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회)홍사건 "지나친 규제가 사립학교 질식시킨다"

by 사무처 posted Feb 1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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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친 규제가 사립학교 질식시킨다

 

오늘날 사립학교를 보는 사회 전반의 냉담한 시선과 재정적으로 어려운 여건을 생각하면 학교를 설립·운영하는 사람으로서 답답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사립학교가 국가 백년대계를 책임지는 교육의 한 축을 맡기에 큰 책임감을 요구한다는 걸 잘 안다. 하지만 사립학교의 본질이나 법·제도의 구조적 한계에 대한 이해 없이 일부 부정적 사례를 들어 전체 사립학교를 싸잡아 비판하는 현실은 인재 양성과 국가 발전에 기여하려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사립학교는 19세기 후반부터 현재까지 교육 발전을 통해 국가 발전을 이끈 동력이었다. 개화기에는 서양 문물 도입의 중심이었으며, 일제 강점기에는 민족정신 고취와 항일 독립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광복 이후 팽창하는 교육 수요를 국가 재정으로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서 뜻있는 사람들이 사재(私財)를 출연해 학교를 설립, 인재 육성에 매진했다. 국가 발전으로 공립학교가 늘면서 그 비율이 줄어들었지만 지금도 중학교의 19.8%, 고등학교의 40.1%, 대학교의 81.7%가 사립이다.
 
고유한 건학 정신을 실현하고자 설립된 사립학교는 국공립학교와 달리 교육환경 변화나 학생 요청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함으로써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을 실현할 수 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교육제도로서의 사립학교를 인정한다는 건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를 인정한다는 뜻이다. 교사 선발권, 학생 선발권, 교육과정 편성·운영권 등 사립학교 운영의 자유를 통해 건학 정신을 구현하고 다양한 교육을 받을 국민의 권리를 충족시킬 수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사립학교는 정부 규제와 통제 속에서 자율성과 특수성을 상실한 채 공립화의 길을 걷고 있다. 사립학교와 사전 협의나 조율 없이 시행한 중학교 의무교육과 고교 평준화 정책은 사립학교 본연의 모습을 빼앗는 분기점이었다. 이후 사립학교의 고유 권한인 수업료 책정권을 박탈하고 그 부족액을 지원하면서 공공성 강화를 내세우더니 규제 일변도로 나가고 있다.
 
공적 규제는 사립학교 교육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일부 학교의 인사 비리를 내세워 학교법인의 고유 권한인 신규 교원 선발권을 교육청에 위탁하도록 강제하고, 법정부담금과 연계한 사학기관 평가 등 학교법인의 고유 권한을 약화시키며 재정적·법적 무한 책임만 요구하고 있다.
 

특히 법정부담금은 사립학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확산하는 대표적 요소다. 사립 교직원의 복리후생을 위해 시행한 교직원연금과 건강보험 등의 부담 주체를 법정부담금이란 용어를 도입해 학교법인에 강제했다. 대부분 사립학교가 설립될 당시엔 없었던 추가 부담이다. 소급 입법의 성격을 갖는 데다 도입의 역사적 배경은 외면한 채 부담하지 않으면 관할 교육청은 이를 사립학교 규제의 수단으로 삼는다. 공립학교는 학교 운영비에서 법정부담금을 낸다. 사립학교도 법정부담금을 학교법인에 일방적으로 부담하게 할 게 아니라 학교 운영비에서 부담하게 하는 게 공립학교와의 형평성에도 맞고 합리적이다.
 
국가 교육을 이끌어가는 동반자로서 사립학교가 갖는 공공성을 부정하거나 사학 운영 전반에 대한 국가 감독 자체를 문제 삼는 게 아니다. 더욱이 비리를 저지른 학교는 법에 따라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일부라 할지라도 비리에 대한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여 편견과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공공성을 내세워 사립학교의 존립 기반인 자율성을 박탈해서는 안 된다. 극히 일부 사례를 확대 재생산해 사립학교가 마치 비리의 온상인 것처럼 인식하게 하고, 관련 법이나 제도적 문제로 인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문제들까지 비리로 몰아가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사립학교 이사장들이 대단한 권한을 갖고 있고, 부를 축적하고 있는 것처럼 인식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급여는 물론 업무추진비나 건강보험 혜택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의 사립학교 이사장은 학교 유지·경영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무한 책임을 강요당하고 있지만, 사명감 하나로 버티고 있다. 이제 사립학교의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해 설립자와 이사장에 대한 합당한 처우와 예우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국가에서는 공립학교의 사립학교화가 진행되고 한다. 공립학교도 자율성을 확대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사립학교를 관할 교육청의 규제와 통제 속에 두려는 현행 제도에 대한 근본적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사립학교가 참모습을 제대로 살리고 자율성을 되찾아 공교육을 견인하는 역할을 다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 토대 위에 사립학교의 비상(飛上)을 꿈꿔본다.
 
홍사건 한빛학원(대전한빛고) 이사장·리셋 코리아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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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중앙일보  2019년 2월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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