 세상은 그에게 주목하고 환호했다.



자신의 모든 것이었던 존재와의 이별과 부재에 망연한 석경숙 선배!


필자는 장엄한 삶의 戰場을 장엄하게 정리한 강영우 박사의 세상에 대한 존재감에도 존경과 경의를 표하지만 강박사의 삶 바로 그것이었고, 그늘이었고, 그림자로의 삶을 산 또 다른 巨木 석경숙 선배에게 보다 큰 존경을 보낸다. 오로지 강영우 박사의 삶을 살았던 석경숙 선배가 이제 인간으로, 개인으로의 삶으로 돌아 오신 것을 격려한다.



강영우 박사님!


이제 이곳은 경칩이 눈 앞입니다. 겨우네 긴 동면 끝낸 성질 급한 개구리 튀어 나온다는 때 입니다.


큰 성취 이루시고 대중의 폭 넓은 사랑과 존경 받으셨으니 우리 기억에 오래 머물러 주십시오.


석경숙 선배의 상실감과 혼자 된 것에 대한 두려움 지켜주시고 격려해 주십시오.


저희 부부, 가끔 은수저 볼 때면 시간 여행하면서 강 박사님 기억하겠습니다.



석경숙 선배님!


동체요 합체였던 존재와의 이별에 황망 중에 계실 줄 압니다.


많은 이들 석선배를 인생의 승리자로, 어머니로, 또 여자로서의 삶에 존경을 보냅니다.


이제 석경숙 개인으로 홀로 스셨으니 상실감 빨리 터시고 생활로 복귀하셔서 미진하고, 아쉬웠던 것 빨리 채우시며 남은 생을 채색하십시오.


봄 깊기 전에 이곳 시카고 저희 집에 오셔서 선후배 정담을 나누며 인생의 깊은 내공 들려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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