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상 명지대 초빙교수 한반도 주변에서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 우려가 크다. 중국이 최근 들어 탈북자들을 체포해 강제 북송하더니 이번에는 이어도의 영유권 주장까지 하고 있다. 이어도 사태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이자 국가해양국장인 류츠구이(劉賜貴)가 지난 3일 관영 신화통신의 인터뷰에서 이어도가 중국 관할 해역에 있으며 감시선과 항공기를 통한 정기순찰 범위에 포함돼 있다고 주장한 것이 발단이 됐다. 중국은 2007년 12월에도 국가해양국 산하기구 사이트에서 이어도를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등 이어도 해역에 대한 관할권 주장을 수시로 제기해왔다.
이는 중국 최고지도자인 후진타오(胡錦濤·호금도) 국가주석이 2003년 제시했던 ‘책임강대국론’에도 어긋나는 행동이다.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무시한 처사다. 국제사회의 관례를 무시한 작태다. 중국 개혁·개방의 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등소평)은 중국은 1840년 아편전쟁 이래 중화사상의 몰락과 기술낙후로 선진 인류국가가 되려면 100년 걸릴 것이며 묵묵히 실력을 쌓으라며 도광양회(韜光養晦)의 유언을 남겼다. 도광양회는 힘이나 실력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인내하며 때를 기다린다는 뜻으로 1980년대 중국 외교정책의 기조가 됐다. 하지만 30여 년 만에 경제대국이 되면서 벌써 자기 목소리를 높이는 유소작위(有所作爲)로 이웃나라들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유소작위는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하고 싶은 대로 한다는 의미로 2002년 이후 중국 대외정책의 바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첫째, 북한 탈북자 강제북송으로 우리를 슬프게 하고 있다. 비인도적이며 야만적인 행태다. 1951년의 유엔 난민협약과 67년의 난민의정서를 포함한 국제 의무를 저버린 행동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9일 “미국은 탈북자들이 처벌을 받게 될 북송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인권 상황과 탈북자들의 처우에 대한 한국 정부와 국민의 우려에 대해 미국 역시 똑같은 우려를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의 글린 데이비스 북한 정책 특별대표는 지난 2월 중국 방문 시 탈북자들에 대한 우려를 중국 측에 전달했다. 박선영 의원은 단식투쟁에 나섰다. 차인표씨를 비롯한 연예인, 그리고 많은 국민도 북송을 반대했다. 이렇게 한국은 물론 미국·일본 등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탈북자들을 고문과 학대의 지(死地)로 되돌려보낸 것이다.
둘째, 이어도 영유권 문제다. 류츠구이의 신화통신 인터뷰 내용은 한국이 이어도에 과학기지를 설립하고 해양조사활동을 하는 것을 중국이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엄연한 우리 영토를 자기 것이라고 우기는 억지 주장이다. 이어도의 위치는 제주도 남쪽 마라도에서 149㎞, 중국으로부터 287㎞에 위치한 분명한 대한민국 영토다.
중국은 강대국이 되면서 동북공정으로 고구려와 발해 역사를 중국 역사에 편입·왜곡했고 2년 전 천안함 피격 때는 북한 편들기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북한 제재에 반대했다. 책임강대국론을 저버린 행태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2003년 후진타오 주석이 책임강대국론과 함께 화평굴기(和平<5D1B>起)를 제시한 이유는 중국의 급부상에 따라 국제사회에서 중국 위협론이 대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의 부상이 결코 세계평화와 공동 번영에 장애가 아님을 강조하고 국제사회에서 강대국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며 이 같은 선언을 한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선 국제규범을 무시하고 탈북자를 북송하고 이어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책임강대국론을 지켜 국제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우리의 국론분열과 국방력이다. 한국이 주변국에 발언권을 강화하려면 통합된 의지와 국방력 증강, 그리고 한·미 동맹의 강화가 요구된다. 국론통합과 단합된 의지로 중국의 경거망동을 이겨내야 한다.
최명상 명지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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