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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지난 3일 분기별 매출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 증시는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블룸버그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애플의 2019년 회계연도 1분기 실적 전망치를 기존 890억~930억 달러에서 840억 달러로 하향 조정했음을 밝혔다는 것이다.

“세계경제가 중국에 목을 매고 있다”는 의미로서의 ‘차이나 리스크’(china risk)

쿡 최고경영자는 서한에서 핵심 신흥시장에서의 경쟁자 도전은 예상했지만 중국 시장의 경제 둔화 규모를 예상하지 못했으며, “매출 감소의 대부분이 중화권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미·중 무역전쟁이 중국 경기를 급속히 냉각시키면서 애플 등 자국 글로벌 기업들에게 오히려 타격을 주었다고 논평했다.

애플 발(發) 쇼크로 코스피도 2000선이 붕괴되었다. 이 같은 증시 변동성으로 원화가치가 하락했고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엔화가 급등했다. 외환시장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8.7원 상승한 1127.7원으로 거래되었고 100엔당 원화 값은 전일보다 30.50원 급락한 1059.80원에 장을 마쳤다. 이는 2년 1개월 만에 최저치다. 대(對)중국 자원 수출 비중이 큰 호주는 호주 달러화 가치가 미국 달러 대비 장중 3.5%나 추락하면서 2009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호주달러 약세와 엔화 강세가 맞물리면서 이날 장중 한때 엔화 대비 호주달러가 7% 넘게 폭락하기도 했다.

‘차이나 리스크’는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기업이나 국가가 중국의 긴축정책이나 경제적 취약성으로 인해 경제성장이 둔화될 경우 겪게 되는 위험을 말한다. 차이나 리스크를 달리 표현하면 “세계가 모두 중국 경제에 목을 매고 있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이는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애플의 실적부진을 ‘차이나 리스크’로 포장(해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애플 실적 부진의 1차적 원인은 애플의 경쟁력 저하에 있다. 이런 식의 설명이라면 미국의 중국에의 의존도는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중국 입장에서도 차이나 리스크는 ‘스스로를 서방세계의 소비시장으로 격하시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애플의 비관적 전망을 미·중 무역전쟁에 보내는 경고장으로 논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신호탄을 쐈으나 중국 경기가 급속히 냉각되면서 그 부메랑으로 애플 등 자국 글로벌 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해석이다. 그렇다면 ‘차이나 리스크’는 미국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상업논리’인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의 본질은 무역불균형이 아닐 수 있다

미·중간 무역전쟁은 외견상으로는 미국의 중국에 대한 무역역조에서 비롯되었다. 무역 역조를 감내하지 못한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선수(先手)를 친 것도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의 일방주의적 대중 통상 압박을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고 정치적 실리를 챙기기 위한 포퓰리즘에 기초한 전술로 해석했다. 따라서 중국을 압박해 일부 양보를 얻어내면 봉합을 시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작년 12월 G20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의 90일간 관세전쟁 휴전 합의를 그 수순(手順)으로 보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미·중 무역전쟁의 본질이 무역불균형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무역 분쟁 이면에 가려진 숙명적 ‘패권전쟁’을 읽어야 한다. 세계정치에서 미국의 패권에 대한 중국의 도전이 문제의 본질인 것이다.

앨리슨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그의 저서 『예정된 전쟁(Destined for War, 2017)』에서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을 ‘투키디데스 함정’에 비유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새롭게 부상하는 신흥 국가가 기존 패권 국가의 지위를 위협할 때 벌어지는 위기 상황을 의미한다. 고대 그리스 시대 신흥세력인 아테네와 지배세력인 스파르타의 전쟁 과정을 다룬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저자 투키디데스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앨리슨은 지난 500년간 지구에서 발생한 투키디데스 함정은 16차례였고, 이 중 12차례가 전면전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현재의 미·중 관계는 17번째 함정으로, 당시 ‘상황의 판박이’라는 것이다.

