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따라 강남에"
청암회 가을 여행을 가지 않기로 작정했다가 최 군의 권유로 합류했다.
사흘 전에 남해∙거제 일원을 다녀온 일이 있었기에, 그저 수동적으로 따라 나선 셈이다.
경남 사천에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견학을 하면서 내 마음도 하늘로 날고 있었다.
제트기와 헬리콥터도 우리 손으로 만들어 수출까지 한다니 말이다.
기술도입, 자체 제작, 수출까지의 갖가지 일화를 듣는 일행(선후배들)의 표정은 모두 진지했다.
아무나 들어갈 수도 없는 곳을 친절하게 안내해주신 것도 고마운데
구내식당의 점심 초대까지. 정말 분에 넘치는 환대였다.
오후에는 진주로 이동했다.
임진왜란 때 두 차례에 걸쳐 처절하게 싸웠던 피어린 역사는 세월에 묻히고,
어둠속의 남강 물은 유등을 태우고 흘러만 간다.
규모를 줄이고 예술성을 담는 그런 축제를 기대해 본다.
이튿날 새벽에 잠을 깨서 방을 빠져나왔다. S 선배님 수면방해해서 죄송합니다.
삽상한 바람에 가슴이 펑 뚫리고 하늘에 펼쳐지는 별들의 눈짓에 흥얼거리며 걸었다. 한 시간도 넘게.
고령의 고분군. 700여기가 넘는다는 왕릉급 무덤들. 대가야의 역사는 거기에서 잠자고 있었던가.
하나둘 씩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삼국시대에서 원4국시대로 정리되겠지.
답사의 감흥을 흠뻑 안고 해인사 대장경 축제장으로 이동.
여러 가지를 보려다가 하나도 제대로 못 보는 우를 또 범하기 싫어, 한 가지에 집중하기로 했다.
윤석남 화백(9회)의 유기견 전시장 찾는데 삼십분쯤 헤맸다. 어림짐작에 100마리는 넘을 것 같다.
두친구(성열과 병훈)가 열심히 사진을 찍는 사이 나는 걔들과(개가 아니고)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꼬리를 치지도, 짖지도 못하지만 눈빛으로 나에게 전하는 말은 알 것도 같다.
“어르신! 가시게요? 윤 화백께 말씀 꼭 전해주세요.
홍류동 계곡 물소리 들으며 가야산 단풍 짙게 물들어 우리 마음 한 없이 화평하니
여기 이곳 풀밭에 오래오래 있으면 안 돼냐구요.”
다음번 청암회 여행에는 부부동반하기로 마음먹었다. 2인 1실 숙박. 타인과는 역시 불편하니까.
기대보다 훨씬 좋았던 1박 2일. KAI 직원 여러분과 청암회 회장님, 임 총무님께 감사드린다.
20013년 10월
쇠방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