시진핑은 일본을 제치고 총량 GDP에서 중국이 2위를 차지한 것을 발판삼아 미국과 대등한 패권국의 반열에 오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시진핑은 2017년 중국공산당 제19차 당(黨)대회에서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당장(黨章)에 등록하고 그 후 헌법서문에 올렸다. 서방세계를 배우기보다는 사회주의 ‘중국의 길’을 가겠다는 언명이다. ‘중국제조 2025’ 이라는 신산업정책을 통해 첨단산업에서만큼은 ‘미국의 벽’을 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일대일로(一帶一路)전략’은 중국의 영향력을 대외적으로 확장하겠다는 실천계획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을 미국과 패권을 겨루는 실질세력으로 간주하고 중국견제를 미국 대외정책의 제 1순위로 놓을 수밖에 없다. 중국에 대한 견제를 늦추면 중국이 주도권을 가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저변에 깔린 것이다. 미국의 선택지는 명시적일 수는 없지만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미국의 지도력을 넘볼 수 없도록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다. 세계 1등 국가로서 세계 경찰을 자임해온 미국으로선 당연한 선택지다. 세계 1등 경찰국가의 위상을 지키는 것이 ‘미국의 국익’을 지키는 것이라는 암묵적 합의가 미국 내에서 형성되는 것도 자연스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흐름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중국 견제와 공격은 펜스부통령 몫이다. 중국은 해킹 등을 통해 미국 첨단기술을 불법으로 탈취하고 미국기업들에게 시장 제공의 대가로 기술이전을 강요하며 국영기업을 앞세운 불공정 무역으로 중국이 이익을 편취한다는 것이다. 불공정한 무역 관행과 보조금 지급이 일반화된 국영기업을 활용한 산업정책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다. 중국은 WTO 준수라는 의무조항에는 소홀하면서 ‘자유무역의 과실’만 취하려 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대일로’도 약소국의 인프라 지원을 명분으로 차관을 제공한 뒤 이를 지렛대로 약소국으로부터 이권을 챙기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중국은 국력은 괄목할 정도로 신장되었지만 국격(國格)은 그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세력만 팽창해서는 세계적 지도국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견제를 잘 알고 있다. 전략상 완급을 조절하겠지만 첨단 제조 강국으로의 도약이라는 목표는 수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경제력에서 미국을 넘어선다는 목표를 실현시키려 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미래 먹거리인 첨단기술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다. 무역 보다는 지적 재산권과 지적재산권과 결합된 안보 이슈가 더 중요한 의제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한반도는 신흥세력 중국판과 기존세력 미국판이 충돌하는 지진대

전통적으로 중국은 동북아 특히 한국에 대한 영향력에 강한 집착을 가져왔다. 시진핑 등장이후 강대국 외교를 본격화하면서 한반도 전체를 중국의 영향력 안에 두고자 하는 구상을 더욱 더 구체화 했다. 중국은 북핵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겉으로 드러난 것일 뿐이다. 내심으론 북한의 존재를 미국과의 대결에서 카드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진 것이 아닌 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북핵은 미·북 간의 문제로 중국은 책임이 없다”는 논리가 이를 웅변하고 있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기존세력 미국판과 신흥세력 중국판이 충돌하는 지진대에 놓여있다. 미·중간의 패권전쟁은 파국으로 치닫지는 않겠지만 ‘G1’에 대한 그림이 그려질 때까지 피말리는 경쟁이 진행될 것이다. 체제 전쟁에서 승자는 ‘인간의 삶을 고양시키는 데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체제’가 될 것이다. 문명사적 승패로 갈릴 것이다. “집단, 평등 통제가 아닌 개인, 자유, 경쟁을 지향”하는 체제가 승리할 것이다. 국가적으로 그리고 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안위를 위해서 대한민국이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 것인 가는 자명하다.

‘차이나 리스크’란 용어 자체가 중화사상의 연장이며, 용어 자체에 내포된 ‘상업논리’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대로 라면 ‘어디를 지향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중국에 물건을 팔고 공장을 돌리면 된다는 식이다. 경제도 결국은 ‘가치지향’의 수단이다. 시장경제의 부흥과 사회주의 경제의 부흥의 의미가 같을 수 없다. 남과 북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국익과 이념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무역전쟁에 가려진 체제경쟁의 의미를 직시해야 한다.

조동근 객원 칼럼니스트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겸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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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펜앤드마이크(http://www.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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